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된 나경원…투쟁력 인증 성공, '나경원표' 정책은 숙제

[the300]대여투쟁력 갖춘 보수 첫 여성 원내대표…여권 약세 속 어떤 성과 낼까

백지수 기자 l 2019.03.20 17:36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이했다. 취임 후 날이 갈수록 야성과 투쟁력이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다만 다른 정당과 정책 협상을 도맡은 원내대표로서 투쟁과 '나경원표' 정책 디자인간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11일 당 내 선거에서 103표 중 68표로 과반 이상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구 친박(친박근혜) 대 비박 갈등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구친박계가 막판에 지지로 돌아선 결과였다.

당시 나 원내대표에겐 △당내 계파 갈등 △대여투쟁 △제1야당으로서의 정책 대안 등 여러 숙제가 놓여져 있었다. 이중 계파 갈등과 대여투쟁에는 상당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나 원내대표를 바라보는 당내 시각이다. 여당이 한국당의 '외부의 적'임을 분명히 하는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내부 결속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시각이다.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던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발언이 대표적이다. 여당은 고성과 함께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가원수 모독죄"라고까지 규탄했다. 이에 비해 한국당 의원들은 연설 직후 "나경원"을 연호하며 연설을 잘 했다고 입을 모았다.

나 원내대표가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좌파 집권 세력의 장기 독재 야욕"이라고 말한 것도 이같은 맥락의 대여 강경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근 나 원내대표는 여당을 향해 '좌파 독재' 프레임을 적용한 발언을 다수 쏟아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째인 이날도 두 번의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가 하면 운영위원회에서 여당과 대치하다 의원들을 이끌고 퇴장하는 등 여당과의 대치 수위를 높였다.

대여투쟁 선봉에서 당을 결집시키는 리더십도 나쁘지 않단 평가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나 원내대표가 최근 당 내 투쟁 행사에 참석하는 의원들과 그 출석률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 공천에 백데이터로 쓰도록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넘긴다'고 하는데 당에 대한 충성심을 기르게 하는 데에 좋은 생각 같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가 취임 초반부터 강력한 투쟁력을 평가받은 것은 아니다. 나 원내대표 취임 당시 손학규 바른미래당·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 개편을 촉구하며 단식하던 시기였다. 단식 장기화에 나 원내대표도 취임 나흘 만에 나선 협상에서 일단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편 논의에 동참할 것을 약속하며 한 수 내주기도 했다.

이후 이어진 여당에 대한 투쟁 국면에서도 '간헐적 릴레이 단식'이라는 방법을 택해 여권은 물론 세간의 조롱섞인 비난을 받기도 했다. 1월25일부터 하루에 의원 4~5명씩 조를 짜 한 조당 5시간30분 동안 릴레이로 '굶으며' 농성장을 지키도록 한 것이 '간헐적 단식 농성'으로 이름붙어서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릴레이 투쟁' 등으로 명칭을 바꾸며 "본질을 왜곡 말라"는 논평도 냈지만 결국 농성은 설 명절을 전후로 흐지부지 종료됐다.

다만 황교안 대표가 취임하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탈피해 안정화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투쟁에도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27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에 구심점이 생겨 투쟁할 밭이 다져진 점도 나 원내대표의 '성과' 달성에 도움을 줬다는 시각이 있다.

나 원내대표가 남은 임기 동안 대여 투쟁에 기대기보단 자기만의 정책을 그려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부가 실정을 거듭하는 만큼 대여 투쟁할 재료가 굉장히 많다"며 "더 정교한 투쟁과 정책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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