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관]혼밥·외교결례·기관총 그리고 무오류 청와대

[the300]

김성휘 기자 l 2019.03.25 18:10
【푸트라자야(말레이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푸트라자야 총리실에서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와 사전환담에 앞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2019.03.13. photo1006@newsis.com


대통령의 활동을 두고 희한한 논란이 반복된다. 2017년 중국 방문 때 '혼밥', 2019년 아세안 3국 순방의 외교결례 공방에 최근 기관총 경호 논란이 겹쳤다.

혼밥 홀대론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을 찾았지만 중국 인사들과 식사도 못하고 '혼밥'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게 맞다면 오히려 중국이 문 대통령에게 결례를 범한 것이다. 반대로 말레이시아에선 문 대통령이 "슬라맛 쁘땅"(오후인사)을 해야할 때에 인도네시아 말 "슬라맛 소르"라고 해 상대국에 결례를 저질렀다고 비판 받았다.

다른 사안 같지만 본질은 하나다. 외교 일정에 대해 현지가 아니라 국내서 논란이 됐다는 점이다. 외교라면 상대국의 반응과 입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정작 현지 분위기는 '논란'과 거리가 먼 것도 일치한다.

문 대통령 중국 방문때 자유한국당이 지적한 대표 사례가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유타오(일종의 꽈배기), 더우장(중국식 두유)을 먹은 일이다. 의전적 대접도 못받고 혼밥을 했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사실 이 일정은 밥 약속을 못 잡아 혼밥을 한 게 아니다. 청와대가 눈높이를 중국 국민에게 맞춰 일부러 기획한 것이다. 현지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일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인삿말 논란에 "큰 문제가 아니다(It is a non-issue)"고 반응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말레이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슬라맛 소르"에 대해 "말레이시아에서도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결례건 홀대건 우리 안의 논란이란 얘기다. 

'기관총' 또한 공연한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교통체증 때문에 차에서 내려 유엔 본부까지 걸어갔다. 이때 우리 경호원이 양복 상의 단추를 잠근 일이 지적됐다. 미국 경호원처럼 상의를 열고 있어야 유사시에 즉각 총을 뺄 수 있다는 '0.725초의 법칙'도 등장했다. 

이처럼 문제제기가 황당한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청와대 대응은 아쉽다. 
【베이징(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조어대 인근의 한 현지식당에서 유탸오와 더우장(중국식 두유)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유타오는 밀가루를 막대 모양으로 빚어 기름에 튀긴 꽈배기 모양의 빵으로 더우장(중국식 두유)에 적셔서 먹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침 메뉴 중 하나다. 2017.12.14. amin2@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결례의 경우 20일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혼선",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국회답변에서 "외교부로서 아픈 실수", 이낙연 국무총리가 "집중력 없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직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같은날 밤 KBS 뉴스는 팩트체크를 통해 외교결례는 '대체로 사실 아님', 즉 결례로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김의겸 대변인은 "KBS가 어제 보도한 것처럼 그런 표현을, 인도네시아에서 쓰는 표현을 말레이시아에서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결례를 순순히 인정하는 듯 하다가, 하루만에 입장을 바꿨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S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한인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헷갈렸다는 "슬라맛 소르"(인도네시아)와 "슬라맛 쁘땅"(말레이시아)이 사투리 같은 느낌(차이)이라고 말했다. AFP에 등장한 말레이시아 총리실의 멘트와 비슷하다. 

'결례라고 하긴 지나치다'는 게 청와대와 외교부의 최종 입장이라면 조금더 면밀히 따져보고 답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외교부장관과 총리의 국회답변으로 일단락지었어야 했다.

경호 또한 "당연한 직무수행"이라는 입장은 당연하다. 여기에 "국민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각별히 주의하겠다"는 정도였다면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낮은·열린·친절한 경호를 강조한다.

청와대는 작은 오해를 그냥 두면 사실로 굳어지고, 이것이 확산돼 나중엔 수습할 수 없는 가짜뉴스가 퍼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그런 걱정보단 '우리는 잘못 없다'는 무오류를 강조한 나머지 너무 조급해 보인다는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실오라기 하나만큼도 잘못이나 실수가 없는 정부나 대통령은 있을 수 없다. 또 사안마다 '이전 정부는 더했다' '이전 정부에도 하던 일'이라는 식이라면, 그 모습을 보는 국민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건 무결점 무오류의 청와대보다,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의 모습이다. 게다가 국민이 청와대로부터 듣고싶은 이야기는 각종 '카더라'에 일일이 반박하는 것을 제외하더라도 차고 넘친다. 이러다 청와대와 언론이, 여권과 야권이 "다 싫다" 식으로 서로에게 눈과 귀를 닫아버릴까 두렵다. 혹 이미 그런가.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구 칠성시장 방문 당시 경호원이 기관단총을 들고 경호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과잉 경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이에 즉각 "경호원이 대통령과 시민들을 지키고자 무기를 지닌 채 경호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직무수행"이라고 반박하며 그간 대통령의 외부 행사에서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총기를 들고 대통령을 경호하고 있는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7월3일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위)과 2016년 6월29일 인천공항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우수기업 방문한 당시 경호 장면의 사진. 2019.03.24.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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