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안철수·유승민 택한 바른미래…'팽'당한 손학규
[the300]목표는 '손학규 체제 붕괴'…이해관계 맞은 안&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오신환 의원(왼쪽)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신임 원내대표로 오신환 의원을 택했다. 경쟁자인 김성식 의원이 밀릴 상황은 아니었다. 결정적 이유는 당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시각이었다. 손학규 대표 등 '당권파'와 유승민계(바른정당계)의 싸움에서 '안철수계'가 오 의원의 손을 들었다. 바른미래당 공동 창업주인 두 계파가 손을 다시 잡으면서 손학규 체제 붕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오신환(관악구을) 의원이 총 투표수 24표 중 과반 이상을 얻어 바른미래당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새누리당 출신인 오 원내대표는 현재 당내에서는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고 바른미래당으로 합쳤지만 손학규 대표와 호남계 의원의 '진보' 주창에 당은 화합과 반목을 거듭했다. 안철수계도 손 대표 등 당권파 입장에 더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였다. 이른바 '화학적 결합'을 두고 내홍이 거듭됐고 그 사이 당 지지율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안철수‧유승민계는 이번에는 다시 힘을 모았다. 목표는 '손학규 체제 붕괴'였다. 두 세력의 이해관계가 맞았다. 안철수계는 오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밀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손학규 대표 체제보다는 안철수·유승민을 내세우는 게 국민적 지지를 얻는데 설득력이 있다는 공감대를 모았다.
선거 결과는 오 의원의 압도적 승리로 보인다. 이날 개표는 재적 의원의 과반 이상이 나온 직후 중단됐다. 기호 2번 김성식 의원의 득표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표는 24명 의원이 했다. 19번째 표를 개표한 뒤 13대 6으로 과반이 넘어 오 원내대표의 당선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식 의원이 자타공인 '경제‧정책통'으로 전문성이 있지만 현재 당 상황에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였다.
김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손학규 책임론'을 의식한 듯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 지도부 진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퇴진 요구 약속은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내 범손학규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안철수계‧유승민계 공조의 시작은 김관영 전임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할 때부터다. 유승민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발해 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할 때부터 공조에 나섰다. 지난 7일 김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조기 원내대표 경선 여부를 다룰 의총 소집요구서를 당에 제출했다.
의총 소집을 요구한 의원들은 유승민계 의원 8명(정병국·유승민·이혜훈·오신환·유의동·지상욱·하태경·정운천)과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의원 7명(권은희·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등 15명이다.
손 대표에 대한 당내 사퇴 압박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당 혁신을 위한 '손학규 퇴진'을 원내대표 출마 공약으로 던졌던 오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오늘 결정을 손학규 대표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6‧13 지방선거 패배로 물러난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빈자리를 채웠다. 손 대표는 지난해 9월 바른미래당 대표에 당선됐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 전면에 내세운 손 대표는 김 전임 원내대표와 함께 패스트트랙 정국을 주도했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를 요구하며 국회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벌어진 김 전임 원내대표의 사보임으로 인해 당내 최고위원들이 당무를 거부하는 가운데 손 대표는 지난 5월 1일 주승용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 2명으로 임명했다.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김수민 최고위원이 최고위 협의 없이 이뤄진 임명이라며 '당헌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등 당내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 국민의당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은 "손 대표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손 대표 퇴진을 놓고 당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손 대표의 리더십 부족에 대해 원내외 공감대가 형성돼 빠른 속도로 당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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