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삼성, 유령사업으로 제일모직 기업가치 3조 부풀려"

[the300]삼정·안진회계법인 보고서 공개…"삼성바이오로직스 유리한 리포트만 뽑아 평가 왜곡"

김평화 기자 l 2019.05.23 15:58
29일 밤 시작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자정을 넘겨 종료됐다. 이날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가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이 유령사업으로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3조원 부풀리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유리한 증권사 리포트만 뽑아 평가가치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삼정회계법인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각각 의뢰해 작성한 보고서를 23일 공개했다. 심 의원은 "삼성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바이오'라는 유령사업을 동원해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3조원 가량 부풀려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시도한 증거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특히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는 국민연금관리공단 등에 제공돼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하는 근거로 사용됐다는 설명했다. 

심 의원은 "보고서에는 과거의 사업계획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에버랜드 동식물 활용 바이오 유령 사업'이라 이름 붙여서 3조원으로 평가된 사업이 있다"며 "제일모직 가치를 높이는데 관건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평가는 증권사 리포트를 평균한 것이라 하는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평가액 중 유리한 것만 골라 그것도 왜곡해서 작성됐다"며 "익히 알려진 대로 수조원대에 달하는 콜옵션 부채는 두 보고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획적으로 저지른 범죄임을 입증하는 명백한 근거"라며 "일련의 합병 및 회계사기가 삼성 계열사 한두 곳에 의해 기획되고 실행된 것이 아니라, 삼성그룹이 나서고 미래전략실이 앞장서서 추진한 것임을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2일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삼성전자 부사장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다.

검찰은 또 삭제됐던 컴퓨터 파일 중 이 부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과의 통화를 기록한 파일을 복원했다. 복원된 파일에는 삼성그룹 수뇌부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현안들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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