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까지 '기차로 60시간'…김정은은 왜 사서 고생하나

[the300]참매1호 끝내 신뢰하지 못한듯…北 가장 검증가능한 방식 택해

최경민 기자 l 2019.02.24 09:48
【랑선성(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4일 앞둔 23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 모습. 오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별열차를 타고 이곳을 방문해 승용차로 갈아탄 뒤 하노이로 갈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9.02.23. kkssmm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시간' 대신 '60시간'을 택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의 국경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가, 승용차로 환송해 하노이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육로 약 4500km를 이동하는 대장정. 한반도에서 베트남까지 항공로가 아닌 육로로 이동하는 것은 우리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결정인 게 분명하다.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1호'를 신뢰하지 못하는것은 확실해졌다. 지난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때 싱가포르까지 중국 리커창 총리의 전용기를 빌려탄 것에 이어, 이번에도 '참매1호'를 외면했다. 

정상국가의 지도자로 각인되길 바라는 김 위원장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에 자신의 전용기를 못타고 나오는 상황이다.

'참매 1호'는 1980년대에 도입된 구소련제 일류신 기종(IL-62M)이다. 노후화된 기종으로 장거리 비행이 힘들다. 

비행 범위는 약 3000마일(약 4828㎞) 정도로 파악된다. 한반도에서 약 4700km 떨어진 싱가포르가 '참매1호'가 날아갈 수 있는 한계 거리에 위치한 국가다. 이같은 이유로 지난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이 시작될 때부터, 북측은 '참매1호'가 날아갈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국가에서의 개최를 선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이 스위스나 스웨덴 등을 제시했지만, 북측이 거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중국 항공기를 타고 싱가포르까지 간 것에 대해 이견이 상당했다고 한다. 최고존엄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특별한 국내 위상을 생각했을 때 당연한 반발이었다.

결국 미국이 북측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을 때 "항공기 비행거리 내에 있는 장소"라고 힌트를 줬었다. 그리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로 베트남 하노이를 공식 발표했다. 

평양과 하노이 사이의 직선거리는 약 2760㎞ 정도로 파악된다. '참매1호'의 비행 가능 범위에 들어오는 곳이어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자신의 전용기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붙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선택은 기차였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3일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 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고 공식 보도했다. 

비행기로 5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마다하고 60시간이 걸리는 기차를 택한 것이다. 북측이 최고존엄인 김 위원장의 '경호'를 최우선시 한다는 점에 '참매1호'에 대한 북한 내부의 낮은 신뢰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다시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싱가포르행 당시 북한 내부 반발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취하는 것은 김 위원장의 대내외 위상에 흠집이 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일견 비효율적이지만, 결국 가장 안전한 선택이 기차였던 것이다. 김 위원장의 열차에는 방탄 기능이 완비돼 있어 북측 입장에서 가장 검증가능한 이동 방식이기도 하다.

선대인 김일성·김정일도 기차를 타고 해외에 나갔던 전례가 있는 만큼, 북측 입장에서도 크게 꺼릴만한 선택이 아니다. 선대의 외교행보를 잇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김일성은 1958년 베트남을 방문할 때 중국 남부의 광저우까지 열차로 이동한 후 항공편으로 하노이까지 갔다. 김정일은 2001년 무려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기차를 타고 1주일을 걸려 이동했던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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