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로 넘어온 낙태죄 입법…"女안전한 낙태 필요" 한 목소리

[the300]입법조사처 "낙태 허용 시기·의료인 처벌 규정 등 정비 필요"…의료계·종교계 "시술 거부할 권리도 보장해야"

백지수 기자 l 2019.05.22 17:29
이정미 정의당 대표(오른쪽에서 세번째),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왼쪽에서 네번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에서 네번째) 등 토론회 참석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가 지난달 11일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후속 논의를 22일 시도했다. 입법 전문가들은 14~22주 이내 임부에게 낙태 결정을 허용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여성의 몸에 부담되지 않는 안전한 낙태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정인화 민주평화당·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현재 국회에서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에 따른 법안 발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이라 국회 차원에서 이뤄지는 첫 입법 논의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관련 입법안의 전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현행 법에서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 제269~270조와 제한적인 허용 규정을 마련한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되 낙태 허용 조건을 구체화할 방법을 논의했다.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을 없앨지 여부와 임신 주기별 낙태 허용 여부, 약물을 포함한 낙태 시술의 방식, 의료인에 대한 처벌 여부와 정도 등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갔다.

김주경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헌법재판관들이 임부 요청에 따른 사유 불문한 낙태 허용 시기를 주로 14주로 제시했다"며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라 낙태 여부를 달리할 수 있는 시기로는 판결문에 22주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22주는 태아가 심폐 기능을 형성하고 모체 밖에서 자발적으로 호흡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김 조사관은 이 때문에 쟁점이 생긴다고 밝혔다. 김 조사관은 "헌재는 임신 22주 이후 낙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이후 시기의 낙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그런 낙태 시술에 참여한 의사는 처벌을 해야 할지 등이 숙제"라고 말했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된 낙태 관련 법을 형법에서 낙태죄를 아예 들어내 모자보건법으로 일원화하는 논의 방향도 이날 토론회에서 언급됐다. 처벌 규정과 예외 규정이 두 법으로 이원화된 형태가 일반적인 법 체계가 아니라는 지적 때문이다.

이재명 입법조사처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독일처럼 형법에 낙태 관련 처벌 규정과 허용 사유를 모두 규정하되 낙태 상담과 허용 사유 등 세부 규율을 다른 법률에 보충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모자보건법을 전부개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형법상 낙태 시술 의료인의 처벌 조항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형법에서 시술자인 의료인을 가중처벌하는 것이 취지와 맞지 않고 오히려 임부의 낙태 상담이나 안전한 시술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에서도 처벌 위주 입법은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의사에게 낙태죄를 물어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사회경제적 사유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입법 방향을 설정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가 신념과 종교적 이유로 거부해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과 불가피하게 수술한 의사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계에서도 낙태를 처벌하지 않게 되는 만큼 낙태를 거부할 권리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인 정재우 신부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낙태를 의무로 부과할 수는 없다"며 "오히려 낙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관의 결정이 법적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계에서는 안전한 낙태를 위해서 '낙태약' 미프진이나 현재는 전문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응급 피임약을 자유롭게 구입·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보건기구가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해 낙후 지역·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해 필수 의약품 목록에 등재한 미프진 등을 도입해야 한다"며 "원치 않은 임신에서 최후의 보루인 응급의약품이라도 약사의 엄격 복약 지도가 이뤄지도록 해 허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의료인 중에도 그동안 안전하지 않은 시술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임상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들도 많아 법이 정비되기 전에라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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