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년]평화로 얻은 민심, 경제로 까먹었다

[the300](종합)역대 대통령 중 2년차 지지율 2위…북핵-경제 동시 해결 난관

강주헌, 김하늬, 박종진, 백지수, 이지윤, 최태범, 최경민 기자 l 2019.05.07 05:01

평화로 얻은 민심, 경제로 까먹었다
[the300]역대 대통령 중 2년차 지지율 2위…북핵-경제 동시 해결 난관



한반도 평화 정책으로 끌어올인 지지율, 경제 정책으로 까먹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의 국정 지지도 추이는 이렇게 요약된다. ‘하노이 노딜’ 이후 핵협상에서도 난기류를 만난 것은 분명 악재다. 북핵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려야 하는 게 문재인 정부의 3년차 과제가 됐다.

6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5월1주차(4월30일, 5월2일)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45%로 집계됐다. 집권 후 첫 여론조사(2017년 6월1주차)에 비해 39%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5월1주차 국정 지지도도 49.1%로 한국갤럽과 유사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볼 때 문 대통령은 지난해 3분기까지 60%가 넘는 고공 지지율을 유지했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한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중재에 성공한 덕이 컸다. 한반도 평화 정책의 성공이 곧 정권 차원의 성공으로 직결됐다.

실제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판문점선언 도출 이후 지지율이 83%에 달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는 79%의 국정 지지도를 보였고 이는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졌던 직후인 지난해 9월에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국정 지지도를 61%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내리막을 걸은 것은 경제 정책의 미흡함 때문이다. 최저 임금의 가파른 인상, 부동산 관리 실패, 가상화폐 논란,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김앤장(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 갈등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다.

2017년 취임 직후 80%가 넘었던 지지율은 그해 7월 2018년 최저임금을 16.4%로 올린 직후 급락(74%)했다. 지난해 4~6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호재에 힘입은 70~80%대의 고공 지지율 시대를 끝낸 것도 최저임금이었다. 지난해 7월 3주차 당시 2019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했다는 소식에 지지율이 60%대로 추락했다.

최저임금 이슈가 정치권의 소득주도성장 공방으로 이어지자 지지율 낙폭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 부동산 폭등 이슈가 더해지며 처음으로 국정 지지도가 50% 아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경기 비관론까지 더해진 지난해 12월3주차에는 국정운영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처음으로 앞섰다. 

이후 베트남 하노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며 한반도 평화 정책이 주춤하고,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겹치며 국정 지지도는 최저치인 41%까지 떨어졌다. 이후 ‘경제 불안’이라는 큰 틀 속에 국정 지지도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지난해 12월1주차(49%) 이후 줄곧 50% 아래에서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집권 3년차에 난관을 만난 격이다. 그나마 불던 남북관계에서의 훈풍도 약해진 가운데 북핵과 경제라는 버거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핵협상의 촉진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의 보완과 혁신성장의 강화를 모두 추진하는 중이다. 

일단 지지율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당면한 국정과제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현재의 지지율 역시 국정을 운영하기에 모자람이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집권 2년차 지지율인 45%는 역대 2위에 해당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49%로 1위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44%로 3위였다. 김영삼(37%), 노무현·박근혜(33%), 노태우(28%) 전 대통령은 모두 지지율이 저조했다.

결국 문 대통령의 성공적인 집권 3년차는 경제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제정책에서의 미흡함이 지지율을 끌어내려온 결정적인 이유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의 44%가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었다. 반면 직무수행 긍정평가의 이유로 ‘경제 정책’이라고 답한 이는 1%에 불과했다.

최경민 기자


[文정부 2년]임금과 고용의 랩소디..숫자로 본 2년
[the300]경제성장률 '하락' · 고용률 '회복' · 부동산 투기 '멈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사람 중심의 성장을 표방했다. 이른바 ‘J노믹스(재인+경제학)’다. 지난 5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수출과 기업 중심 경제 패러다임을 내수·가계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였다.
첫 해 J노믹스의 화두는 '소득주도성장' 이었다.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 한편 보육·의료·주거 등의 생활비를 줄여주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실업급여와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 사회 안전망도 강화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정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부담을 불러왔다. 특히 이는 고용 침체, 고용 악화로 지표화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 -0.3%…文 정부 '두 번째' 마이너스= 문 정부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올해부터 경제정책 성과 체감을 약속했다.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은 "2019년 예산안은 순수하게 우리가 짠 예산”이라며 “신속히 국민 앞에 성과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470조원대의 슈퍼예산이다. 

하지만 제대로 집행을 시작하기도 전인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3%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벌써 두 번째다. 2017년 4분기에도 -0.2%를 기록했다.

문 정부 집권 첫 해 평균 경제성장률은 전년대비 3%대였다.

