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사용설명서

[the300][종합]장면과 #해시태그로 본 '인물 황교안'

백지수 기자, 강주헌 기자 l 2019.03.06 05:14
공직자→정치인, 황교안 인생 3막…가장 싫어하는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하 '황교안')의 삶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업(業)의 속성에 따라 △공직자 △반(半)정치인 △정치인 등이다. 정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꼽히는 황교안의 인물됨을 추측할 수 있는 장면과 발언들을 꼽아봤다. 

◇인생 1막 : 공안통 검사에서 국무총리까지 - 싸움의 연속

#"이거 뭐하는 겁니까!" 2016년 11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문 시간. 평정심을 유지하던 '국무총리' 황교안의 언성에서 노기가 느껴졌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정부가 발행한 오방색 끈과 달력에 샤머니즘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며 황교안 앞에 던지듯 전달하자 호통이 터졌다.

정치 신인 황교안이 당권에 도전하자 쏟아진 우려 중 하나가 싸움을 잘 할 수 있느냐였다. 제1야당 당 대표 자리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투쟁력이 요구되는 자리라는 점 때문이다. 일반적 이미지는 거친 언행과는 거리가 먼 '품격 있는 보수'였다. 

하지만 황교안의 공직자 시절은 싸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말기 국무총리로서, 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야당의 공세에 지속적으로 방어하고 싸워야만 했다. 총리 시절에도 각종 쟁점 법안에 기본적으로는 야당의 협조를 요청하면서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바를 위해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가난한 집안형편 탓에 어린시절은 환경과 싸움이었다. 공직 생활 대부분은 검사로서 매일매일이 전투였다. 공안검사였던 만큼 각종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여론과 싸워야 하는 상황도 많았다. 스스로도 지난해 말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수사 업무는 그 자체로 투쟁이고 싸움"이라며 "업무 특성상 (수사 외적인 부분과도) 많은 싸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2005년 강정구 교수 사건 수사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의 한 축에 있기도 했다. 국보법 수호론자인 황교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를 공개 지지한 가운데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과 반대편에 섰다.

보수 성향 공안검사로서 이념 투쟁은 필연이었다. 안보와 자유민주주의는 황교안에게 절대 가치다. '반공주의'는 당연한 귀결이다. 2014년에는 법무부장관으로서 헌법재판소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의 최후 변론인으로 나섰다. 당시 황교안은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이라며 "통진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고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고 말했다.

◇인생 2막 : 정계 잠룡 황교안…관심사는 '청년'

"우리 사회에 꿈과 비전이 없어져 안타깝다. 공직을 물러나서도 비전 얘기를 많이 했다. 저는 공직에 근무하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 노력해 왔다.…(중략)…기성세대가 먼저 청년들에게 다가가고 청년들 문제를 듣고 물어서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7일 자서전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

2017년 5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황교안은 민간인이었지만 자의반타의반 정치인의 삶을 살았다. 권한대행 시절부터 보수권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돼 왔던 만큼 정치적 행보는 늘 주목 대상이었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20대 대선주자 후보 등으로서 각종 여론조사에 이름이 올랐다.



황교안이 본격적으로 정치권 탐색을 시작한 건 지난해 하반기다. 고민의 출발점은 '청년'이었다. 출판기념회의 제목도 '황교안, 청년을 만나다'였다. 정작 출판기념회 현장에는 중노년층이 더 많았지만 청년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황교안의 의지만은 분명했다. 지난해 말에는 2030 청년들이 직접 주최한 '청신호 포럼' 등을 찾기도 했다.

◇인생 3막 : '정치인 황교안'…비전 구체화 숙제, 가장 싫어하는건 '가짜뉴스'

"앞으로 최고위원들과 합은 어떻게 맞추실 건가요." / "잘!"

지난달 28일 황교안의 당 대표 취임 첫날, 첫 최고위를 주재한 황교안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황교안은 향후 계획과 관련 '어떻게'를 묻는 대부분의 질문에 "잘하겠다"고만 답했다.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한 기자들의 실망스런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정치인 황교안'이 대권까지 노리기 위해선 디테일을 장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취임 초반이라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구체적인 정책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은 필수다.


다만 원래 말을 아끼고, 언론 앞에서는 더욱 말을 조심하는 스타일이긴 하다. 검사시절 선배였던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기자들 앞에서 한 말 때문에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걸 보고 느낀바가 컸다.


