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게임은 등급 분류를 면제하라…영리vs비영리 누가 판단하나?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게임산업법 개정안'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김하늬 기자 l 2019.04.05 05:05
MS, 페이스북 등 코드닷오알지가 만든 마인크래프트 코딩 게임을 하는 아이 / 사진제공=마이크로소프트


우리는 지금 ‘글로벌 모바일 게이밍 시대’에 살고 있다.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스마트폰 속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 등 오픈마켓(온라인장터)에선 전 세계 게임이 동시에 유통된다. 

게임은 인류 모두의 ‘세계’이고 ‘생활’이 됐다. 여기에도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나이에 따른 규제가 있다. 바로 게임물 등급분류 제도다.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게임 내용의 선정성과 폭력성 등을 고려해 이용자의 적정 연령을 정한다. 청소년을 보호하고 사행성을 확인해 게임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헌법재판소는 등급분류제도가 국민의 문화생활 및 정서생활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고 게임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판시했다. 

현재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민관이 나눠 맡고 있다. 게임산업법에 의해 설립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전체이용가의 아케이드 게임과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의 등급 분류를 결정한다. 

청소년이용불가를 제외한 등급은 민간기구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PC/온라인 게임과 비디오 콘솔 게임을 등급분류하고 모바일 게임은 구글,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게임 뿐 아니라 영화와 비디오물까지 등급분류제도는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표현의 자유 확대’ vs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절한 제한’ 사이 공방이 이어져왔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사전 검열은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것과 언론·출판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것 모두 헌법적 가치다. 

헌법재판소는 사전등급분류제 자체는 사전검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용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유해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사전정보제공의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정서적으로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과 장면 등이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비영리게임 등급분류 면제법’이다. 현재 등급분류가 면제되는 게임은 정부가 추천하는 게임대회와 전시회에 이용할 목적으로 만든 것과 교육·학습·종교 또는 공익적 목적, 시험용 게임의 경우에 한정된다. 여기에 상업적 의도가 없는 비영리 목적의 게임도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더불어 영세한 사업자가 개발한 게임의 경우 등급분류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단순 취미생활이나 창작활동 차원에서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게임 개발 활성화, 게임 산업 진흥 등이 입법 취지다. 게임제작 전용 프로그램 보급, 오픈마켓 등장 등의 영향으로 게임 제작과 유통이 쉬워졌다. 

개인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개인이 개발했지만 글로벌 게임회사인 밸브 사를 통해 유통해 대성공을 거둔 마인크래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동안 개인개발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주로 공모전 같은 행사성 사업이었다.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이 법은 타당한가?=게임의 내용이나 용도의 고려 없이 상업적 의도 여부로만 등급 분류를 면제할 경우 부작용도 점쳐진다. 비영리 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임물이 유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리와 비영리의 구분도 모호하다. 단순 취미 활동으로 게임물을 제작했지만 유통 후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를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미 게임산업법은 시행령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게임물 중 국내에서 교육·학습·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은 등급분류를 면제하고 있다. 개정안과 시행령의 적절한 조정이 필요하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청소년 등 개인개발자가 취미활동을 목적으로 개발한 게임물과 순수한 창작 게임물 등의 경우에 대해 등급분류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했다. 

또 청소년 등 게임개발자가 순수한 용도로 창작하는 게임물의 등급 분류 면제를 관련 법령이 개정되는 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비영리게임 등급분류 면제법’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비영리목적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면제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물의 등급분류 면제 범위를 확대하기 이전에 여전한 정부 주도의 심의제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민간 행위자가 준수해야 하는 큰 틀을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민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율규제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자율규제를 적절하게 감독하고 규제하는 것으로 자율규제의 활성화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민간기구인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급위원회’(ESRB)가 자율적으로 심의를 하는 미국의 사례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미국의 게임업체는 반드시 등급분류를 받아야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미국의 게임 유통사들은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게임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등급분류를 받는다.

게임이 폭력과 선정성 같은 모방위험이 있고 이런 사회문제를 사전분류등급 제도와 엄격한 법집행으로 모조리 해결하겠다는 것, 이것은 불가능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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