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변기 비율 상향?…男 변기 줄이면 무용지물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 법안]②女 변기 비율 높이는 것 좋지만…'공간·용도' 보는 패러다임 전환 시급

이재원 기자 l 2019.03.19 05:05



여성 변기 비율 상향은 길게 늘어선 화장실 줄을 끊어낼 수 있을까. 현행법은 남녀 화장실 변기 비율을 규정한다. 남자 화장실 변기 수를 기준삼아 여자 화장실 변기 수 설치 비율만 바꾸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안은 비율을 높였다.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화장실을 바라보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적용되면 1000명 미만 이용 공중화장실은 여성용 변소 수가 남성용의 1.5배, 1000명 이상 이용 공중화장실은 여성용이 남성용의 2배가 된다. 기존 1대1, 1대1.5 비율에서 1대1.5, 1대2 비율로 늘어난다.

남성 화장실의 대·소변기 수가 10개라고 가정하면, 1000명 미만 이용 화장실은 여성용이 15개, 1000명 이상은 20개가 되는 셈이다. 휴게소, 영화관 등에 늘어선 줄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부족하지만, 지금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하지만 이는 남성 화장실의 변기 수가 '고정'일 때의 얘기다. 남성 화장실의 변기 수가 줄어들면 여성 화장실의 변기 수 역시 같이 줄어든다. 올해 9월 공중화장실 설치기준 시행령이 개정되면 최소 의무 설치 규정이 삭제된다. 공간 등을 이유로 남성 화장실을 확 줄이고 나면, 이와 연동돼 움직이는 여성 화장실 대변기 수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성 변기 비율을 3~4배 수준으로 대폭 늘리지 않는 한 이같은 법안은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여성 화장실의 비율을 대폭 늘리는 것 역시 법제화 하기엔 부담이다. 젠더갈등의 불씨가 될 우려가 크다. 

한정된 공간에 변기를 채워넣다 보니 이같은 '변기 수' 규정이 만드는 촌극도 있다. 현행법에서는 공중화장실 총면적이 33㎡ 이상이라면 별도의 공간 이용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1대 1의 비율로 나눠서 공간을 설계하게 된다.

이 경우 여성 화장실의 변기를 먼저 채워넣은 뒤, 비율을 역산해 남성 화장실에 변기를 채운다. 이러다 보니 남성 화장실의 한쪽 벽면 전체에 소변기 두 개만 덩그러니 놓이는 경우도 생긴다. 여성 변기 수를 줄이다 보니 남성 변기는 공간이 남아도 더 놓을 수 없는 일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에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교사라고 밝힌 작성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화장실 설치 현황 사진을 올려 공중화장실법의 허점을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작성자와 작성자가 게시한 사진 등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는 여성 화장실에 변기가 5개 설치 돼 있어 남성 화장실에도 대변기와 소변기를 합쳐서 5개 이상 설치할 수 없었다. 결국 대변기 3개를 설치하고 남은 벽면에 소변기 2개만을 설치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남성 화장실 소변기가 부족하게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 때문에 더 설치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한 국회 관계자는 "이용률도 낮은데 여성 화장실과 비율을 맞춰 만들다 보니 남자 화장실은 아무도 쓰지 않는 칸이 생기는 비효율도 생긴다"며 "칸을 만들어두고 사실상 청소용품 창고로 사용하는 곳이 자주 있는데, 이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시공 단계에서부터 공간을 고려한 변기 수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면적을 반으로 가른 뒤 숫자만 맞춰 변기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설치할 변기 수를 고려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간을 배분하는 비율을 정하자는 것이다. 미국·영국 등과 같이 건축물의 용도와 면적, 이용자 수 등 각 지역의 실정을 반영해 기준을 다원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화장실을 다루는 법안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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