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일기]30m 앞에 김정은이…

[the300]북한 대사관서 첫 공식일정, 베트남 사람들엔 '축제'

하노이(베트남)=김평화 기자 l 2019.02.26 22:03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 도착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베트남 하노이 도착 이틀째인 26일. 본격적인 '평화' 일정이 시작됐다. 이른 아침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움직였다. 하노이 시내는 분주해졌다. 갑작스레 교통량이 증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가 막혔다. 영문도 모른채 갇혀버린 차 주인들은 차를 두고 내렸다. 오토바이들은 방향을 돌렸다.

베트남 시민들이 시원하게 뚫린 도심길을 양쪽에서 감쌌다. 밧줄로 통제하긴 했지만 꼭 길을 건너야 하는 사람은 건널 수 있게 해줬다. 딱딱한 분위기는 아녔다.

시민들은 성조기, 인공기, 그리고 베트남 국기를 양손에 들었다. 축제를 즐기는 듯했다. 웃으며 '셀카'를 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에게 김 위원장의 등장은 즐기기 좋은 이벤트였다.

퍼레이드쇼 같았다. 활주로처럼 뻥 뚫린 길로 경호 오토바이들이 먼저 입장했다. 웅장한 검은색 SUV 여러 대가 뒤를 따랐다. 그리고 등장한 김 위원장의 전용 벤츠. 시민들은 환호했다. 뒤따라 입장한 장갑차들은 보너스(?)였다.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휴식을 취했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68시간. 꼬박 열차로 달렸으니 피곤할만도 했다. 취재진도 일단 숨을 돌렸다.

잠시였다. 김 위원장이 언제 자리를 옮길 지 몰랐다. 동선은 철저히 비공개였다. 베트남 주석을 만나러 주석궁으로 갈 지 북한 대사관을 갈 지 예측불허였다.

오후 2시30분쯤 멜리아 호텔 앞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현지 경찰들은 취재진을 뒤로 물리고 펜스 위치를 옮겼다. 어딘가로 외출한다는 신호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가운데 경호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현지 소식통이 오후 5시 북한 대사관 방문이 유력하다고 귀뜸했다. 곧바로 '그랩' 오토바이를 잡아타고 대사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니 도로 통제를 준비하는 현지 경찰·군인들이 여럿 보였다. 대사관을 향하는 도로 양쪽엔 오전과 마찬가지로 밧줄이 설치됐다. 북한 대사관은 김 위원장 방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후 5시쯤 김 위원장의 벤츠와 수행·경호차량 15대가 도착했다. 다른 차들이 벤츠를 감쌌다. 김 위원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펜스에 몸을 기댔다. 30m쯤 앞에 김 위원장 차가 있었다. 왼손엔 휴대폰, 오른손엔 카메라를 들고 50분 정도 기다렸다. 안에서 몇 번의 환호성 끝에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왼손으론 동영상을, 오른손으론 사진을 촬영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첫 일정으로 하노이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 방문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첫 만남. 군 복무 시절엔 '적'이었던, 영화 속 인물처럼 여겼던 인물을 처음 본 순간이다. 실현 불가능한 '관념'이라고 치부했던 일들이, 머잖아 오늘처럼 눈앞에 다가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촬영물을 전송했다. 그 사이 김 위원장 일행은 대사관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교통통제가 풀렸다. 통제됐던 북한 대사관 앞 약 200m 도로엔 오토바이와 차들이 다시 뒤엉켰다. 여느 하노이의 화요일 밤으로 돌아가는 건 1분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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