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하노이 노딜' 후 우군확보 러시아行으로 시작하나

[the300]김창선 블라디보스톡 行…무역협상 얽힌 中보다 러와 정상외교 가능성

권다희 기자 l 2019.03.24 17:56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14일 (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중 북러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노이 노딜' 후 북한이 우군확보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정상외교를 우선적으로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본 아사히TV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창선 부장이 이날 항공편으로 극동 지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향했다.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김 부장이 모스크바 체류 중 수차례 크렘린궁을 방문해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최종 조율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전총괄자 김창선 부장의 행보로 김 위원장의 동선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라디보스토크가 북러 정상회담 개최지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전용기 비행거리 문제 등으로 장거리 이동이 어렵다는 점 역시 정상회담 장소가 러시아 내 극동지역일 가능성을 높인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러시아와 '밀착'하는 배경은 앞으로의 비핵화 협상에서 자국을 지원해줄 우군을 찾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우방국 중 미국과 무역협상으로 얽혀 있는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중국 보다 우선적인 정상외교 대상국으로 꼽혔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전망해 왔으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상황에서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미관계 교착 원인을 명시적으로 중국에 돌리는 등 노골적인 '견제'를 보였던 터라 시 주석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행보를 삼가리란 관측이다.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그간 한반도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하노이 회담 후 강조하고 있는 '일괄타결식' 해법에 미국 눈치를 보지 않고 견제구를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외교적 명분도 있다. 김 위원장 취임 후 북중정상회담은 4차례 열렸으나 북러정상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우방국 대우란 측면과 러시아가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의 방러를 요청해 왔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성사가 가능하다. 게다가 올해는 북러 경제문화협력협정 체결 70주년을 맞는 해다. 협력강화 계기를 삼기에도 좋은 배경이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향후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열세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주력할 것"이라며 "빠르면 5~6월 경 북러정상회담이 열려 (러시아가) 단계적·병행적 해법의 현실성과 대북 제재 완화·해제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신종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해도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북한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북미관계인만큼 중국과 러시아가 지금 구도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제안을 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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