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만든 '협치국면'… 여야, 4월 국회 '트릴레마' 수싸움

[the300]안전·고용·노동, 4월 국회 최대 현안으로

김민우, 이원광 기자 l 2019.04.08 04:30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7회국회(임시회) 제10차 본회의/사진=뉴스1

단일 화재로는 역대 최대규모로 산불진화 인력이 투입된 강원도 지역 산불이 정쟁만 일삼는 국회도 움직였다. 여야 정치권 모두 "정쟁을 멈추고 힘을 합치자"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여야의 의견이 모이는 곳은 산불피해 복구와 재해예방 마련 등 '안전'분야에 한해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가 4월 국회 최대 쟁점인 상황에서 이 분야에 대한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안전 분야도 깊숙하게 들어가보면 여야 셈법이 다르다. 

안전·고용·노동 분야 현안이 4월 국회가 풀어야할 '트릴레마'(세 가지 문제가 서로 얽혀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다.

◇'산불'이 녹인 국회 냉각기 =
국회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요구로 오는 8일부터 5월7일까지 4월 임시국회를 소집키로 했다. 3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생,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4월 임시국회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보궐 선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당은 월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두 명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강도 높은 대여투쟁을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에 대해서도 "총선용 추경"이라고 규정하며 칼을 벼린다. 4월 국회가 소집되고도 '공전'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7일에도 논평을 통해 "김연찰, 박영선 장관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시, 정국 파행 책임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권에 있음을 밝힌다"며 청와대에 최후 통첩을 날렸다.

임시국회 첫날인 8일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박영선·김연철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여 첫날부터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4일부터 발생한 강원도 지역의 대규모 산불로 인해 한국당도 국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였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조차도 산불발생 후 "각 당이 정쟁을 멈추고 피해방지와 신속한 지원을 위해 지혜를 모으자"고 말한 상황이다.

이에 가장 급한 현안을 두고 여야는 치열한 수싸움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분야 여야 협치 전망 '맑음'= 우선 여당은 산불피해복구와 재해예방대책 마련 등 '안전분야' 협상을 매개로 한국당을 국회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전망이다.

민주당은 또 그동안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지만 야당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등도 이번 기회에 밀어붙일 계획이다.

행안부의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핵심은 국가직·지방직으로 나뉘어 있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되, 인사권·지휘권은 현행대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남기는 내용이다.

쟁점은 소방관 인건비 지출 기관이 국가냐, 지자체냐 하는 부분이다. 현재 국가직의 보수는 국비에서, 지방직은 각 지자체 예산에서 나오는게 원칙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한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이른바 `신분 3법`과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등 총 4가지 법률 개정안을 상정·논의했다.

하지만 국가 재정부담을 늘리는 국가직 전환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면서 이 법안들은 정족수 미달로 최종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강원도 산불 이후 소방직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에 가가서는 등 국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야당으로선 마냥 반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고용·노동분야 여야 협치 전망 '흐림' =
한국당은 '안전분야'에서 협조하는 대신 고용·노동 분야 현안에서는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전략을 내부적으로 세우고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최저임금제 개선·주휴수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외 등을 위한 '소득주도성장 폐지 3법'을 한국당의 1순위 처리 법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에 따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대해 한국당은 경영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만약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여당의 주장대로 6개월로 할 경우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현행 1개월 이내에서 3개월~1년으로 늘리자는 카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반면 여당은 이경우 주52시간제의 도입 취지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야당은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주휴수당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제외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예고한 추가경정 예산안에 포함될 '일자리 예산'도 쟁점이다. 정부가 노인일자리 예산 편성 등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은 재정부담을 늘리는 공공일자리 예산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정치권이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줄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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