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나이, 이번엔 아마추어 NO?...게임 규제의 역사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인디 게임' 규제에…"이사떡 돌리는데 식약청 들이닥친 꼴"

김하늬 기자 l 2019.04.05 05:05
1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2018 지스타'를 찾은 관람객들이 게임을 체험하고 있다. 이 행사는 오는 11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2018.11.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진=(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여성가족부 ‘강제 셧다운제’=
16세 미만의 청소년은 0시부터 새벽 6시 사이에 인터넷 게임을 못한다. 게임 접속 중에도 0시가 되면 자동으로 로그아웃된다. 여가부는 청소년보호법에 근거해 2011년부터 ‘셧다운제’를 시행해왔다. 여가부는 PC 인터넷게임의 셧다운제를 2021년 5월까지 연장한다고 3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선택 셧다운제’=본인 혹은 법정대리인(부모님)이 정한 특정시간대 게임 접속을 차단한다. 이용 경과시관과 결제정보는 법정 대리인에게 통보된다. 

#보건복지부 ‘게임 질병 지정’=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장애를 오는 2022년부터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도입할 예정인 ‘개정된 국제질병분류’(ICD-11)에 따라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밝혔다. 국내 게임업체들에 게임중독장애 치유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게임 규제는 이어진다. 지난 2월 정부는 자작게임들을 만들고 공유하던 플래시 게임 사이트(주전자닷컴, 플래시365 등)에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을 공유해선 안된다며 형사처벌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공문에서 촉발된 이른바 ‘인디 게임 파동’ 이다. 

누리꾼들은 게임업체의 판매용 게임이 아닌, 아마추어들의 취미용 개발 게임물까지 등급분류 수수료를 받겠다는 취지냐며 반발했다. 이들은 자유로운 디지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개발의 과정이라며 맞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인디게임’을 공유해 코딩이나 디자인, 컴파일 등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기 위한 비영리 목적의 프리웨어라는 설명이다.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개발한 게임물과 순수한 창작 게임물 등의 경우에 대해 등급분류 수수료를 면제하겠다는 입장으로 한 발 물러난 상태다. 

시장과 트렌드의 속도감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시도는 1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논의되기 시작한 ‘셧다운제’는 2011년 법으로 명문화된 뒤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게임을 알콜, 도박, 마약 등과 함께 사회 ‘4대 악(惡)’ 이자 중독물질로 꼽았다. 

게임업계의 탄식은 이어졌다. 게임을 영상과 시나리오의 종합콘텐츠로 장려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는 흐름 때문이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선 미성년자 게임을 판매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비디오 게임이 캐릭터·대화·줄거리·음악 등 문학적 장치를 통해 생각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책이나 영화, 연극과 다를 바가 없다”고 판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4차산업 혁명’의 주요 디딤돌 중 하나로 게임산업을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제4차 게임콘텐츠 진흥 중장기계획‘을 수립, 게임물 등급제를 포함한 여러 규제의 완화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셧다운제 외에도 아직도 국내 게임시장만 적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규제로 △게임 이용 경과시간 표시 △클라이언트 내 등급 표시△내용 수정 신고제 등이 남아있다. 

박양우 신임 문체부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게임은 부작용도 있지만 긍정적 측면이 많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혔다. 박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문화관광부(현 문체부) 문화산업국 아래 게임산업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문화산업국장을 맡아 게임산업 지원의 실무를 지휘했다. 

2006년 문광부 차관으로 승진한 뒤에도 문화부 홈페이지를 통해 ‘이달의 우수게임’을 홍보하고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수출을 주요 정책목표로 잡는 등 게임산업에 친화적 모습을 보였다. 게임업계가 “박 장관에 우리의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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