세계 경제 둔화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감소 등의 공백은 크고 내수경제 회복세는 더딘 까닭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한 민간부문 투자도 부진했다.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수출과 수입은 전기대비 각각 -2.6%, -3.3%였다.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래 가장 낮은 -10.8%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세계경제 둔화 등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도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8개월째 고용 증가세…경제활동참가율 상승으로 긍정적 효과 기대= 문 대통령의 취임 1호 지시사항은 '일자리위원회' 설립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하고 정부차원의 일자리 창출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는 2682만2000명으로 전년대비 9만7000명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취업이 저조했던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래 최저치다. 문 정부 첫 해인 2017년 증가폭은 31만6000명이었다.
올해부터 회복조짐이 엿보이긴 한다. 2월 취업자수 증가는 27만3000명으로 작년 1월이후 13개월만에 20만명선을 회복했다. 3월에도 24만7000명으로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끝나고 회복기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힘들고 아쉬웠던 점은 고용 부진”이라며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최저임금 등에 대해선 보완하겠다”고 말한 직후부터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5%로 0.3%포인트 줄어들어 개선세로 전환했다. 청년고용률은 42.7%로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1분기까지도 청년 고용수준 개선추세가 이어져 3월 청년고용률은 42.9%로 전년 동월보다 0.9%p 높아졌고 청년실업률은 10.8%로 0.8%p 낮아졌다.




◇숨겨진 뇌관…서울 강남 아파트 값= 숨겨진 ‘다이너마이트’는 부동산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 시장 안정화를 명목으로 강력한 규제를 담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투기 과열지구를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에 필요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을 대폭 축소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하고, 양도소득세율을 높였다. 직후 강남3구 지역을 중심으로 수천만원 가격을 낮춘 급매가 출현하는 등 아파트 매도세가 강해졌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하자 정부는 한 달만에 ‘9.5 부동산 대책’과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연달아 내놨다. 집값은 잡았지만 거래 실종, 실수요자 부담 등 또다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문 정부는 작년 9월 '종합 부동산대책'으로 투기 수요 억제와 주택공급 확대 '투트랙' 정책을 발표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보여주려는 듯 '9.13 종합부동산대책'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함께 회의한 뒤 경제부총리가 직접 발표했다. 

정부는 부동산정책의 핵심인 '투기수요 근절'을 다시금 강조하면서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안정적 주거공급과 지역 맞춤형 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으로 우선 부동산 시장을 잠재웠다. 

문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에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9.13종합대책'까지 이어진 부동산대책 '패키지'는 일단 서울 집값을 묶어두고 있다. 남겨진 3년,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 성패는 공공임대주택을 통한 건설경기, 주거안정, 저출산 대책 등 '포용성장'의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김하늬 기자


[文정부 2년]개혁 추진 2년…'갈등·반동' 속 끝내는 갈길, 아직은 먼길
[the300]최후의 보루 '패스트트랙'…더 커진 국회·사회 갈등 진화가 숙제



문재인 정부는 탄생과 동시에 '숙명'인 개혁에 2년간 매진했다. 성과가 없지 않다. 하지만 입법 등 제도적 완성까지는 더딘 흐름이다. 개혁 피로감, 반발에 따른 갈등 등도 적잖게 드러나고 있다. 
'적폐 청산'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사법개혁을 비롯 각종 사회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발이 거세다. 정책 추진 과정에 나타난 갈등을 미처 진화하지 못한 채 '문어발식' 개혁하는 모습이다.

반발 속에 개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재인 정부가 택한 것은 국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였다. 지정 후 최장 330일 후에 무조건 해당 법안을 국회 본회의로 올리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의 '브랜드' 국정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이 대표적이다. 공수처 법안의 경우 자유한국당은 '아예 필요 없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도 논의 진전이 거의 없었다. 이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키지'로 엮는 여당의 원내 전략이 한국당 제외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입장과 맞아 떨어졌다.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앞서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도 패스트트랙 제도로 논의 선상에 간신히 올랐다. 한국당 역시 유치원 3법 개정안을 냈지만 여당안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결과다.

