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정치인, 황교안 인생 3막…가장 싫어하는건?

[the300][런치리포트-황교안 사용설명서]①장면으로 본 황교안…반공 공안검사의 승부수

백지수 기자, 강주헌 기자 l 2019.03.05 18:50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하 '황교안')의 삶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업(業)의 속성에 따라 △공직자 △반(半)정치인 △정치인 등이다. 정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꼽히는 황교안의 인물됨을 추측할 수 있는 장면과 발언들을 꼽아봤다. 

◇인생 1막 : 공안통 검사에서 국무총리까지 - 싸움의 연속

#"이거 뭐하는 겁니까!" 2016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문 시간. 평정심을 유지하던 '국무총리' 황교안의 언성에서 노기가 느껴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가 발행한 오방색 끈과 달력에 샤머니즘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며 황교안 앞에 던지듯 전달하자 호통이 터졌다.

정치 신인 황교안이 당권에 도전하자 쏟아진 우려 중 하나가 싸움을 잘 할 수 있느냐였다. 제1야당 당 대표 자리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투쟁력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 이미지는 거친 언행과는 거리가 먼 '품격 있는 보수'였다. 

하지만 황교안의 공직자 시절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말기 국무총리로서, 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야당의 공세에 지속적으로 방어하고 싸워야만 했다. 총리 시절에도 각종 쟁점 법안에 기본적으로는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바를 위해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난한 집안형편 탓에 어린시절은 환경과 싸움이었다. 공직 생활 대부분은 검사로서 매일매일이 전투였다. 공안검사였던 만큼 각종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여론과 싸워야 하는 상황도 많았다. 스스로도 지난해 말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수사 업무는 그 자체로 투쟁이고 싸움"이라며 "업무 특성상 (수사 외적인 부분과도) 많은 싸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2005년 강정구 교수 사건 수사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의 한 축에 있기도 했다. 국보법 수호론자인 황교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공개 지지한 가운데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과 반대편에 섰다.

보수 성향 공안검사로서 이념 투쟁은 필연이었다.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는 황교안에게 절대 가치다. '반공주의'는 당연한 귀결이다. 2014년에는 법무부장관으로서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의 최후 변론인으로 나섰다. 당시 황교안은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이라며 "통진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말했다.

◇인생 2막 : 정계 잠룡 황교안…관심사는 '청년'

"우리 사회에 꿈과 비전이 없어져 안타깝다. 공직을 물러나서도 비전 얘기를 많이 했다. 저는 공직에 근무하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노력해 왔다.…(중략)…기성세대가 먼저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청년들 문제를 듣고 물어서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7일 자서전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

2017년 5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황교안은 민간인이었지만 자의반타의반 정치인의 삶을 살았다. 권한대행 시절부터 보수권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돼 왔던 만큼 정치적 행보는 늘 주목 대상이었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20대 대선주자 후보 등으로서 각종 여론조사에 이름이 올랐다.


황교안이 본격적으로 정치권 탐색을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다. 고민의 출발점은 '청년'이었다. 출판기념회의 제목도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였다. 정작 출판기념회 현장에는 중노년층이 더 많았지만 청년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황교안의 의지만은 분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2030 청년들이 직접 주최한 '청신호 포럼' 등을 찾기도 했다.

◇인생 3막 : '정치인 황교안'…비전 구체화 숙제, 가장 싫어하는건 '가짜뉴스'

"앞으로 최고위원들과 합은 어떻게 맞추실 건가요." / "잘!"

지난달 28일 황교안의 당 대표 취임 첫날, 첫 최고위를 주재한 황교안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황교안은 향후 계획과 관련 '어떻게'를 묻는 대부분의 질문에 "잘하겠다"고만 답했다.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한 기자들의 실망스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정치인 황교안'이 대권까지 노리기 위해선 디테일을 장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취임 초반이라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인 정책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은 필수다.


다만 원래 말을 아끼고, 언론 앞에서는 더욱 말을 조심하는 스타일이긴 하다. 검사시절 선배였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 때문에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걸 보고 느낀바가 컸다.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이 아닌 곳에서 기자들이 등장해 질문을 하는 것도 매우 꺼린다. 가장 싫어하는걸 물어보면 '가짜뉴스'라고 답한다. 기자들에게도 곧잘 "가짜뉴스 쓰시면 안 된다"고 농담섞인 말을 종종 건넨다. 수년 전부터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머리가 가발'이라는 소문은 최근 적극 해명했다. 지난달 설명절 연휴 기간에 진행된 기자단 오찬에서는 질문이 나오자 "직접 만져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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