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이틀 군사행보…‘내부단속·美압박’ 양면전략

[the300]협상·제재 장기전 대비 내부 단속…2기 체제, 안보·경제 챙기기 집중

최태범 기자 l 2019.04.18 16:39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제1017군부대 전투비행사들의 비행훈련을 지도했다고 17일 보도했다. 2019.04.17.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틀 연속으로 군사행보에 나섰다. 지난 16일 전투비행훈련을 현지지도한데 이어 17일에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시험을 지도했다.

5개월 만에 군사행보를 재개한 김 위원장이 이를 본격화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국면이 장기화될 것을 대비해 내부를 단속하는 한편, 미국에는 ‘제재 양보’를 압박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8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국방과학원이 진행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해 지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을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이라고 지칭했다.

김 위원장은 "이 무기체계의 완성은 인민군 전투력 강화에 매우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했다. 무기의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를 시험했다는 점에서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나름의 수위조절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에는 평양을 방어하는 공군 부대를 찾았다. 통신은 이번 시찰이 불시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최고지도자가 안보 대비태세를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군사훈련이나 무기시험 지도 등 군사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2기 체제’를 확립한 김 위원장은 대내 결속의 고삐를 조이고 비핵화 협상의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행보를 부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공군 부대를 방문한 같은 날 평안북도 신창양어장을 찾아 ‘경제행보’에 나선 것도 의미가 크다. 북한 노동신문은 17일자 보도에서 신창양어장을 1면에, 비행훈련을 2면에 배치해 군사 보다 경제를 앞세웠다.

◇경제발전 틀 안에서의 군사행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 총력 집중이라는 노선의 틀 안에서 국방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경제발전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내세우는 한편 국방 분야도 발전시키고 내부적으로 ‘늘 안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협상이 안 됐을 때를 대비해 국방력을 강화해 나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최근 포착된 영변 핵시설 동향도 같은 맥락으로 봤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6일(현지시간) 영변 핵시설에서 방사성 물질 이동용으로 쓰일 수 있는 특수 궤도차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 운반 등 핵 활동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임 교수는 “북한이 경제발전에 집중하지만 핵·미사일 등 자신들의 국방분야도 계속 강화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그것도 하나의 (비핵화) 협상카드”라며 “군사행보를 도발 가능성으로 보는 것은 성급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군사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제재 완화' 압박 메시지도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안보전문가들을 인용해 "제재에 대한 타협이 없을 경우 '대치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했다.

유언 그레이엄 호주 라트로브대 교수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문제에 있어)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경우, 판돈을 올리기 위한 군사옵션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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