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3·8 개각’과 ‘전열 정비’

[the300]

박재범 정치부장 l 2019.03.11 04:00

2019년 3월. 여권은 탄핵 2년보다 총선 D-1년을 느낀다. 표면적으로 자유한국당을 비롯 보수를 향해 공세를 벌이지만 최소한에 그친다.

정작 물밑 화두는 ‘전열 정비’다. 내년 총선을 앞둔 밑그림 그리기다. ‘3·8 개각’으로 그 작업은 본격화됐다. ‘3·8 개각’은 전적으로 ‘총선용’이다. 총선을 빼면 다른 개각 요인, 컨셉, 키워드 등을 찾기 어렵다.

여권 인사는 “선수 교체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각으로 물러나는 7명의 장관 중 4명은 현역 의원이다. 전직 의원 1명을 포함하면 5명이 정치인이다. 남은 2명중 1명은 총선 출마 경험자고 또다른 1명의 경우 총선 차출설이 파다하다. 어찌보면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정됐던 수순이다. 

그 시기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총선을 앞둔 개각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내각에 있는 정치인들을 굳이 1년전에 빼진 않는다. 선거가 4월에 있는 만큼 정기국회가 끝나는 전년 12월 교체가 일반적이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가 총선용 개각을 단행한 게 2015년 12월21일. 의원 출신 장관이던 최경환·황우여도 그 때 돌아갔다. 관료 출신 장·차관을 차출할 때도 공직 사퇴 시한(총선 90일전)에 임박해서야 당에 보내줬다. 

다른 여권 인사는 “타이밍으로 보면 약간 빠른 교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1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사 청문 절차 등을 고려하면 개각 마무리 시점은 4월이다. 의원 출신 장관들의 컴백 시점이 ‘D-1년’에 맞춰진다. 여당이 그리는 전열 정비 시점인 셈이다. 

여당은 전열 정비로 약점 보완을 꾀한다. 현재 여당 지지율은 완만한 하락세다. 경제, 안보, 세대, 성별 등을 비롯 현안을 고려하면 반등이 쉽지 않다. ‘이해찬 체제’는 강고하지만 상대적으로 역동성이 떨어진다. 반면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의 강점은 젊음과 역동성이다. 여당은 이를 흡수한다. 

개각 전날인 7일 저녁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청와대 1기 참모진과 ‘비공개’ 회동했다. 비공개인데도 사실상 널리 알렸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이 회식 후 여의도 거리에 서서 자연스레 담소를 나누는 사진이 찍힌다. 이 몇 장면이 여당의 역동성으로 전환된다. 

한 달 뒤 문재인 정부 1기 장관 출신 의원들이 같은 모습을 연출하면 또다른 맛이 전해진다.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그나마 정치인 출신 장관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다. 

김부겸·김영춘·김현미·도종환 등은 분야별 괜찮은 성적표를 갖고 복귀한다. 이들은 지역별로도 TK(대구경북·김부겸)·PK(부산경남·김영춘)·경기(김현미)·충청(도종환) 등 고르게 나뉜다. 국정운영 경험은 새로운 무기다. 야당의 총선 전략이 바람과 정권 심판이라면 여당은 결국 국정운영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관심도 이들에게 쏠린다. ‘3·8 개각’인데 입각 대상자가 아닌 퇴각 대상자가 주목받는다. ‘그들이 돌아오면…’이 대화 주제다. 내각은 ‘페이드 아웃(fade out)’되는 한편 스포트라이트는 당으로 집중된다. 

여당 한 의원은 “어벤져스처럼…”이라고 했다. 차기 후보군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여당을 받쳐줄 10여명 인사들에 대한 기대다. 하지만 어벤져스도 작은 오해, 사소한 갈등 속 갈라지곤 한다. 여당이 1년 뒤 총선까지 대오를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당장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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