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서 본인까지…'특혜'로 뜨거웠던 문성혁 청문회(종합)

[the300]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남 '한국선급' 채용 특혜 논란에 치열한 공방

이재원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박선영 인턴기자 l 2019.03.26 22:10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해양대학교 출신 '첫 장관'이 탄생할 수 있을까. 26일 국회에서 열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예상 외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여야가 직접 맞붙지는 않았지만, 문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들추고, 방어하는데 열을 올렸다.

인사청문회가 순식간에 '한국선급 청문회'로 흐르기도 했다. 문 후보자의 아들의 특별채용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문 후보자의 아들이 채용됐던 2015년 하반기 채용 과정 전반에서 허술함이 드러나며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 등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문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이형철 한국선급 사업본부장, 권혁상 한국선급 난징지부장(전 인사팀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증인 신문만 2시간 이상 이어질 정도로 공방이 이어졌다.

문제가 된 부분은 문 후보자의 아들이 한국선급에 채용된 2015년의 채용 규정이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종합하면 문 후보자의 아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토익점수를 제출했다. 하지만 한국선급은 유효기간이 지난 응시자에게 1점을 줬다.

자기소개서(자소서)는 짧은 분량만 제출했지만 문 후보자의 아들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기에 평가위원은 1명만 참여했다. 전반적으로 문 후보자의 아들은 낮은 필기점수를 받았음에도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같은 의혹에는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선급의 채용 관련 자료들을 들고 나와 자소서 분량이 문 후보자의 아들보다 더 적은 이들이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문 후보자를 변호했다. 한국선급도 문 후보자의 아들은 수준급의 어학능력 등으로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 한국선급은 "행정적인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이 회장은 "문제가 되고 나서 다시 한번 짚어봤다"며 "가점이나 토익 점수 등을 규정대로 했더라도 문 후보자의 아들은 합격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도 "한국선급의 부정확한 행정으로 오해를 빚고 있다"고 질타하며 '채용 특혜'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문 후보자도 장남 특혜 채용이 사실이라면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선 문 후보자의 아들은 물론 딸의 전학과 관련한 위장전입도 끊임없이 언급됐다. 문 후보자는 "딸의 전학과 관련해 위장전입을 한 사실에 대해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이 자리를 빌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의 위장전입 의혹은 인사청문회 전부터 이어졌다. 문 후보자는 1998년 12월 영국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재직하고 귀국 후 한국해양대학 관사 수리 시점까지 배우자와 자녀가 배우자 동생 아파트에서 거주했다.

2006년에도 문 후보자의 장녀가 재학 중이었던 부산 소재 중학교의 학습경쟁이 과열된 상태라고 판단해 배우자의 부모가 거주하는 곳으로 전입했다. 그러나 전학이 불가능해 인근의 지인 거주지로 다시 전입했다.

문 후보자 본인에 대한 특혜 논란도 벌어졌다. 문 후보자가 '승선근무 예비군' 제도로 복무하면서 석사 학위를 딴 것과, 공무원 신분인 해양대 교수 재직 당시 현대상선 1등 항해사 겸직 논란 등이 불거졌다. 승선근무 예비군은 해양·수산계열 대학과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상선이나 어선에서 근무하며 병역을 대신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는 "당시 승선근무 예비군 제도는 격주로 배를 탄 만큼 대부분이 석사 과정에 등록해 학위를 땄다"고 설명했다. 겸직 논란에 대해선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법 위반 지적에 대해선 "당시 관행적으로 해 오던 것에 대해 별 생각 없이 한 것에 대해선 반성한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책 질의도 있었다. 문 후보자는 본인도 복무한 승선근무 예비역 제도에 대해선 "승선근무 예비역은 해운재건의 중요한 포인트"라며 필요성을 인정했다. 정부가 이 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만큼 추후 방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또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서는 "한일 어업협정은 2016년 이후로 교착상태인데,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원칙을 지키면서 협상이 이어지도록 하겠다"며 "국민 안전과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 막바지엔 문 후보자의 '대북관'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 했는데, 후보자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고, 문 후보자는 "저는 도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은 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지 9년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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