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8일만에 50UBD(엄복동)…비결은 '스토리'인가 '스크린'인가

[the300]상영관 10개 중 7개 '어벤져스'…일각에선 스크린쿼터 부활 목소리까지

김하늬 기자, 김평화 기자 l 2019.05.03 05:00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제레미 레너, 브리 라슨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진행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이벤트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역대 영화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개봉 첫날부터 관객 100만명이 몰렸다. 3일째 300만명을 넘었다. 8일째 800만명을 돌파하면서 과거 '명량'(2014년)이 세운 기록을 하루씩 앞당겼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시리즈는 한국에서 항상 '승자'였다. 앞서 개봉한 MCU 21편의 누적 총 관객수는 1억명을 넘겼다. 22번째 영화이자 피날레인 '엔드게임'은 기대만큼이나 개봉 첫날부터 2835개의 스크린을 확보, 역대 최다 스크린 수를 경신했다. 

인기있는 영화에 인파가 몰리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그늘이다. 개봉 전부터 역대급 예매율을 기록한 '어벤져스'에 스크린을 많이 배정하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과 문화적 다양성의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 팽팽히 맞선다. 

국회에는 이미 '스크린 상한제'나 '공정한 상연관 배정의무' 등을 포함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영비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있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정지훈(왼쪽부터), 강소라, 김유성 감독, 이시언, 이범수가 19일 오후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언론 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쟁쟁한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2019.2.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클레멘타인과 '엄복동'의 실패…스토리= 소위 '망한' 영화의 상징으로 2004년 개봉한 클레멘타인이 꼽힌다. 당시만 해도 한국과 할리우드 영화사가 공동 투자하는 한미 합작 영화로 화제였다. 액션배우 스티븐 시갈도 출연했다. 딸을 구하기 위해 이종격투기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각국의 고수가 승부를 펼치는 스토리다. 엉성한 연출과 생뚱맞은 신파가 어울어진 이 영화는 결국 전국 관객 6만7000명. 스크린 수 15개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15년만에 '클레멘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가수 비(정지훈)가 주인공인 이영화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며 암울했던 조선에 희망이 됐던 실존 인물 엄복동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3.1절에 맞춰 개봉했다. 3.1 운동 100주년을 노리며 이른바 '국뽕' 마케팅도 노골적이었다. 결과는 참혹했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관객수는 17만2212명에 그쳤다. 

이때 등장한 유행어가 1UBD(엄복동)=17만이다. 대중문화 관객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예컨대 역대 최대 관객영화인 '명량'의 관객수는 1761만5437명. 약 100UBD이라 표기한다. '엔드게임'의 전작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65UBD, 애니메이션 최대 흥행작 '겨울 왕국'은 60UBD이다. 엄복동보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도 있다. 클레멘타인은 0.4UBD,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은 0.8UBD이다. 

'엔드게임' 국내 사전 예매량은 13.5UBD(230만명), 현재 관객수는 50UBD이다. 지금 추세면 100UBD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24일 오전 11시 기준 개봉 4시간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한국 영화 사상 최단기간 100만 돌파 신기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극장가 모습. 2019.04.24. photocdj@newsis.com

◇인기→스크린 vs 스크린→인기…해묵은 논쟁 '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확인한 결과 '엔드게임'은 전국 2835곳에서 상영되고 있다. CJ CGV가 전국 1064개 스크린을, 롯데시네마는 872개, 메가박스는 651개를 배정했다. 개봉 첫 주보다 10%가냥 늘린 수치다. 스크린 독점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상영횟수는 개봉 첫날 1만3051회로 점유율이 80%에 달했다.

그렇다고 헐리우드 영화만 스크린을 넓힌 건 아니다 역대 스크린 상위 영화를 살펴보면 '신과함께:인과연'가 전국 2235개로 2위다. 이어 △쥬라기 월드(1972개) △미션임파서블:폴아웃(1957개)△앤트맨과 와스프(1775개) △데드풀2(1576개) 등 미국 영화의 선전 속에서 △극한직업(2003개)신과함께:죄와벌(1912개) △독전(1357개) △공작(1317개) △1987(1299개)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1249개) △지금 만나러 갑니다(1163개)등도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이를 토대로 영화관 측은 '시장논리'에 따른 스크린 조정이라고 설명한다. 관객이 선호하는 영화 우선으로 스크린과 상영 회수를 편성하는 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엔드게임'과 동시에 상영 중인 다른 영화의 예매율은 5% 미만이다. '엔드게임' 예매율은 85%에 달하는 반면 나의 특별한 형제(3.9%), 뽀로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3.8%), 명탐적 피카츄 (2.8%), 배심원들(0.8%) 의 예매율은 미미하다. 
 
반면 '흥행' 한가지만을 목적으로 스크린이 독점되면 문화의 다양성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종환 전 장관시절 '영비법' 개정안 논의의 불씨를 당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영화계에서도 지난해 말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가 출범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사진=김창현 기자


◇영비법 개정안 계류중…'스크린 상한제'부터 '공정한 상영관 운영 의무' 까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대표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을 비롯해 안철수 전 의원, 조승래·우상호 민주당 의원 안이 계류 중이다.

'도종환 안'은 △일정 수 이상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영화상영관'에 대해 동일영화의 일정비율이상 상영금지 △1개 이상의 독립·예술 영화 전용관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우상호 안'은 특정영화 비중이 50% 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담았다. '조승래 안'은 '40%'로 낮췄다. 또 극장 경영자에게 상영관 관객, 상영관 배정 등에 대한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우려도 존재한다. 국회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 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예술·독립영화 부문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영역"이라며 "이를 민간 상업시설인 복합상영관에게 강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복합상영관에 예술·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지정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는 규제로서 작용할 측면도 있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배급·상영 분리 주장도 조심스런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문정호 입법조사관은 "영화상영관은 관객 선호도에 따라 스크린을 배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관객 선호도를 무시한 채 자체 또는 계열회사의 배급영화에 차별적으로 스크린을 배정하는 일은 오히려 극장의 이익을 극대화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배급업과 상영업의 겸영이 반드시 불공정행위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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