이들 법안은 앞으로 일정 시일이 지나면 본회의 표결을 거치겠지만 갈등의 불씨가 꺼지기는커녕 더 커지기만 했다는 지적이 많다. 내년 총선 이후 정치 지형이 변수이지만 나머지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장외에 투쟁하러 나선 한국당과의 관계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국가정보원 개혁·자치경찰제·소방관 국가직화·주주 의결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다중대표소송제·감사위원 분리 선임 도입,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핵심 과제들이 아직 입법화되지 못했다. 의원 입법 형태로 계류 중일 뿐 논의조차 어렵다. 모두 한국당의 반대가 큰 법안들이다.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낸 정책들도 '완성형'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기 집중적으로 추진한 정책들은 주로 복지정책이다. 아동수당 확대·기초연금 인상 등 한국당 등 야권에서 '세금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복지 공공성 강화 정책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홈쇼핑'을 표방한 '문재인 1번가'의 판매 1위 상품 미세먼지 공약도 절반의 성과다.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으로 규정하는 재난안전법 입법이나 미세먼지특별법 제정 등 국회 입법은 이뤄졌지만 미세먼지를 실제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야권과의 갈등뿐 아니라 사회 각 계층의 화합도 숙제다. 노동 분야가 대표적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사회적 협의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성평등 정책에 따른 '젠더 갈등'도 향후 국정 운영에 고려할 요소다. 성평등 관련 국정과제는 국회에서 불법촬영 근절법안 등 관련 입법이 지난해 연말부터 비교적 속도가 붙어 이행률이 낮지 않다. 다만 HTTPS(보안접속) 차단 논란 등 이에 따라 남성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역시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지수 기자

[文정부 2년]외교안보 국정과제…아직 할 일 많다
[the300]비핵화·남북관계에 종속, 한일관계 ‘난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주년을 맞는 문재인정부의 외교·통일·국방분야 국정과제 이행은 비핵화 협상 및 남북관계와의 종속성에 따라 성과가 엇갈렸다.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은 진전을 보인 반면, 북미대화와 맞물린 부분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중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첫 과제로 제시된 북핵 대응을 위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은 기본 용어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 때문으로 보인다. 대북 타격 개념에서 포괄적인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으로 의미가 변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의 경우 ‘조건에 기초한’ 전환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임기 내 전환’ 공약에서 좀 더 여지를 둔 셈이다. 한미는 오는 8월 연합지휘소연습(CPX)를 진행하며 전작권 전환의 최초 작전운용능력(IOC) 검증을 내실 있게 시행할 계획이다. 

국방개혁 2.0은 군구조·국방운영·병영문화·방위사업 등 4개 분야 42개 혁신 과제들이 추진된다. 하지만 핵심인 작전개념 정립과 이에 따른 군 구조 개편 및 소요전력 확보 방안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다. 

남북연락채널 복원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소했지만, 남북 소장회의는 지난 2월말 이후 10주째 중단된 상태다. 남북 철도·도로 등 교류협력 사업도 비핵화 협상의 교착으로 인해 크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북미관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국방부 문민화, 장병 인권보장, 방산비리 척결, 공공외교 활성화와 신북방·신남방정책 추진 등의 과제는 성과를 냈다. 

특히 신북방·신남방정책은 미중일러 4강에 치우친 한국의 외교를 다변화하고 외교지평과 경제 영토를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이들 정책의 기틀을 잡았고,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첫 해외 순방으로 지난 2월 동남아 3개국을 선택하고, 최근 중앙아 3개국을 방문한데서도 이런 의지가 읽힌다. 신남방·신북방정책이 단지 구호에 그치는게 아니라 실제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한일관계는 문재인정부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지난 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와 그 결과인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해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로 레이와(令和) 시대가 개막했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한일관계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초계기-레이더 갈등,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독도문제 등 여러 현안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최태범 기자


[文정부 2년]드라마틱했던 文프로세스…시험대 놓인 중재자
[the300]北 단거리 발사체 도발…중재·촉진역할 성과까진 ‘먼 길’

문재인 대통령이 2박3일의 평양 일정을 마치고 백두산 방문을 위해 지난해 9월 20일 오전 삼지연 공항에 도착,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정부가 2년 동안 추진해온 북미 비핵화 협상 중재는 기승전결(起承轉結)로 구성된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2017년 북한의 거센 도발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던 문재인정부의 노력이 한반도 대화를 일깨운 ‘기’였다면, 2018년 평창에서 시작된 평화 분위기는 남북미 비핵화 협상을 본격화하는 ‘승’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눈을 집중시켰던 세기의 이벤트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평양방문으로 한반도 평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겼다. 

북미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입장차를 확인한 뒤 지속하고 있는 지금의 교착상태는 양측이 보다 나은 결론을 얻기 위한 ‘전’의 단계로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이다. 2020년 트럼프정권 임기 내에 어떤 식으로 핵 담판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남북·북미정상회담 등 적극적으로 대화국면을 이끌어낸 문재인정부 2년차의 대북정책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해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상황은 녹록지 않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간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다수 발사하며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태도변화를 압박하려는 도발로 풀이되지만, 향후 추가도발이 이어지만 1년여 넘도록 숨 가쁘게 진행돼 온 한반도 평화모드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북미협상을 중재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인 집권 3년차를 맞아 그동안 공들였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 때로는 당사자로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해 협상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북미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트럼프정권의 임기 시한을 고려해 조속히 합의안 초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내년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남북미가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엔 비핵화 협상이 중단되고 북미·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될 수 있다”며 “정부는 청와대와 외교부, 안보·대북·미국전문가뿐만 아니라 핵 과학자·기술자를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평화 태스크포스(TF)를 서둘러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태범 기자


[文정부 2년]메아리로 남은 '정책여당'과 '대안정당'
[the300]여야 대치 여전, '드루킹'→'패스트트랙' 전선 이동…입법과제 해결 논의 지지부진



‘드루킹’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전선만 이동했다. 여야 대치와 국회 마비는 ‘플레이어’만 바뀌었을 뿐 1년 전과 ‘데칼코마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여당’을,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대안정당’을 내세웠으나 양보와 타협이 없는 벼랑 끝 전술로 귀결됐다.

