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의 고통…국민의 의무vs낡은 하수도 탓?

[the300][런치리포트-이주의법안]임이자 한국당 의원 '불법 디스포저 처벌법(하수도법 일부개정법률안)

조현욱 보좌관(금태섭의원실), 정리=김하늬 기자 l 2019.04.12 04:05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11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서 서울시 자원순환과, 마포구 청소과 직원들이 폐 비닐 등 재활용품 분리배출 점검을 하고 있다. 2018.04.11. taehoonlim@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쓰레기 분리수거는 이제 일상이다. 종이, 플라스틱, 알루미늄 캔을 분리수거하는 일은 번거롭지만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살리는 길이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는 가장 불편하다. 무선주파수 인식방식(RFID)을 이용한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집집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집밖의 분리수거 통까지 들고 나가야 한다. 

이렇게 모인 음식물쓰레기는 한해 500만톤. 이중 10%정도인 50만톤만 재활용된다. 이쯤되면 악취와 배출과정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식물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만하다.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제는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95년 폐기물 수수료 종량제가 실시됐을 때 음식물쓰레기는 생활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다가 1998년부터 음식물류 폐기물의 분리배출제가 실시됐다. 

2005년부터 음식물류 폐기물을 땅에 묻는 게 금지되면서 전국적으로 예외없이 적용됐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 방식과 배출량과 상관없이 동일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지자체별도 다르게 운영되다가 2013년 6월부터 전국적으로 현재의 종량제가 실시됐다. 

국민들은 비용 부담과 분리배출의 불편함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최근 들어 주방용 오물분쇄기, 소위 디스포저(Dispos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이다.



환경부는 '주방용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금지' 고시를 제정했다. 사실상 '디스포저' 금지령이다. 일부 인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 가능하다. △ 일반 가정에서만 사용가능 △분쇄회수식으로 음식물 찌꺼기의 80% 이상을 회수 등의 조건이 있다. 2012년부터 주방에서 디스포저 사용이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되자 많은 업체가 생산과 유통에 뛰어들었다. TV 홈쇼핑에서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 연말 발표에 따르면 네이버, 쿠팡 등 5개 통신판매 중계 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디스포저 247개 제품 중 인증이 취소되거나 만료된 것이 146개, 미인증 해외제품이 8개였다. 62%가 불법제품이라는 것이다. 규제의 필요성은 여기서 나왔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하수도법 개정안은 ‘불법 디스포저 처벌법’이다. 환경부 고시로 운영하고 있는 디스포저의 제한적 허용을 법률로 규정하고 미인증 제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미인증 제품을 제조, 수입, 공급, 판매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보관, 진열, 홍보의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미승인 제품 사용자에게도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디스포저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하수관로와 공공하수처리시설 등 제반 여건이 분쇄된 음식물 찌꺼기를 운반하고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985년 디스포저 사용이 허용됐지만 하수도 악취와 퇴적, 하수처리장 수용 용량 초과 등 하수도 시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10년만인 1995년 다시 금지됐다.

이후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디스포저 허용검토’를 공약에 포함시켰다. 2012년부터 현재와 같이 ‘음식물 고형물 20% 미만을 배출하거나 80% 이상 회수’하는 인증제품만 부분적으로 허용됐다. 

추진이 중단되긴 했지만 환경부는 2014년 분류식 하수관로가 설치된 지역에 한해 음식물 폐기물을 100% 분쇄, 배출할 수 있는 디스포저를 허용하려 했다. 

◇이 법은 타당한가?= 디스포저의 시초는 미국이다. 미국은 1940년부터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판매해왔고,거의 대부분의 도시에서 사용이 허용됐다. 

일본은 지자체가 주방용 오물분쇄기가 지역 하수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후 도입여부를 결정한다. 전용 배수관과 1차 오수처리장치를 갖춘 경우에만 사용을 승인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은 허용하는 반면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은 금지하거나 제한한다. 대체로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수시스템의 상태와 현황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국가에서 도입을 허용하더라도 실제 도입 여부는 각 지자체에 달려 있다. 결국 하수도가 문제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은 불편하고 과거와 달리 공공하수도 시설이 개선됐기 때문에 사용을 검토하자는 주장이 적잖다. 

반대로 디스포저의 사용은 음식물 쓰레기 감량과 자원화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고 공공하수도 시설에 부하를 미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며 환경친화적이지도 않다는 주장도 있다. 도입을 강행할 경우 음식물자원화협회, 환경단체, 재활용업체 등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음식물쓰레기를 하수관로로 배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분쇄해 오수와 함께 그대로 버리고 공공하수도처리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국민들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셈이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하수관거 내 최소유속을 확보할 수 없는 구간이 있다는 점이다. 

하수처리장의 처리용량 부족도 주방용 오물분쇄기 도입을 어렵게 한다. 신도시나 최근에 조성된 공동주택단지의 경우 도입이 어렵지 않지만 대도시의 구도심 지역은 물리적, 기술적으로 분류식 하수관거의 설치가 불가능하다. 디스포저는 전국적으로 동시에 허용하는 것보다 지역적, 개별적 허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는 현재 광진구와 성동구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하수도 기본계획을 수립중이다. 이 시범사업을 통해 2023년부터 연간 3000억 원을 투입해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설거지할 때 음식물 쓰레기를 개수대에 바로 버려도 하수관을 통해 물재생센터로 이동시켜 고도화된 기술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수도는 상수도와 같이 도시의 혈관이다. 우리 몸의 노폐물이 콩팥에서 제거되듯이 하수는 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된다. 건강한 혈관을 만드는 것이 오물분쇄기보다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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