기자회견 등 공식 석상이 아닌 곳에서 기자들이 등장해 질문을 하는 것도 매우 꺼린다. 가장 싫어하는걸 물어보면 '가짜뉴스'라고 답한다. 기자들에게도 곧잘 "가짜뉴스 쓰시면 안 된다"고 농담섞인 말을 종종 건넨다. 수년 전부터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머리가 가발'이라는 소문은 최근 적극 해명했다. 지난달 설명절 연휴 기간에 진행된 기자단 오찬에서는 질문이 나오자 "직접 만져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1야당 접수한 고물상 막내…#해시태그로 보는 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이하 '황교안')는 개천에서 용난 전형적 인물이다. 성공한 엘리트 보수로서 결함 없는 이미지가 보수층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황교안을 설명하는 수식어와 해설을 'ㄱㄴㄷ' 해시태그(#)로 정리해봤다.



◇#공안검사

제23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13기다. 대표적 공안검사다. '국가보안법 해설'을 저술해 '미스터 국보법'이라는 별명도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국가정보원 도청사건 수사 등을 진행했다. 현 정부 임명 인사 중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조희대 대법관이 사시·연수원 동기다. '드루킹' 특검을 이끈 허익범 특별검사와는 연수원 동기다.

◇#노무현

지난해 발간한 자서전 '황교안의 답'에서 노무현 정부와 맞선 것을 "검사장 승진에 걸림돌이 됐을 수 있다"고 회고했다. 강정구 교수 국보법 위반 수사 과정에서 국보법 폐지를 주장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맞섰던 것. 구속수사를 주장한 황교안 수사팀에 맞서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현 민주평화당 의원)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됐다.

◇#대통령_코스프레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2016년 12월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코스프레(행세)한다"며 국회 출석에 대통령 수준의 의전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황교안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불쾌함을 나타냈다.

◇#러브

황교안의 첫 연애 상대가 지금의 아내라고 한다. 사법연수원 연수생 시절 16살 위 큰 형수의 소개로 아내 최지영 나사렛대 상담학과 교수를 만났다. 황교안은 저서에서 아내를 만나자마자 "번개를 맞은 듯 첫눈에 반했다"고 회상했다. 큰아들이 '허니문베이비'라고 한다.

◇#막내

황해도 출신 고물상집 3남3녀 6남매 중 막둥이다. 큰누님과 관계가 특히 좋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저서에서 황교안은 큰누님이 알사탕 2개값 10환으로 어릴 적 자신을 꾀어내 교회에 데려갔다고 밝혔다.

◇#박근혜

황교안은 총리 임명 당시 '코드인사'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박근혜 전 대통령 입맛에 맞는 사고를 가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황교안의 입장에 시선이 쏠렸다. 탄핵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엑스(X)'라고 했다. 사법부 판단에 대한 불복 논란이 나오자 "세모(△)였다"고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서울총리

'서울총리'는 황교안의 총리 시절 별명이다. 정부청사는 세종에 있는데 대부분 일정을 서울에서 소화해 뒷말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다른 별명은 '의전총리'. 2016년 KTX오송역에서 의전 차량의 주차공간을 확보하려 시내버스를 몰아내는 등 과잉 의전 논란이 일었다. 

◇#음악

황교안은 고등학생 때 KBS '우리들의 새 노래'라는 작곡 경연 프로그램에 '오솔길'이라는 곡을 출품했다. 가수 정미조가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톱'이라는 악기도 다룰 줄 알아 가수 서유석의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색소폰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검사 시절 해운대 한 카페에서 색소폰을 배워 음반도 취입했다.

◇#재수

명문 경기고 출신 황교안은 재수해서 성균관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많은 경기고 출신 동년배가 서울대를 갔던 것과 비교된다. 학생회장을 맡는 등 모범생으로 불리던 황교안은 이를 저서에서 "생애 최초의 시련"이라고 표현했다.

◇#친황(친 황교안계)

황교안이 당내 계파를 없애겠다고 했지만 추경호·박완수 의원 등을 대표적인 '친황(친황교안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추 의원은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으로 '황 총리'와 일했다. 지난해 9월 '황교안의 답' 출판기념회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4일부터는 '황 대표'를 전략부총장으로서 보좌한다. 박 의원은 황 전 총리가 경남 창원지검장으로 있던 2009년 창원시장으로 연을 맺었다.

◇#크리스천

서울 양천구 성일교회 전도사다. 사법연수원 시절 신학교를 다녔다. 어머니와 큰 누나 등이 이 교회 교인이었다. 아내 역시 기독교인이다. 

◇#테니스

1997년 사법 연수원 교수 시절부터 꾸준히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검사 시절 직접 테니스 동호회도 만들었다고 한다.

◇#피부병

황교안이 병역 면제를 받은 이유다. '만성 담마진'이라는 질환 탓이라고 본인이 여러차례 밝혔지만 계속 공세 대상이 된다. 

◇#황대만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의 준말. 황교안이 19대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2017년 등장한 '팬덤'이다. 황교안의 19대 대선 불출마 선언 이후 조직이 흩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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