여야는 문재인 정부 1주년인 지난해 5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별검사’ 현안을 두고 대치했다. 같은달 3일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조건으로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야당도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국정조사 추진에 한목소리를 내며 연대했다.

1년이 지난 2019년 5월, 정치권 구도와 쟁점 사안만 바뀌었을 뿐 국회 파행은 여전하다. 여야4당(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한국당의 대결이다. 공직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대치한다.

한국당은 전국적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서울 광화문에서 문재인 대통령 규탄 집회를 열어오던 한국당은 지난 2일부터는 ‘전국 순회’를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에서 ‘삭발식’을 감행했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철회 없이는 국회 정상화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있다. 지난해 5월 조선업 침체 등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극복·일자리 안정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미세먼지와 포항지진, 강원 산불과 같은 국민 안전과 관련된 대책 마련을 위한 추경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전환, 택시·카풀 관련 법안 등도 논의 대상이다.

민생법안 처리 등 입법과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정책여당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문 정부 출범 이후 총 40번에 달하는 당정협의회 등을 개최하는 등 정책 현안에 대응하려 노력했다. 한 달에 1.67번 구체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청년일자리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한국당도 ‘대안정당’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투쟁일변도로만 대응하는 데서 탈피해 ‘정부실정’에 맞서 민생을 반영한 정책 제시를 병행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 대선과 6·13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패배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내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였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한국당 새 원내사령탑 취임 일성으로 “한국당이 반대정당이 아닌 대안정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7일에는 경제4단체장을 국회로 초청, 긴급간담회를 열고 “규제혁파와 노동개혁을 위해 친현장·친시장 정책을 기업 목소리를 듣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강대강 대치에 발목 잡혀 뚜렷한 입법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집권여당은 국민 앞에 성과로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4대1이라는 수적 열세에서 타협 대신 투쟁을 선택했다. 거대 양당 모두 정치지형 양극화에만 열을 올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상화 분수령은 오는 8일 예정된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출이다. 후임자가 등장해 대화 재개를 타진하는 가운데 일정 부분은 타협한다는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지난해에도 결국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물러나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한국당의 단식 농성장을 곧바로 찾아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경색국면이 풀렸다.


강주헌, 이지윤 기자


[文정부 2년]황교안 1등할 줄 누가 알았나…요동친 차기주자들
[the300]여권 잔혹사에도 이낙연 등 지지율 상위권 다수…야권, 나경원 변수


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문재인 정부 2년,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차기 대권 주자들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요동쳤다. 
가장 극적인 변화는 보수 야권이다. 초유의 탄핵 사태를 겪은 만큼 정권 초만 해도 사실상 궤멸상태였다. 차기 주자를 거론하는 일조차 민망했다. 그러나 올 들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최근 조사(이하 리얼미터 4월 기준)에서는 22%대로 올라섰다. 보수층이 구심점을 잃은 상황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무게감 있는 황 대표에 결집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장외투쟁 등을 이끌며 '투사'로 변신해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다. 

여권은 잔혹사라 불릴 정도로 차기 주자들이 수난을 겪었다. 가장 유력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해 3월 성폭행 폭로가 터져 나오며 구속된 게 대표적이다. 각종 의혹에 휘말린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5일 검찰이 친형 강제입원 시도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권 차기 주자로 부각됐다.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으로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20%에 육박해 황 대표를 바짝 추격했다. 

직업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꾸준히 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친문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댓글조작 사건으로 구속됐지만 보석으로 풀려나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기사회생할 가능성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황 대표를 제외하면 각종 여론조사의 상위권은 여전히 여권 주자들이 차지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몸풀기에 들어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년 사이 새로 떠오른 주자다. 20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좌하며 실력 있는 국정조정자의 역할을 보여줬다. 

야권에선 현재로서는 황 대표 외에 이렇다 할 차기 주자가 없는 게 현실이다.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대표 등이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소속 바른미래당 지지율 자체가 5% 안팎에 그치며 고전을 면치 못한다. 

홍준표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내년 총선 등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뒤 전면에 나설 시기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변수다. 올 들어 날선 대여투쟁을 이끌면서 보수층을 중심으로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2년 전과는 체급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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