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고성·난입·내분 끝 빈손 의총(종합2보)

[the300]김관영 "민주당 합의안 제시…홍영표 번복에 논의 진행 않기로"

김하늬 기자, 조준영 기자 l 2019.04.18 16:05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사진 왼쪽), 유승민 의원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의원총회는 선거법·공수처 패스트트랙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유승민 등 옛 바른정당계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논의 불발·손학규 대표 퇴진 ·제3지대론 등 도처에 깔린 내홍의 지뢰밭에 감금됐다. 

바른미래당이 18일 3시간이 넘는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묶은 패스트트랙안(신속처리 안건) 표결이 무산됐다. 

의총은 시작부터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손학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김관영 원내대표가 개의선언을 한 직후 비공개를 선언하자 하태경 의원이 손을 들며 "공개발언 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손학규 대표가 "비공개로 하자"고 제안하자 하 의원은 "아니 끊지 말고요. 할 말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뒤늦게 의총현장에 나타난 이찬열 의원은 "아니 공개로 하라니까요! 맨날 비공개에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여분 뒤 지난 5일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의총장에 들어서려 하자 당직자들과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남성 1명과 여성1명 당직자들이 이 의원의 의총장 입장을 막으면서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발언 후 의총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당원권 1년 정지' 징계중이나 이날 바른미래당 의총에 참석했다. 2019.4.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언주 의원은 당직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너네 수장이 누구냐, 원내대표냐"라며 "이러려고 당원권 (1년 정지를)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비켜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며 강제로 의총장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 마침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도 현장에 모습을 보였다. 이혜훈 의원이 의총장에 들어서기 위해 문이 열린 순간 이언주 의원도 그 틈을 비집고 동시에 들어가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의총장에 들어선 이 의원이 손 대표에게 "당 대표를 그만두라"고 요구하자, 임재훈 의원은 "이언주 의원은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며 맞섰고,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언주 의원은 발언권이 없다. 참관만 허락한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바른정당계 일부 의원들은 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손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제3지대론'과 신당 창당을 논의한 것에 대한 손 대표와 박주선 의원의 해명을 요구했다. 

의총장 밖까지 여러 차례 고성이 들릴 만큼 극심하게 대립했다. 특히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승민 전 대표와 국민의당계 중진 박주선 의원 간 설전이 여러 번 오갔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날 표결무산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결정타였다. 홍 원내대표는 오전 10시경 여당이 공수처의 기소권을 분리해 특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안을 바른미래당에 제안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 제안도 안했는데 무엇을 제안했나"고 답했다. 이같은 내용을 의총 중에 전달받은 바른미래당 의원들들이 강하게 항의하며 이날 표결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 논의 등 당의 운명을 가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민주당과 잠정합의된 내용은 검사·판사·경무관급 이상 경찰, 이 세 분야에 대한 기소권만 공수처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그대로 분리한단 원칙에 잠정합의했다"며 "근데 홍영표 원내대표가 이 안에 대해 부인하는 발언을 해 최종합의된 내용 자체가 상대방에서 번복하는 문제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내에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는 분들이 문제제기 하셨다"며 "이 문제에 관해서 더이상 오늘 합의된 안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영표 원내대표는 "물론 지금이 협상 국면이기 때문에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갈 수는 있지만 제가 명시적으로 기존 입장을 바꾼다고 한 적이 없다"며 합의안 파기 논란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를 하고 나서 합의사항을 번복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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