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개혁안대로 일단 추진…'독립적 수사'·'정치개입' 방지 초점

[the300]2017년 경찰개혁위 권고안 토대 당정청 협의…한국형 'FBI' 국가수사본부 설치 등 경찰청법 개정 필요

백지수 기자, 이지윤 기자 l 2019.05.20 17:04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를 막기 위한 경찰개혁안 논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계획한 개혁안을 확실히 하라"

당정청이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가 경찰청에 권고한 자체 개혁안을 토대로 한 경찰 개혁 방안을 입법화하기로 20일 협의했다. 최근 버닝썬 사건과 이전 정부에서 정보경찰의 정치 개입 사건 등이 드러난 가운데 이같은 사건 재발을 막겠다는 경찰에 국회 입법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새로운 혁신안을 만들기보다 기존에 발표된 안을 추진하는 쪽으로 정리했다. 

당정청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관련 협의를 열고 △국가수사본부 설치 △자치경찰제 도입 △정보경찰의 정치개입 통제·처벌 △경찰대 신입생 절반으로 축소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찰 통제 강화 △인권침해 통제·수사전문성 강화 등 입법에 공감대를 모았다.

이들 내용은 대체로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경찰청 산하로 활동한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사항을 경찰청이 받아들인 내용들이다.

경찰청이 권고안 수용 의사를 밝혔더라도 이같은 내용이 입법사항이어서 실제 이행이 더뎠다. 국회에 관련 입법안은 모두 발의돼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대표발의한 경찰법 전부개정안이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핵심 입법안이다.

이 법안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하고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수사와 경찰 행정의 분리가 골자다. 국가수사본부를 비롯한 국가경찰과, 치안 관리 등의 경찰 행정 등을 자치경찰로 각기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이다. 대신 경찰청 산하 112 종합상황실에 자치경찰도 근무하게 해 치안 공백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중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로도 불리는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수사 왜곡이나 정치적 수사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는 경찰개혁위 권고 사항이었다. 경찰청장이나 지청별 관서장급을 통한 수사 외압이나 왜곡 수사를 방지하자는 방안이다. 박근혜 정부때 임명돼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마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재임 당시 이같은 권고사항을 이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가수사본부가 생기면 차관급 개방직인 본부장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형사과장을 직접 지휘하게 된다. 수사 대상·범위를 설정하고 체포·구속 등 강제수사 여부 결정, 송치 의견, 법률 적용 등을 국가수사본부가 지휘하는 것이다. 경찰청장이나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등은 아예 수사 내용에는 관여할 수 없고 일선에서 수사 절차를 잘 지키는지 정도만 관여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조직 분리로 자치경찰과 국가경찰간 영역 다툼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법안에 마련된 보완장치로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며 "사건 초동 대응은 현장에서 가장 빠른 팀이 하더라도 이후에는 정확히 수사권을 심의해서 이관할수 있게 해뒀다"고 설명했다.

정보경찰 통제 방안도 이미 입법안이 마련돼 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발의한 경찰법 일부개정안, 소병훈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경찰공무원법 일부개정안 등에 이 내용이 담겼다. 국가경찰이 정치에 관여했을 때 5~7년 이하 징역과 5~7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다만 이날 당정청 협의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경찰의 국회 상시 출입 중단 △경찰 국회협력관 폐지 △정보활동 규칙 제정 △정보경찰 11.3% 감축 △정보분실 폐쇄와 '정보국'으로의 명칭 변경 △경찰공무원법상 정치 관여 형사처벌 규정 마련 등이 논의됐다. 당정청은 관련 입법도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수사본부 설치와 정보경찰 통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맞물려 있다. 검찰이 그간 행사하던 1차 직접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면서 정보 기능까지 가진 경찰 권력의 비대화 우려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경찰 조직에 수사권을 주되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기존 경찰 조직에서 권력을 가진 경찰 간부가 아니라 외부 인사가 수사권을 지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경찰이 정치권 눈치보기를 하지 못하도록 경찰의 정치 중립 의무와 위반시의 처벌 규정까지 마련해둔 셈이다.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만들어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통해서도 경찰 고위직을 통제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이례적으로 국회를 찾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모두발언에서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검찰개혁을 위한 본격적인 국회 논의가 시작됐다"며 "패스트트랙에 오르지 못한 자치경찰제와 일반경찰과 수사경찰 분리, 정보경찰 개혁 등 경찰개혁 과제도 속도감 있게 처리돼야 한다"고 국회에 주문했다.

한편 당정청은 이날 '경찰 카르텔'의 씨앗이라 불리는 경찰대 인원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는 등 방안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경찰개혁위가 권고한 수사 과정의 폭행·강요 방지 등 인권침해 방지 방안에도 공감대를 확인했다. 경찰개혁위의 2017년 7월 첫 권고안에 담겼던 영상·진술 녹음 확대와 변호인 참여권 실질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영장심사관제와 피의자 메모권 보장 등 인권 보장 제도는 이미 경찰이 스스로 시범 실시를 하고 있는 개혁 사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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