"정치가 너무 예능화…갈등 풀고 고통 해결해야"

[the300][300티타임]주호영 한국당 의원 "공정거래법 개정, 백지서 시작해야"

박종진, 김민우 기자 l 2019.03.11 16:55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무아(無我), 실제 '나'조차 없다는 것 아닌가. 이 세상에 내 것, 고정불변하는 것은 없다. 좋았던 게 금방 화가 되기도 한다."

4선으로 풍부한 경륜을 갖춘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지난달 한국당 전당대회 일정 연기 논란 속에 본의 아니게 당권 도전을 중간에 멈췄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내공으로 흔들리지 않았다.

주 의원은 판사 출신으로 17~20대 4선 의원을 지내는 동안 정보위원장(19대)을 비롯해 주요 상임위를 두루 거쳤고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도 모두 역임했다.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정치권 내 친화력이 뛰어난 의원으로도 꼽힌다. 주 의원은 원만한 관계의 비결을 묻자 "4선을 하면서 2년 전에 당 대표 나왔던 것을 빼면 당내 경선을 한 적이 거의 없다"며 웃었다.

온화한 성품과 별개로 소신은 강하다. 일례로 지난해 12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처리에서 국회의원 165명이 찬성했는데 단 한명 반대한 사람이 주 의원이다.

'공공단체 등이 노인 일자리 지원기관에서 생산한 물품을 우선적으로 사주도록 한다'는 얼핏 좋은 취지로만 보이는 법안이었지만 주 의원의 생각은 달랐다.

주 의원은 "노인 일자리를 지원하는데 반대하는 게 아니다"며 "문제는 원칙과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 상이군경 등 공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서 비슷한 요구는 빗발치는데 기준도 없이 그때그때 법안에 반영하는 식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주 의원은 "예컨대 청년 일자리 분야에서는 왜 그런 방식으로 지원 안 해주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며 "결국 다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일인데 원칙을 세워야지 무작정 해주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이동훈 기자



―새 지도부가 출범한지 이제 2주가 지났다. 어떤 역할을 고민하시나.
▶첫째 당내 화합이다. 그걸 확장하면 보수 통합 아니겠나. 정치의 가장 본령이 국민통합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든 야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을 분열하고 있다. 우리 당이 정당으로 해야할 기본을 안지키고 있다. 늘 국민의 삶,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고 해결하려고 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할 텐데 국민들에게 꼰대 이미지나 기득권 이미지나 이런 인식으로는 안 된다.

정당이 국민 삶에 영향 미치는 정책을 법안으로 만드는 건데 사회 곳곳에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가서 만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그런 당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킨 법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을 소개해달라.
▶제가 발의해 통과된 법안이 11건이다. 맹견 데리고 나갈 때 안전조치를 의무화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팔·다리를 이식가능한 인체에 포함하는 '장기이식법 개정안', 건축물의 표지판에 내진등급 표시를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꼭 통과시키고 있는 법안이 있다면.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이다. 입양을 보내기 전 친부모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반드시 하도록 하고, 양부모 쪽에는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약 5년 동안 버려지는 아이가 급증했다.

그래서 미혼모 대신 입양기관의 장이 가족관계 등록을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출생기록은 법원과 중앙입양원에 보관토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아이의 부모 찾을 권리', ‘양부모의 입양아 학대 방지’를 명분으로 요지부동이다.

또 청와대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감찰관법 개정안도 필요하다. 야당이 특별감찰관을 추천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야당이 추천해서 청와대를 실시간 들여다 보라는 건데 이거 안 하는 건 성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무위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이 많은데 어떤 입장인가.
▶공정위가 4달 만에 거칠게 뚝딱 만들어 법을 우롱하는 것 같다. 미국은 2002년의 ‘경쟁법 현대화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과 상원, 하원에서 각각 4명씩 추천한 12인의 위원이 5년간 활동하면서 토론과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반면 우리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4개월간 논의했고 2개월 후에 공정위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위 위원은 전부 공정위에서 추천했다. 이 모든 과정이 불과 6개월 만에 끝났다. 그러다 보니 어느 측도 인정할 수 없는 개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재계, 시민단체 모두 반발하고 있다. 대한상의, 경총, 중소·중견기업계 등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기존 규제를 강화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지장과 압박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포기 선언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대로 국회에 공을 넘기는 것은 공정위의 무책임한 처사다. 국회에 넘길 것이라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역구 이슈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민원인의 날'을 시작해 지금까지 43회, 1300여건, 2500여명을 상담했다. 3선을 마치며 의정보고서에 지도를 그려서 그간 했던 일을 점으로 찍어둔 것이 있는데, 지도에 찍은 것만 60개가 넘더라. 지도에 찍어두지 않은 수성구 전체 사업까지 하면 더 많을 것이다.

대구와 경북의 발전을 위한 이슈 해결에도 노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대구 유치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장을 맡아 지역을 챙기고 있다.

―지역구 현안 중에 꼭 해결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수성못을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발전시키기 위해 주차장 확보와 문화시설 확충 등이 시급하다. 또 무엇보다 대구통합신공항의 조속한 진행과 취수원 이전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해 2월 통합신공항 이전후보지 선정 이후 지금까지 여러 핑계를 대며 최종 부지 선정을 미루고 있다. 정부의 무성의하고 소극적인 태도에 지역갈등까지 우려된다.

삶의 질을 높이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대구 음식 특구를 중심으로 덜 짜게 먹는 저염식 운동도 추천했었다. 노인분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당뇨 등 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는 사업도 자치단체에 적극 권하고 있다.

―정치인 주호영의 비전과 목표를 말해달라.
▶정치든 방송이든 자극적인 것만 요구한다. 정치가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하니까 그런 속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너무 격조가 없어지는 것 같다. 정치가 지나치게 예능화되고 있다. 정작 우리나라 국민갈등지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고 한다. 터키는 종교갈등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갈등 수준은 심각하다. 사회적 갈등만 잘 해결돼도 1년에 경제성장률이 2%포인트 높아질 것이란 연구도 있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 못하고 확대 재생산 하면서 국가적 역량을 소모하는 일이 너무 많다. 국가 기관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동해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나라가 되도록 그런 계기를 만들어 보고 싶다.


[주요 이력]
△1960년 출생

△대구 능인고, 영남대 법학박사

△대구지법 부장판사

△제17~20대 국회의원(대구 수성구을)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제19대 국회 정보위원장

△제20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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