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호, '하늘이 주관한 시간'에서 '문화'로

[the300][런치리포트-연호법]②북한은 '주체'…대만은 '민국'

김민우 기자 l 2019.05.08 05:30

연호는 군주국가에서 군주가 자기의 치세연차에 붙이는 칭호로 ‘권위’의 상징이자 신앙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시간을 계산하는 기준이자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단위다. 인류는 옛날부터 시간은 하늘(천신)이 주관한다고 믿었다. 연호 제정권은 하늘의 아들만 가진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교문화권은 산 사람을 하늘의 아들로 모셨기에 천자가 새로 즉위할 때마다 연호가 바뀌었다. 중국의 경우 황제의 재위년을 원년으로 표기하다 기원전 2년 중엽 한무제부터는 임의의 연도에 연호를 붙였다. 이 때문에 당 고종이나 송 이종 등은 주술적 이유 등으로 연호를 마음대로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14세기 명나라 대에 이르러서야 한 군주가 재위중 하나의 연호만을 사용하는 ‘일세일원제’가 정착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연호는 고구려 광개토대왕이 즉위한 ‘영락’이다. ‘서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391년을 원년으로 삼아 시간계산을 했다. 이후 대조영은 서기 699년에 발해를 건국하면서 ‘천통’이라는 독자적 연호를 썼다.

고려 시대에는 태조 왕건도 ‘천수’라는 독자적 연호를 사용했고 광종이 ‘준풍’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이후 부터는 중국의 연호를 받아썼다.

조선왕조 때에는 천자를 중국의 황제로 보고 독자적인 연호를 쓰지 않다가 고종이 1895년 ‘건양’이라는 연호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고종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1897년 ‘광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 탄신일을 탄생한 날을 연호로 사용한다. 예수가 하느님의 유일한 아들이라고 믿기에 연호는 2000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이슬람권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에서 기독교가 유럽 전 지역으로 퍼진 이래 서력기원(서기, A.D)을 줄곧 써왔다. 예수가 탄생한 때를 원년으로 삼아 앞선 시기를 기원 전(D.C)으로 이후 시기를 기원 후로 표기한다. 우리나라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연호도 이 ‘서기’다. 올해는 예수가 탄생한 지 2019번째 되는 해다.

이슬람국가에서는 현재 무함마드가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예언자라고 보고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서기 622년 9월24일 을 원년으로 삼는다. 이날이 ‘헤지라 1년’이다. 로마자 약어로는 H 또는 A.H로 표기한다.

이슬람 뿐아니라 북한과 대만 등은 현재도 서기 이외에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전 국가주성의 출생연도인 서기 1912년을 원년으로 삼아 ‘주체연호’를 사용한다.

중화민국(타이완)에서는 쑨원이 신해혁명으로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세운 서기 1912년을 원년으로 삼는다. 올해는 민국 108년이다. 1949년전까지는 중국 본토에서도 이 연호를 사용했으나 장제스의 중국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본거지를 옮긴 이후부터는 대만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시간감각은 문화권역을 구성하는 핵심코드”라며 “현재 대부분의 나라가 서력기원을 쓰는 것은 기독교 문화권의 시간이 세계를 정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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