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하노이]김정은 '68시간 대장정'…북미 핵담판 개막

[the300]특별열차+전용벤츠로 하노이 이동, 향후 일정은

하노이(베트남)=김평화, 최경민 기자 l 2019.02.26 16:17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 도착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68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하노이 대장정'에 걸린 시간이다. 이제는 본선. 북핵을 의제로 한 북한과 미국의 담판이 펼쳐진다.

26일 오전 10시57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 정문.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 벤츠에서 내려 땅에 발을 내딛었다. 23일 오후 4시30분쯤 평양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출발한 후 약 68시간30분 만이다.

김 위원장을 태운 기차의 종착역은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13분 동당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차만 총 65시간40여분 탄 셈이다.

김 위원장이 기차를 선택한 것을 두고 △'최고존엄' 김 위원장의 안전 보장 △북중 우호관계 과시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경협 재개 우회적 압박 등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오전 8시22분쯤 열차에서 내렸다. 레드카펫 위로 베트남 땅을 처음 밟았다.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55년만에 베트남 땅을 밟은 것이다.
26일 베트남 동당역에서 북한 경호원이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할 벤츠차량과 마이바흐 차량 옆에서 철통 경호를 펼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여동생이자 비서실장격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그보다 먼저 열차에서 내렸다. 김 위원장의 동선을 챙기기 위해서다. 김영철·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외교안보라인이 수행단으로 동행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 뒤를 따랐다.

베트남 정부는 군 의장대 사열과 고위 당국자의 약식 환영행사로 김 위원장 방문을 환영했다. 베트남 국기와 인공기를 양손에 든 시민들도 환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오전 8시27분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 올라탔다. 동당역을 떠나 하노이로 향했다. 하노이에는 오전 10시41분 입성했다. 16분 뒤 멜리아 호텔에 도착했다. 차량 이동 시간은 2시간30분.

당초 김 위원장이 하노이로 들어오는 길에서 특정 지역을 시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호텔로 바로 이동했다. 하루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에 집중하면서, 68시간30분간 쌓인 여독을 푸는 데 집중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하노이로 향하는 국도 1호선 주변에는 박장의 베트남전 참전 북한군 묘역, 박닌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이 있다. 김 위원장이 27~28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베트남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삼성전자 공장 등을 찾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5일 북한 실무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정부게스트하우스(영빈관)에서 관계자들이 조경시설을 정비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면은 27일 저녁 이뤄진다. 앞서 백악관은 27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일대일 환담'과 '만찬'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만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동행한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회담의 선례에 비춰보면 김 위원장은 김영철·리수용 부위원장을 대동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할 수도 있다.

만찬 장소는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또는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오전 오페라하우스에는 경호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페라하우스 측은 26~28일 저녁 6시 '마이 빌리지'(my village)라는 공연을 정상진행한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27일 북미 정상 간 만찬 계획이 잡혀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계획이 없다"고만 답했다.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등 북측 실무팀이 머물고 있는 영빈관도 한산한 분위기다. 영빈관 앞뜰을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회담 이튿날인 28일에는 양 정상 간 본격 담판이 진행된다. 단독 회담과 오찬, 확대 정상회의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북미 정상이 28일 여러 차례 회담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하노이 소재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사진=권다희 기자



회담장으론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이 거의 확정적이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 카펠라 호텔에서 산책을 같이 한 것처럼 친교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 평화 정착의 후속조치가 담기는 공동 합의문의 문구는 두 정상의 단독 회담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미 약속한 영변 핵폐기 시설 외에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동결과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작성에 합의할지가 관건이다.

26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입구에는 레드카펫이 깔려져 있었다. '귀한' 손님의 방문을 암시한다.

현재 호텔 곳곳엔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됐다. 실탄을 장전한 총을 멘 군인도 상당수다. 'SECURITY(보안)' 표찰을 단 요원들이 폭발물 탐지견들을 데리고 주변을 탐문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아직 이곳을 회담장소로 한다는 공식 발표가 난건 아니지만 정황상 유력하다. 메트로폴 호텔 관계자는 "맞다 아니다 확인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의전 총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6일 베트남에 입국한 후 이 곳을 9차례 방문해 시설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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