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픈 자율주행차, 곳곳에 '단속카메라'…아우토반 열려면

[the300][리포트&리포트]'달리면 불법'…관련법 개정 시급

김평화 기자 l 2019.03.26 17:27

편집자주 특정 종목을 분석하는 증권가 리포트와 연관된 국회의 이슈를 함께 소개한다. 증권가의 법안 '수요'가 있을 때, 국회는 법안을 '공급'할 수 있다. 증권가는 각 종목의 미래를 예측한다. 철저히 어떻게 '돈'이 될지를 따진다. 국회는 법으로 움직인다. '리&리'는 국회안에만 갇히면 놓칠 수 있는 증권가의 시각을 제시한다. 수요와 공급을 연결한다.



자율주행차는 달리고 싶다. 하지만 아직 달릴 수 없다. 달릴 곳이 없어서다. 고성능 스포츠카(자율주행 국내 기업)도 비포장도로에선 속도를 낼 수 없다. 곳곳에 배치된 각종 단속카메라(규제)들이 속도를 낮춘다. 아우토반(인프라)만 갖추면 세계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는데, 갈 길이 멀다. 

국회와 정부는 자율주행차가 달릴 길을 닦아주겠다며 호언장담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과속제한 장치도 떼버리겠다고 한다. 증권가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굴지의 기업들은 이미 시동을 걸었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부품을 책임지는 실속형 코스닥 종목들도 달릴 길이 열리길 고대하는건 마찬가지다. 

결국 눈길은 다시 국회로 쏠린다. 국회가 움직여야 포장이라도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선언’을 뛰어넘는 ‘실행’이라는 게 시장의 목소리다. 

◇혁신성장 키워드 ‘자율주행’=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날인 12일엔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줬다. 국회에서 자율주행차 시승식을 열고 “3년이면 상용화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자율주행차 관련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홍 원내대표는 “자율주행차는 여러 첨단 센서와 자동차 안전, 5G로 대변되는 정보기술, 사회적 수용성 등 4차 산업혁명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포부도 밝혔다. 그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국 자율주행차 기술이 앞으로 세계시장 1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석한 문희상 국회의장도 “자율주행자동차는 새로운 경제성장 기회를 가져올 동력”이라며 “국회과 법·제도 정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말’보다 느린 ‘손’= 국회의 ‘말’은 충분하다. 아니 넘친다. 규제를 풀자는 데 여야가 공감했고 국회의장도 힘을 실었다. 국회는 ‘4차 산업혁명특별위원회’도 가동중이다. 논의하고 만든 결과물만 백과사전 급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관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촉진·상용화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포괄적으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 법안에 대해 “자율주행차 관련 복잡한 규제를 면제하는 이 법안이 국회에서 조기에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법안을 검토하고 처리해야 할 국회의 발걸음은 더디다. 굵직한 이슈들에 가린 자율주행 법안은 아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20대 국회 내 논의가 물건너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율주행 ‘가속 단속’ 법안=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KPMG 인터내셔널’은 최근 ‘2019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국은 25개 대상 국가 중 13위. 중간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항목별로 기반시설과 기술·혁신은 각각 4위, 7위로 평가받았다. 반면 정책·제도 부문에선 16위로 뒤쳐졌다. 입법 절차와 법률 시스템 효율성은 최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실제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주행하는 자체가 불법이다. 사람만을 운전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운행 중 영상기기 조작이 가능해지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국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

관련 보험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자율주행차 손해보험 가입 의무 대상과 운행 중 발생한 사고 때 민형사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 자율주행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자동차관리법·손해배상보장법 등 여러 법안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이다. 

◇아우토반만 깔리면…질주 준비하는 증권가 ‘스포츠카’=국내 자율주행차 업계 수준은 세계적이다. ‘2019 자율주행차 준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자율주행 관련 업계 파트너십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미 현대차와 SK텔레콤이 자율주행차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자율주행기술에 투자를 대폭 늘렸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까지 전체 부품 매출의 7% 수준인 자율주행기술 연구개발 비용을 10%로 높일 계획이다. 같은 기간 연구 인력을 현재 600명에서 두 배 늘리기로 했다. 

◇가성비 ‘갑’, 자율주행 실속주=기술전문 기업들도 해외 업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인구당 자율주행차 관련 특허 건수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 높은 수준이다.

자율주행이 자리를 잡으면서 전장부품 업체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에선 만도가 주목받는다. 자율주행 초기 단계 기술인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회사다. 

ADAS는 전방 추돌 상황을 먼저 감지해 운전자에게 알리거나 자동 조절해 안전운행을 돕는다. 만도는 19일 인도 자동차업체 마힌드라 앤드 마힌드라와 ADA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일 아이쓰리시스템에 대한 보고서를 냈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차 필수인 적외선 영상센서를 제조하는 업체는 이곳 뿐이다. 

전 센터장은 “2017년 기준 약 20여대의 자율주행차가 국토부로부터 임시자율주행 면허를 취득했다”며 “자율주행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센서는 적외선 영상센서”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자율주행차가 아우토반을 달리기 위해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본다. 아울러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본다.

김철영 KB증권 연구원은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고 양산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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