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라운드업]'호프타임'으로 시작했지만…'강효상' 냉랭 마무리

[the300]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 여야 모두 추모

이재원 기자 l 2019.05.25 06:03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오신환 바른미래당,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진=홍봉진 기자


5월 넷째주 정치권은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호프타임'으로 시작했지만 잔만 비우고 끝냈다. 여야는 이후에도 교섭을 이어갔지만 한 주가 다 가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주중 터져나온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외교기밀 누설 혐의를 두고 여야 공방만 격화했다. 민주당은 24일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이 한국당에 여전히 국회 복귀 '명분'을 주지 않은 가운데 정국은 냉랭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Day1(5월2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나경원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표는 20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식당에서 '호프타임'(맥주회동)을 가졌다.

막내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 자리는 국회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사전접촉 성격을 띠었다.

취재진이 지켜본 공개 회동에서는 맥주잔을 부딪히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각 당 원내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그간의 경과와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이 외에 "국회를 정상화 하자"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만 이루고 회동은 일단 빈손으로 끝났다.

◇Day2(5월21일)

다음날인 21일, 각 당은 오전 공개 회의에서 전날 있었던 '호프미팅'의 성과를 두고 설왕설래를 이어갔다. 서로에 대한 각을 세우는 대신 "합의에 이르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와중에 바른미래당은 오 원내대표가 주재한 첫 원내대책회의에서부터 당내 갈등을 이어갔다. 손학규 대표가 채이배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에 원내대표단이 강력 반발했다.

채 의원의 면전에서 손 대표를 강력 비판하며 간접적으로 면박을 주거나 채 의원의 발언에 "원내 의견이 아니"라며 제동을 거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Day3(5월22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하루 앞둔 날 아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모친상 소식이 전해졌다. 유 이사장은 "어머니가 삶에 만족하셨기에 슬프거나 아프지 않다"는 메시지를 냈다.

조화와 조의금을 사절한다고 알렸지만 여권 유력 정치인들의 조기로 온 장례식장을 가득 채우며 이번 정권에서 유 이사장이 갖는 위치를 짐작케 했다.

유 이사장은 모친상을 이유로 노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 불참을 알렸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서울고법에서 열리는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 항소심 공판 출석을 이유로 불참 소식을 알렸다.

이날은 강 의원의 외교기밀 누설 의혹이 처음으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강 의원은 고교 후배이기도 한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의 한 외교관으로부터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등을 받아 공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 의원은 이달 9일 국내외 외교소식통으로부터 들은 정보라면서 한미 정상간 통화 후 청와대와 백악관이 공개하지 않은 내용을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말 일본 방문 직후 한국에 들러 달라고 제안했다"는 내용 등이다. 강 의원은 또 문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단독 방한은 거절했다고도 했다.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참배 후 권양숙 여사와 노건호씨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Day4(5월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노무현재단의 주관 아래 열린 추도식에는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추도식에 함께 하기 위한 추모객 행렬은 행사장 3㎞ 밖까지 이어졌다. 재단에 따르면 이날 추모객은 2만여명에 달했다. 이 때문에 추모식에 참석차 방문했던 여야 정치인들이 길이 막혀 봉하마을 입구에서부터 마을까지 걸어 들어가기도 했다.

추도식 무대는 "대통령 할아버지 보고싶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미소를 담았고, 행사가 마무리 된 뒤 참석자들은 이제는 ‘탈상(脫喪)’이라며 다음 추도식부턴 장례식의 검정 옷이 아닌, 밝은 옷으로 '미래'를 이야기하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야권에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유성엽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도부가 불참하는 대신 조경태, 신보라 의원 등 대표단이 참석했다. 한국당 대표단은 일부 추모객들로부터 "나가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Day5(5월24일)

'빅 이벤트'였던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을 마친 여권은 곧바로 강 의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 유출을 넘어서 국익을 유출한 문제"라며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이러한 분별없는 행동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강효상 의원에게 ‘외교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중앙지검에 강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외교상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혐의다. 민주당은 "일반적인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달리 외교상기밀을 탐지, 수집한 자에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본 조에 의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과 청와대의 자가당착'이라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의원이 밝힌 한미정상 통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무슨 기밀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기밀이라면 청와대가 거짓말한 것을 따져야 한다. 청와대가 자가당착적인 입장에 대해 먼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이 정권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 기무사 문건 등을 국민 알권리를 위한다며 공개해왔다"며 "정권에 유리하면 홍보하듯이 공개하면서 정권에 불리한 부분은 숨기다가 국민께 알려지자 기밀이라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또 김 원내대변인은 "외교상 기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강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기밀’에 해당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일 직후 한국을 들러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과연 기밀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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