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길 마다한 김정은 무려 60시간 열차 여정, 노림수는(종합)

[the300][여기는 하노이]1.비스트가 된 특별열차

김성휘 기자,오상헌 기자,최경민 기자,하노이(베트남)=권다희 기자,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l 2019.02.25 05:32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김정은 60시간·4500km열차 대장정, 무얼 노렸나
① D-1 하노이 입성 예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전용 특별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불과 3~4시간이면 될 항공편을 버리고 장장 60시간, 4500km에 이르는 육로를 택한 배경은 안전과 경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부터 이어져 온 열차 외교의 전통, 북중 동맹 과시 등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23일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 열차로 출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동행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러시아 타스 통신은 출발시각이 이날 오후 5시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등은 이 열차가 한국시간 밤 10시20분경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조중우의교를 통과해 중국 영토로 들어섰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베이징·광저우·난닝 등을 거쳐 26일 새벽 베트남의 중국 접경지역 랑선성 동당시(市)에 도착할 전망이다. 물론 1958년 김일성 주석의 코스를 그대로 따라 광저우에서 내려 하노이까지 항공편을 이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동당행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 의전·경호와 일정 등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7일 동당역 현장을 점검했다. 베트남 당국은 26일 동당∼하노이 국도 1호선 차량통행 전면통제했다.

김 위원장이 전용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직행한다면 26일 오전, 삼성전자 등 경제현장 방문을 먼저 한다면 오후쯤 하노이 숙소에 도착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27~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한다. 아울러 북한 지도자로는 54년 만에 베트남을 공식 방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참매' 있는데 왜? 열차외교 정통성·북중관계 등 포석=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열차 선택은 북중 관계를 과시하는 한편, 신변 안전 등을 고려한 동선으로 풀이된다. 우선 '장거리 열차 외교'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상징이다.

김일성 주석은 사망때까지 중국과 러시아를 각각 25번, 4번 방문하면서 거의 열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베트남을 방문하면서 평양에서 중국으로 열차로 이동, 중국에서 항공기를 타고 베트남으로 갔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린 김정일 위원장도 신변 안전을 위해 집권 기간 중국에 7차례, 러시아에 세 차례 방문할 때 모두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열차를 통해 중국의 남순강화(南巡講話) 루트를 다녀오고, 2002년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당시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왕복 2만여㎞를 24일에 걸쳐 오고갔다.

물론 스위스 유학생활을 경험한 김정은 위원장은 항공기 탑승이 익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특별열차를 택한 건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북한에선 비행기는 아무나 탈 수 있지만, 특별열차는 백두혈통만의 전유물로 통하는 것이다. 열차이동은 김 위원장의 정통성을 과시하고, 선대와 역사와 결부시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의미일 수 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하노이 소재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사진=권다희 기자(하노이)


미국을 압박하면서 북중 친선 관계를 과시하는 양면의 목적도 감지된다. 이틀 넘게 중국 땅을 관통하는 일정은 중국 측이 경호와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도 이를 신뢰했기에 가능하다. 게다가 2월까지는 중국의 설 연휴인 춘제 여파로 교통체증이 극심하다. 동선 결정에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 주요 도시에 내리거나 중국 인사를 만날 수 있다. 중국-베트남이 국경을 접하고 경호상 안전보장에 협조하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열차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면 북한, 베트남, 중국에게 3각 윈윈이 되는 셈이다.

안전 고려하고 세계 이목 집중효과도= 북한 지도자들의 잦은 열차외교는 그만큼 열차가 검증된 이동수단이란 뜻이다. 김 위원장은 이미 두 차례나 중국 방문에 특별열차를 썼다. 반면 김 위원장 전용기인 '참매 1호'는 장거리 비행에 제약이 있는 걸로 평가된다. 게다가 항공기는 이륙 이후 쉽게 위치가 노출된다.

'최고존엄'의 위상을 고려하면 중국 항공기를 두 번 연속 빌리기도 어렵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중국 측 전용기를 빌려 탔다. 당시 이를 두고 북한 내 이견도 있었다고 알려졌다.

대외 과시 효과도 있다. 이번에도 하노이엔 미국 대통령의 전용 방탄차 '더 비스트'가 등장한다. 비스트는 '슈퍼파워' 미국의 국력과 그런 미국을 이끄는 대통령 위상을 상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자랑하듯 비스트 내부를 보여주려 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재회하는 김 위원장은 열차이동을 통해 자신의 특별열차를 북한판 비스트로 만들었다. 실제 이 열차엔 각종 통신·지휘 장비를 갖췄다. 이 열차의 움직임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을 출발, 하노이에 26일 입성할 전망이다.


