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 본회의장의 품격

[the300]

조준영 기자 l 2019.03.22 08:07

#이달 12일 국회 본회의장 속기사들의 손이 일제히 멈췄다. 의원들의 말을 전달하는 수화통역사도 손을 내렸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고성과 야유를 기록할 수도, 전달할 수도 없었다. 

의원들은 국회의장석까지 올라와 항의했고 순식간에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국회를 참관하러 온 시민들의 낯빛도 어두워졌다. 민망한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표현을 인용하자 여야가 벌인 한바탕 소란이다. 이제는 사라졌나 싶은 본회의장 난투극의 추억이 소환되는듯 했다. 

#8일후 무대에 선 정당은 달라졌지만 풍경은 비슷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본회의장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한국당을 거세게 비난하며 나 원내대표를 직접 거론했다. 윤 원내대표는 “공정한 선거제도가 만들어지면 정의당이 교섭단체가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연단에 서서 제1야당 원내대표를 콕 집어 몰아붙이자 돌아온 반응은 뻔했다. “무슨 소리냐”, “왜 그런 소릴 하냐”는 고성이 몇 차례 오간 뒤 나 원내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을 나갔다. 윤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쪽이 텅빈 본회의장을 맴돌았다. 

#국회 본회의장은 의회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삶을 바꾸는 법안을 처리한다. 대통령이 정부의 살림살이를 보고하고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지적을 받는 곳도 바로 본회의장이다. 여러 의견이 모이고 한데 묶인다. 

목소리는 다양할 수 있지만 품위, 품격은 지켜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회의원이든 국무위원이든 요구되는 자세와 태도다. 자기들끼리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의 품격이 아니다. 본회의장에 자기들을 보내준 국민에 대한 품격을 지키는 일이다. 

보이콧 탓에 3월에서야 개원한 국회다. 시급한 법안들은 쌓여만 간다. 불필요한 신경전, 밥그릇 지키기 싸움판에 민생은 뒷전이다. 사실 이런 지적조차 식상하다. 

본회의장은 365개 조명이 비춘다. 1년 내내 쉬지 않고 국민을 위한다는 각오로 일하라는 의미다. 약 1년 후면 총선이다. 민심은 무섭다. 심판은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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