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이승만 전 대통령이 3.1운동을 지시하고 기획했다?

[the300]'3·1운동 기획 밀서' 사료는 현재 전무…검증결과 "사실로 입증 어렵다"

이의진 인턴기자, 이재원 기자 l 2019.03.10 07:30



전광훈 목사는 지난 1일 한국기독교총연합가 주최한 3.1운동을 기념한 범국민대회에서 "3·1 독립운동은 이승만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 역시 3·1운동의 기획자를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지칭하고 있다. 3·1운동이 기획되던 1919년 초 이 전 대통령은 미국에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떻게 국외에 있던 이 전 대통령이 국내의 거국적 운동을 조직했다는 것일까.

이 전 대통령이 3·1운동을 기획했다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밀서'다. 1918년 12월, 워싱턴DC에 머물던 이 전 대통령이 3·1운동을 조직한 것으로 알려진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 등 중앙학교의 인물들에게 국내 구국운동을 일으켜 달라는 밀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증대상]

이 전 대통령이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에게 밀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3·1운동을 직접 기획했다는 '이승만 3·1운동 기획설'.

[검증 방식]

1985년 출간된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 등 김성수 평전에서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밀서를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김성수와 함께 밀서를 받았다는 현상윤의 회고록 역시 확인했다.

[검증과정]

◇'3·1운동 밀서'의 출처는 1985년에 출판된 김성수 평전

'이승만 기획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김성수 평전인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1985, 동아일보사)에 담긴 일화를 인용한다.

당시 중앙학교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성수, 송진우, 현상윤이 대규모의 국내 운동을 일으키라는 이승만의 밀서를 받고 조국독립의 정신을 각성, 거국적 독립운동을 준비했다는 내용이다.

2012년에 출판된 또다른 평전 '인촌 김성수의 삶'(나남)에서도 이 내용이 수록돼 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 결과 저자는 밀서 관련 내용이 처음 언급된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를 참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밀서 일화는 1985년에 출판된 <인촌 김성수의 사상과 일화>를 뿌리로 한다. 하지만 이 평전에서 밀서 일화의 출처 등은 명시돼 있지 않다.

◇다른 평전에 '밀서'는 없다

인촌기념회에서 1976년에 출판했던 '인촌 김성수전'엔 관련 내용이 없다. 책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규식이 조선민족 대표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성수 등이 숙의 끝에 국내에서도 독립운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998년에 출판된 '문화민족주의자 김성수'에서도 "중앙학교 3인방이 이승만과 김규식이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다는 사실에 고무돼 국내 독립운동을 구상하게 됐다"고 서술돼 있다.

2009년에 출판된 '대한민국 부통령 인촌 김성수 연구'도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풍조가 국내·외로 퍼지는 등 정세 변화에 따라 김성수는 천도교와 손잡고 일을 성사시키는 것은 시대적 과제로 여기게 됐다고 밝힌다.

대부분의 평전에선 김성수 등 3·1운동 초기 주도세력이 이 전 대통령과 김규식이 민족대표로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한다는 소식에 자극을 받은 수준으로만 서술하고 있다. 밀서를 통해 직접적으로 3·1운동 조직에 관여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밀서 수령자' 회고록에도 밀서는 없다

밀서를 받았다는 당사자 중 현상윤의 회고록 '기당 현상윤 전집 4권 사상편'에도 밀서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현상윤은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선언 이후, 미주에서는 이승만 외 2명이, 상해에서는 김규식이 강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파리로 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유학생들이 독립선언을 외쳤다는 것을 들었다"며 "그러나 이것은 모두 국외의 운동이니, 중앙학교의 3인은 국내에서 대규모의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오영섭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연구교수는 이같은 '밀서론'에 대해 "사료로 증명이 안 되는 부분"이라 못박았다. 오 교수는 "김성수 평전에 실린 일화가 이 전 대통령의 3·1운동 기획설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음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다"며 "사실로 증명되기 위해선 명확한 사료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사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이승만이 밀서를 통해 직접 3·1운동을 지시하고 기획했다"는 주장은 현재까지의 연구로는 근거 자료를 찾을 수 없다. 사실로 입증이 불가능하며 진실로 통용될 수 없는 정보인 탓에 '대체로 거짓'에 가깝지만, 판단 근거가 명확치 않아 '판단 유보'로 판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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