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노딜 하노이 한달 앞 '팃포탯' 대치…살얼음판 출구찾기

[the300]北-러 밀착 출구모색, 트럼프는 대화 여지

김성휘 기자,권다희 기자,오상헌 기자 l 2019.03.24 16:07

북한이 지난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를 통보하며 남북간 접촉 창구가 190일만에 닫히게 됐다. 북측 인원 전원이 철수함에 따라 현재 연락사무소에는 우리 측 인원만 남아있는 상태다. 주말 동안에는 연락사무소 9명과 지원시설 16명 등 총 25명이 개성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사진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모습. (뉴스1 DB) 2019.3.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가 대북 추가제재(미국)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북한)라는 상호 압박조치로 맞섰다. 양측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선지 한 달이 다가오는 시점에 한반도 정세가 '큰 파도'를 만났다. 북미 협상이 살얼음판을 걷듯 위태로워진 가운데 우리 정부의 추가 중재 등 후속대응이 주목된다.

◇연락사무소 철수 사흘째…남북 시간표 '안갯속'=통일부는 22일 북한이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뒤 23~24일 연속 천해성 통일부 차관 주재로 점검회의를 열었다. 개성 연락사무소는 통상 주말에 당국자 2~3명이 당직근무를 하던 데서 벗어나 당국자 9명을 포함, 지원인력 등 총 25명으로 체류 인원을 늘려 비상근무했다.

통일부는 이번주 상주 근무자들의 입·출경을 평소처럼 진행할 계획이다. 25일 오전 김창수 연락사무소 사무처장(부소장) 등 기존 근무자들이 개성으로 정상출근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특이 동향은 없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산가족 화상상봉 등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시간표는 한동안 차질이 불가피하다. 화상상봉의 경우 정부는 대북제재 해소, 예산 확보 등을 거쳐 북한과 협의를 본격화하려 했다. 그러나 실무협의 창구인 연락사무소에서 북측이 철수한 탓에 진행이 어려워졌다. 

하노이 회담 후 기대를 걸었던 군사회담도 불투명하다. 이번달 중 개최를 추진한 남북 군사회담에 북측이 답을 주지 않고있다. 청와대는 중재에 힘쓴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24일에도 '정중동' 모드를 이어갔다. 대북 정책에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온다. 

◇'한미공조' 비판·러시아와 밀착…北 의도는=북한은 대외매체를 통해 한국의 '한미공조'를 비난했다. 동시에 러시아와 밀착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만간 공식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북한은 24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에 '한미공조로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개인 필명의 글을 싣고 "더욱이 한심한 것은 이런 미국과 '공조'하여 '평화체제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미국이 "사사건건 참견하며 장애와 난관만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빠르면 올해 상반기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주목된다. 북한이 우군 확보 차원에서 중국이 아닌 러시아와 정상외교를 우선 택할 수 있다. 미국과 무역협상으로 얽혀 있는 중국은 북한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2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북한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유예) 중단 가능성을 밝혔다. 미국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을 도운 걸로 추정되는 불법환적 의심선박을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리자 22일 개성 연락사무소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했다. 하노이 회담 후 대북압박을 강화해 온 미국에 '우리도 양보는 없다'고 맞대응(팃포탯)으로 대치한 것이다.

단 북한도 '판을 깨는' 단계까진 나가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을 통해선 연락사무소 철수 사실 등을 밝히지 않았다. 개성 내 우리 측의 체류도 허용했다. 연락사무소 북측 인력이 하던 입출경 지원업무를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으로 이관했다.

미국도 일단은 한 발 물러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 계획 철회를 지시했다고 공개했다.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의 독자제재가 아닌, 수일 내에 단행하기로 한 또다른 제재를 철회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우왕좌왕한 것이든 전략적 혼선이든 협상 여지가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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