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이 만든 AI, 뇌졸중 후유증 90% 예측..세계가 깜짝(종합)

[the300]21사단 허준녕 대위, 의학지 ‘스트로크’에 논문 게재

최태범 기자 l 2019.04.14 15:13
전방 산악부대에서 근무 중인 육군 군의관이 뇌졸중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후유증에 대한 인공지능(AI)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90% 이상의 예측률을 기록한 그의 연구는 세계적인 의학 잡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14일 육군에 따르면 21사단 통일대대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는 허준녕 대위(31·군의사관48기)는 뇌졸중 치료의 후유증을 예측할 수 있는 AI 예측모델을 개발했다.

장병들을 진료하고 있는 허준녕 대위 /사진=육군 제공

‘급성 뇌졸중 결과예측을 위한 기계학습 기반모델(Machine Learning-Based Model for Prediction of Outcomes in Acute Stroke)’이라는 제목의 논문은 뇌졸중 분야의 권위 있는 의학 잡지인 '스트로크(Stroke)' 홈페이지에도 게재됐다. 5월호 잡지에 실릴 예정이다.

그동안 뇌졸중 급성기 치료의 경우 와이어를 뇌혈관에 넣어 약을 투여한 뒤 혈전을 빼내는 '침습적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히려 치료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허 대위는 전공의 시절 급성 뇌경색 환자가 치료 중 실어증을 보인 것을 계기로 뇌졸중 관련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환자는 세 달 후 실어증에서 완전히 벗어났지만 허 대위는 자신이 시술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깊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후 허 대위는 뇌졸중 치료 후 환자의 회복 정도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평소 프로그래밍을 즐겨 공부하던 그는 AI의 능력을 뇌졸중 치료에 접목하는 방안을 구상해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허 대위는 3개월 동안 2602명의 환자 데이터를 검수·입력해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였다. 약 7개월간 연구를 거듭한 끝에 얻은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허 대위가 개발한 모델은 기존 70% 미만이었던 결과 예측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개발한 AI모델의 구동방식은 38개의 인자(因子)를 입력하면 치료 3개월 후 환자상태를 AI모델이 예측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인자는 △나이 △성별 △흡연력 △증상발생 후 내원시간 △뇌졸중장애척도(NIHSS) △초기혈압 △과거력 △약물복용력 △피검사결과 등이다. 환자상태는 0~6단계의 장애 예후척도로 설정돼 0~2이면 '좋음', 3~6이면 '좋지 않음'으로 나타난다.

그는 연구결과를 의료 현장에서 즉각 활용할 수 있도록 논문으로 작성했다. 그의 연구는 뇌졸중 환자의 후유증 예측을 통해 치료여부·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AI모델 특성상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예측률이 향상될 전망이다.

허 대위는 “치료 과정에서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도 있다. 뇌졸중도 예외는 아니다”며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환자를 살릴 수 있기에 의사로서 항상 고민해왔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위는 이번 연구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을 다니던 2012년에는 뇌졸중 응급진단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뇌졸중 119’를 개발했다. 뇌졸중 간이 진단법, 전문병원 위치 안내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앱은 현재 1만명 이상 다운로드받았다.

허 대위는 “뇌졸중은 단일 질환 사망원인 1위인 질병임에도 너무 알려진 게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많다.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약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장병을 가족처럼 여기고 아픔을 만져줄 수 있는 세심한 군의관이 되고 싶다”고 다짐을 밝혔다. 

육군 21사단 군의관인 허준녕 대위가 개발한 앱 ‘뇌졸중 119’의 화면 /사진=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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