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국왕 만나 '북핵 촉진' 의지 피력한 文…"통합이 힘"

[the300]김정숙 여사 "평화 봄맞이 기다려"…국빈만찬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 참석

최경민 김성휘 기자 l 2019.03.26 16:33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필립 벨기에 국왕 내외가 26일 청와대 본관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필립 국왕, 문 대통령, 마틸드 왕비. 2019.03.26. photo1006@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협상과 관련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핵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평화적 수단에 의한 협상 중재 및 촉진의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필립 벨기에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노딜'(no deal)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등 최근 한반도 정세를 설명했다. 특히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인 벨기에가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여정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통합이 힘이다'라는 벨기에의 국가 모토는 평화통일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참으로 공감이 가는 정신"이라며 "벨기에는 다른 언어와 문화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높은 사회적 통합을 이루고 나아가 EU(유럽연합) 통합까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순방 복귀 후 남북관계에 대해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향후 대응책을 설명한 것이다. 북측의 비핵화에 따른 남북의 경제적 통합, 그에 기반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성이라는 '문재인 프로세스'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마틸드 벨기에 왕비에게 "추운 겨울, 모진 세월을 뚫고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전 세계가 다 같겠지만, 특히 한국사람들이 봄을 기다린다"며 "평화를 생각하는 그 열정과 함께, 봄맞이가 굉장히 뜨겁게 더욱 더 깊은 울림을 주는 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어려움에 빠진 남북미 핵협상(겨울)과, 평화 정책 추진(봄)을 언급했다.

정상회담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벨기에가 2019~2020년 임기로 UN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수임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한반도를 포함한 국제사회 평화와 안보를 위한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측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와 복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중·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낮은 자세를 유지해온 청와대도 본격적인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미 대화 창구 모두를 열어놓은 상황이다.

북미 간 비난이 오가지 않고 있어 협상 모멘텀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다음달 1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리비아식 일괄타결'(미국)과 '살라미식 전술'(북한) 사이에서 '빅딜 속 스몰딜 속도전'이라는 중재안을 관철시켜야 한다.

이날 한국-벨기에 정상회담에서는 △화학, 의약, 물류 등 협력 강화 △생명공학,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중소기업·스타트업, 4차 산업혁명 등의 협력 다변화 △아시아-유럽 간 연계성 증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기후변화 대응 등 지역 및 글로벌 현안 공조 등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벨기에의 아스트리드 공주가 이끄는 경제사절단의 방한이 양국 간 경협 확대에 기여해 무려 17%의 교역액이 늘어났다"고 기대감을 표명했고, 필립 국왕은 "한국은 혁신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혁신의 나라이므로 그에 대한 존경을 드리는 바다. 다양한 분야의 사절단이 함께 온 만큼 5G,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등 다방면의 논의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필립 국왕은 이번 국빈방문에 벨기에 기업 CEO(최고경영자) 약 90명, 주요 13개 대학 총장들을 데려왔다. 250여명 규모의 대규모 수행단이 방한한 것이어서 경제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이날 국빈만찬에 허창수 GS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자격으로 참석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청와대 행사에서 배제돼 온 전경련을 문재인 정부들어 처음으로 초청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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