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화장실만 10분 넘게 '긴 줄'…남자는 '프리패스' 특권?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여성화장실 확대法 '(공중화장실법개정안)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김하늬 기자 l 2019.03.19 05:05

16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에 간이 화장실이 설치돼 시민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2014.8.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회는 2012년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의원회관 신관을 신축했다. 증축한 의원회관 내 공중화장실은 모두 78개. 새로 지은 남성화장실은 소변기 4개·대변기 4개, 여성화장실은 대변기 8개가 설치돼 있다.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 ‘8’ 의 비밀은 바로 공중화장실법에서 찾을 수 있다. 


법은 공중화장실의 경우 남녀화장실을 구분하고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ㆍ소변기 수의 합 이상, 즉 1:1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라고 규정한다. 

수용인원이 1000명이 넘는 공연장이나 스포츠경기장, 공원, 관광지 등 다중이용시설은 여성화장실 변기를 더 늘려 남녀변기 비율을 1:1.5 이상 되도록 운영해야 한다. 명절과 휴가철에 이용객이 폭증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중화장실도 마찬가지다.

법은 의외로 ‘디테일’하다. 공중 화장실 면적은 33㎡ 이상이어야 한다. 변기의 최소구비 수량도 법에 따라 갖춰야 한다. 소변기의 가림막 설치, 수세식 변기 설치, 심지어 대변기 출입문은 안여닫이로 만들어야 하는 것도 법 규정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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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1:1 비율이 적용되는 남성화장실은 대변기 2개 이상과 소변기 3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1:1.5 비율을 적용받는 남성화장실은 대변기 2개와 소변기 3개 이상, 여성 화장실은 대변기 8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2004년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되면서 세부 규정이 탄생했다. 과거 ‘여성화장실이 없는 건물이 있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성화장실에 비해 현저히 부족했던 실정을 반영하기 위해 ‘남녀변기 1대1’ 비율이 생겼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성은 줄을 안서고, 여성은 길게 줄을 서는 공중화장실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줄 없는 화장실’은 여전히 남성들의 특권이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중화장실법 개정안은 ‘여성화장실 확대법’이다. 남성 대비 여성 대변기 비율을 높이고 변기 수를 장소의 특성이나 용도, 면적, 이용자 수를 고려해 설치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자치단체장은 실태조사를 의무적으로 해 공중화장실 수급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 대형 국제대회를 유치하면서 공중화장실도 위생과 조경등의 측면에서 ’화장실 혁명‘이라 불릴 만큼 양적·질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성 변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이나 여름 휴가철이 되면 어김없이 고속도로 휴게소 여성화장실 앞엔 끝도 없는 긴 줄을 선다. 프로야구 경기장이나 대규모 콘서트 공연장도 마찬가지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공중화장실을 포함해 개방·이동·간이화장실에 설치된 남성용 변기는 36만여 개인 반면 여성용은 22만 개다. 여성용 변기 수는 남성의 약 62%에 불과하다. 

개정안은 여성의 평균 화장실 사용시간이 생리적·사회문화적 이유로 남성에 비해 약 2배 길어 여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 변기 개수가 남성보다 적다는 면에 주목한다. 화장실 사용의 남녀평등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 법은 타당한가?= 문제는 변기 개수가 아니라 공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중화장실은 법적 크기만 지키면 면적 활용은 자유롭다. 공중화장실법이 만들어진 후 남성화장실은 소변기 개수가 확 줄어 널찍해진 반면 여성화장실은 상대적으로 협소해졌다. 공간은 그대로 둔 채 변기 개수를 법에 따라 맞추다보니 남성화장실은 넓어지고, 여성화장실은 좁아진 것이다.

올해 9월부터 변경되는 공중화장실 설치기준은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 현재 수만 명이 이용하는 건물이라도 남성용 대변기 2개, 소변기 3개, 여성용 대변기 8개라는 시행령 최소기준만 충족하면 된다. 

정부는 지자체의 자율성 확대를 취지로 시행령을 개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의무 설치 규정이 사라지고 설치 비율 규정만 남을 것으로 보인다. 건물을 증축하거나 개축할 때 여자 화장실의 변기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남자화장실의 변기수를 줄이는 편법이 생길 가능성도 적잖다. 최소 의무설치 규정 삭제에 대한 보완이 따르지 않으면 개정안의 효과는 없을지도 모른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개정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모든 공중화장실에 일괄적용하기 보다는 여성이용 비율이 높은 시설에 대해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은 건축물 용도별로 구분한 뒤 이용자수에 따라 변기 설치 기준을 권고한다. 극장, 전시회장, 도서관은 남성 125명당 변기 1개, 여성은 65명당 1개다. 주점·레스토랑의 경우 남성 여성 모두 75명당 1개와 같은 방식이다. 

영국은 상점의 경우 이용객 성별 비율은 남성 35%, 여성 65%으로 산정한 뒤 대변기의 경우 남성은 500명당 1개, 여성은 100명당 1개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중국도 건축물의 용도와 이용자수에 따라 화장실 변기 설치 수량을 다르게 하고 있다. 상가의 경우 남성용과 여성용 변기 비율은 1:2이다.
서울시교육청 시민참여 현장검증단이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휘경공고에서 낙후된 화장실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시민, 시설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검증단은 16일까지 320여개 학교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교육환경 개선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반영할 계획이다. 2016.7.1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국 이용자수가 기준이 돼야 한다. 건물의 용도나 입점 시설의 종류에 따라 방문객의 주요 성별이나 이용자수가 다르고 화장실 사용 빈도도 다르다. 최소 설치 의무 수량과 남녀별 비율만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보다 용도와 이용자수에 따라 세분화해 정할 필요가 있다. 

재래시장, 음식점, 터미널, 숙박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공중화장실에 대한 새로운 시설기준을 만들고, 극장, 운동장 등 여성비율이 높아진 건물의 화장실 변기비율을 시대변화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미스터 토일렛(Mr. Toilet), 고 심재덕 의원이 창립한 세계화장실협회의 모토는 “화장실 혁명이 미래를 바꾼다”이다. 여성변기 비율을 확대할 경우 비율에 맞추기 위해 기존시설에서 남성변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은 ‘사회적 약자들은 화장실 앞에 평등하다’는 고인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제 불편함도 나눠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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