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결사’ 나선 반기문…“정치, 전성기 지났다”

[the300]국가기후환경회의 언론포럼 기조연설…“미세먼지 해결이 마지막 소명”

최태범 기자 l 2019.05.16 16:00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진흥재단 초청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언론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05.16. dadazon@newsis.com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미세먼지 해결사’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다음 달 중국 고위인사와 접촉해 미세먼지 해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민들과의 ‘타운 홀’ 미팅도 추진한다. 정치 행보와 관련해선 “내 프라임타임(전성기)은 이미 지났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범정부기구 성격의 협의체다. 정당,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종교계,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표하는 당연직·위촉직 42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민·전문가·업계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미세먼지 문제의 해법을 정부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는다. 중국 등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반 위원장은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후회의 언론포럼 기조연설에서 “미세먼지 문제는 법과 제도, 산업, 일상생활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밀접히 연계된 문제이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만큼 방안 도출이 쉽지 않다”고 했다.

반 위원장은 “기술적인 요소와 사회적인 요소를 변화시키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며 “여러 이해관계와 입장이 얽혀있는 만큼 기후회의는 국민과 소통하고 대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세먼지는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거대한 작업”이라며 “미세먼지 해결이라는 것이 단순히 오염원을 단속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발상의 전환에서 오는 생활환경의 변화와 깊이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회의는 국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이번 달 안에 500여명 규모의 국민 정책참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6월 중에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미세먼지 관련 대토론회를 열고, 9월에도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반 위원장은 “전문가들이 도출한 정책을 밀어붙여 해결하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국민 눈높이에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해야 사회를 바꾸는 힘이 생긴다”며 “국민들의 숨 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반드시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회의에서 제안하는 내용을 반드시 국가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자문기구지만 기후회의에서 나온 것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책임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방문, 대국민 ‘타운홀 미팅’ 등 광폭행보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반기문(오른쪽)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투바앤빌딩에서 열린 '라바' 국가기후환경회의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해 라바 타운을 둘러보고 있다. 2019.05.16. dadazon@newsis.com

반 위원장은 다음달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는 “중국 고위인사와 협력방안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다양한 채널로 주변국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확산하고 공조를 구축할 것이다. 국제네트워크 구축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 지도자들과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했는데 그들도 문제를 절감하고 있고 해결하는데 양국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미세먼지 문제는 국가단위의 이해관계를 벗어나 ‘호흡 공동체’라는 인식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성사되면 이를 미세먼지 협력의 중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반 위원장은 조언했다. 그는 “정상 차원에서 톱다운으로 (결정돼) 내려오면 부처간 협의가 훨씬 쉬워질 수 있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위원장은 9월 중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을 내놓을 계획이다.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처방의 경우 실질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반 위원장은 10~12월 중에는 미세먼지 피해를 입는 각 지방을 돌며 국민들과 타운홀 미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반 위원장은 ‘정치행보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피상적으로 보고 듣던 정치와 직접 해보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제까지 제가 쌓아온 제 자신에 대한 진실성이나 이런 것들이 다 망하고, 유엔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하면 국내 문제가 국제 문제까지 될 수도 있어 나 하나 그만두면 모든 게 편해지겠다 싶어서 결연한 마음으로 보좌관들과 상의 없이 (정치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며 “정치 문제는 진짜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 위원장은 특히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내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내 나이(1944년생·만74세)를 따져보면 여러분도 짐작하실 거다. 어떤 사람이든 다 때가 있다. 난 프라임타임(전성기)은 이미 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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