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사업법 국회 문턱 못 넘어…"갑질 근절" vs "자율 침해"

[the300]정무위 법안소위서, 최저소득 보장·광고 판촉 사전동의 의무화 등 제동

박종진 기자 l 2019.03.25 17:45

지난해 10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7개 기관 종합감사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소위 '갑질' 근절을 위해 추진됐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맹점의 최저소득을 보장하거나 가맹본부의 광고 판촉 행사 때 가맹업주의 사전동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고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5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3월 임시국회 제1차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상정된 관련 개정안은 10건이다. 주요 내용은 △가맹점 최저소득 보장(대표 발의 우원식·제윤경 의원) △가맹본부의 직영점 운영경험 의무화(대표발의 제윤경 의원) △제휴 강요 금지·광고 판촉 사전동의 의무화(대표발의 고용진·이학영·조배숙·김경수·박찬대·정재호·박홍근 의원) 등이다.

그러나 이날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은 개정안은 없었다. 가맹점 사업자 보호장치 강화를 주장하는 여당과 시장 자율성 침해를 우려하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선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의 최저수익률을 보장토록 하자는 개정안은 일괄적으로 5000개에 달하는 가맹본부에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반론에 부딪혔다. 여건을 갖춘 대형 가맹본부에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영점 운영 경험을 갖춘 가맹본부만 등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정안을 놓고도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은 정작 가맹본부가 영업 경험이 부족해 도움을 받고자 했던 가맹희망자 등이 피해를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소한의 직영점 경험 기준을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 같은 기준이 새로운 규제가 돼 오히려 창업을 막고 시장의 자율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김종석 한국당 의원은 "우버는 택시 1대도 안 가지고 있지만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자로 성장했다"며 "직영점을 안 해봤다고 가맹사업 자체를 못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밝혔다.

격론 끝에 등록신청을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부하지는 않고 직영점 현황을 정보공개서에 써넣기만 하는 방안에는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이 경우 실효성이 없는 무의미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논의를 보류했다.

광고 판촉 행사를 실시하기 전에 가맹점 사업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개정안도 찬반이 첨예하게 갈렸다. 전해철 의원 등 여당 위원들은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의 비용으로 광고 판촉을 강행할 경우 가맹점 사업자는 손해가 예상돼도 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소위 논의에 따라 광고의 경우 50%, 판촉은 70% 이상 가맹점 사업자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안이 올라왔지만 야당 의원들이 반대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면 시의성 있는 대처가 어렵고 경영상 보안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계약자유의 원칙 등을 고려할 때 법률로 규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입장차가 크고 검토할 사항이 많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 아직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정무위원회는 4월2일 제2차 법안심사제2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소관 법률을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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