'움직이는 특급호텔'서 60시간…김정은 특별열차서 '3박'
② 호텔급 시설 갖춰
북한 노동신문은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지난 23일 오후 평양에서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선택은 '특별열차'였다. 중국을 종단해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까지 4500km 거리를 이틀 반 동안 달리는 대장정이다. 3시간쯤 걸리는 항공편을 포기하고 약 60시간이 소요되는 열차편을 택한 셈이다. 중국에서 내리지 않고 베트남까지 내리 달린다면 열차에서 3번을 자야 하는 강행군이다.

김 위원장이 이용한 특별열차는 움직이는 '특급호텔', '외교사령부'로 불리는 특수 제작 기차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탔던 '1호 열차'(DF-0001)처럼 짙은 녹색 바탕에 창문 아래로 노란색 줄무늬가 그어져 있으나 같은 차량은 아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열차는 현재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유품관에 전시돼 있다. 지난해 3월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된 특별열차의 번호판은 'DF-0002'였다. 이번에도 이 특별열차에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상당한 수준의 보안 장비와 호텔급 내부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특별열차 내부에서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갈색 빛깔의 대리석 바닥 양쪽으로 짙은 분홍색 소파가 배치돼 있고, 차창은 베이지색 커튼으로 가려진 모습이었다.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담소를 나누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 북한 노동신문


2014년 2월 조선중앙TV의 기록영화에도 김 위원장이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특별열차 내부에서 회의하는 모습이 나와 있다. 사진 속의 집무실 내부는 벽지와 천장, 조명 등이 모두 흰색 배경으로 꾸며진 모습이었다. 양 옆으론 고급 소파가 배치됐고, 벽걸이 TV 등도 설치돼 있다.

안전·보안·통신 장비의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김정일 위원장 방러 당시 동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콥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특사는 저서에서 "특별열차 바닥엔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다"며 "영화 감상과 전자지도로 쓰이는 스크린도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이동 기간 하노이 현지에서 미국 실무팀과 협상 중인 북한 의제·의전팀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신 위성통신장비가 탑재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온다…영빈관 '레드카펫'·北 경호진 포착
③김창선, 메트로폴 또 찾아..경호인력 멜리아 숙박할 듯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북미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이하 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을 준비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 총괄자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재차 방문했고, 북한 경호인력이 이날 오전 입국해 멜리아 호텔에 짐을 풀었다.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엔 레드카펫을 깔고 대형 그림이 운송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김창선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5분 경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측 실무자로 보이는 당국자들도 동행했다.

김창선 부장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면서도 호텔 내 정원을 둘러보는 등 꼼꼼한 모습을 보였다. 호텔 내에서 취재진이 따라 붙자 박 부위원장이 ‘뭐 하시나. 멈추시라'(Stop! What are you doing)'며 신경질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문으로 들어 온 북한 의전 실무팀은 호텔 뒤편의 회의실로 들어가 약 2시간 동안 머무른 뒤 오전 11시 50분 경 영빈관으로 복귀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동선 등 경호·의전을 최종 논의한 걸로 보인다.

김창선 부장 등 북한 의전팀이 메트로폴 호텔을 찾은 건 전날에 이어 여섯 번째다. 메트로폴 호텔은 27~28일 북미 정상이 만나는 회담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북한 의제·의전 실무협상 당국자들의 숙소인 영빈관에서도 오전부터 정원을 손질하고 도색을 하는 등 ‘단장’에 분주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오전 한 때 영빈관에 레드카펫을 까는 모습도 보여 김 위원장의 숙소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후엔 대형 그림이 영빈관 안으로 운송되는 모습도 목격됐다.

영빈관은 수일 전부터 내부 공사를 진행했으며 유력 회담장인 메트로폴과는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인접해 있어 김 위원장의 숙소로 사용될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돼 왔다.

메트로폴 호텔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멜리아 호텔은 이날 하노이에 입국한 북한 측 경호인력들의 숙소로 사용될 전망이다.

베트남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께 김 위원장의 경호원 약 100명을 태운 북한 측 수송기가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26일께로 전망되는 김 위원장의 베트남 입국을 전 경호인력이 우선 들어온 것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멜리아 호텔로 이동했으며, 이날 오후 1시~2시 사이 6~12명씩 짝을 이뤄 멜리아 호텔 1층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했다. 호텔 측은 북한 경호인력들이 들어간 식당 안쪽을 취재진이 들어가려 하자 '자리가 없다'며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에 앞서 경호 담당자인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이날 오후 1시 20분경 멜리아 호텔에서 빠져 흰색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3일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 열차로 출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과 함께다.

김창선 부장이 17일 베트남과 중국의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을 점검했고, 베트남 당국이 26일 동당시~하노이 도로를 통제한 것을 미뤄 짐작하면 김 위원장이 26일 오전께 동당역까지 열차를 탄 뒤 승용차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고승민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3일 앞둔 24일 오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현지 언론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2.24. kkssmm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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