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라운드업]강효상, '외교 기밀 유출' 논란 톺아보기

[the300]9일 강 의원 폭로 후 약 2주 뒤 K씨 적발…與 "외교 기밀 누설" 검찰에 고발, 한국당 "靑 거짓말…정말 기밀 맞나"

강주헌 기자 l 2019.05.25 11:17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효상 의원은 "트럼프 방한은 국민적 관심사"고, 자신의 행위는 "야당의원 의정활동의 주요 사안"이라며, "외교관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을 배후조종한 강효상 의원을 엄중처벌해야”한다는 더불어 민주당에 대응했다.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내용 유출 파문이 '외교 기밀 유출' 논란으로 확산됐다. 정부는 '중대 사건'으로 규정하고 관련자 엄중 처벌을 예고했고, 민주당은 강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당은 '정상 간 전화통화가 외교기밀인지', '청와대는 왜 처음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이 강 의원의 행위를 '정당한 의정활동'이라며 옹호하고 있지만 보수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강 의원의 외교 기밀 유출 논란의 진행과정과 쟁점을 되짚어봤다.

◇강효상 "文, 트럼프 방일 후 한국 와달라 해" vs 靑 "근거없는 주장"=시작은 강 의원의 '폭로'였다. 강 의원은 9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잠깐이라도 한국을 방문해달라', '대북메시지 발신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설득했다"며 "대북메시지 차원은 미사일 도발 후 한미공조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흥미로운 제안이다. 일정이 바빠 문 대통령을 만난 후 즉시 떠나야 한다"며 "주한미군 앞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만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왕 즉위 관련 이달말 25~28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또 "미국 정보소식통과 국내외 외교소식통의 정보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단독 방한을 거절한 것으로 파악이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오지 않으면 볼턴 혼자 올 필요가 없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 거절하는 답을 보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말 일본 방문 후 귀국길에 한국을 들를 것이라는 주장에 "방한 형식, 내용, 기간 등 전혀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외교관례에 어긋나는, 근거없는 주장에 강 의원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정상간의 통화, 면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 안하는 게 원칙"이라며 "7일 저녁 한미 정상간 통화시 양 정상은 트럼프 가까운 시일 내 방한 원칙에 동의했고 일정은 양측 NSC간 협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효상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아울러 존 볼턴 미 NSC 보좌관 방한을 타진했으나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는 강 의원 회견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이후 볼턴의 방한을 희망했으나, 그 기간에 우리의 민관-민군 훈련이 있다"며 "그 시기와 겹쳐 방일 이전 방한할 것 요청했으며 현재 그 일정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누출 논란을 빚고 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있다. 2019.5.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급 비밀 유출' 외교관K씨 적발=강 의원의 주장은 약 2주 뒤 국가 기밀 유출 의혹으로 번졌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 조율 관련 정보를 강 의원에게 유출한 현직 외교관을 적발하고 조사를 벌이면서다.

22일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외교관 K씨가 강 의원에게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등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유출자를 찾아 낸 게 맞다"고 밝혔고, 외교부 관계자는 "관련 사항을 조사 중"이라고 확인했다.

청와대는 외교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심각한 건으로 간주, 유출자 파악에 들어갔다. 국가 정상 간 통화 내용이 '3급 비밀'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전화 등을 조사했고, K씨를 적발했다.

K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지난 7일 통화 내용을 강 의원에게 흘려준 것으로 파악된다. K씨는 강 의원의 고등학교(대구 대건고) 후배다. K씨는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열람한 뒤 강 의원과 지난 9일 오전 카카오톡 보이스톡 통화를 통해 해당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강효상, 국익훼손" 검찰에 고발=민주당과 정부는 통화 내용 유출 행위를 국익을 훼손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송기헌 위원장) 24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강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외교상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혐의다. 

민주당은 "일반적인 공무상 비밀누설죄와 달리 외교상기밀을 탐지, 수집한 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본 조에 의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이러한 분별없는 행동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하거나, 누설할 목적으로 기밀을 탐지 또는 수집한 강효상 의원에게 '외교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하여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식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한국당은 국익이라곤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은 비이성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이번 사태는 국익을 해하고 한미동맹을 심하게 훼손하는 것을 넘어, 자칫 한반도 평화의 길까지 가로막는 중대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사자인 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입을 보탰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외교관의 한미정상 간 통화문건 유출사건의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외교부에 있다"며 "이런 국기문란 사건이나 특히 한미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하는 것은 안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된 대화 내용이 유출되자 청와대가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정보 유출자'를 색출한 것과 관련, "책임은 공무원에게 뒤집어 씌우고 유야무야 넘어가지만 사실상 공무원 탄압이 심각하고, 이것은 공무원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이렇게 말했다.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당 "청와대 거짓말, 자가당착"=한국당은 강 의원과 외교부 참사관의 한미정상회담 통화 유출사건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당한 의정 활동이었다고 맞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강 의원이 밝힌 한미정상 통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무슨 기밀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기밀이라면 청와대가 거짓말한 것을 따져야 한다. 청와대가 자가당착적인 입장에 대해 먼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승주 의원도 같은 회의에서 "강 의원이 한미정상회담을 조속히 성사시켜 한미공조와 한미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이 어떻게 국가이익과 충돌하는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미국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강 의원의 발표가 국가 기밀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지 정부가 답해야 한다"며 "외교관이 3급 기밀에 준하는 내용을 유출했다고 해도, 이것은 외교부 내의 조직 기강의 문제일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이 정권은 청와대 캐비넷 문건, 기무사 문건 등을 국민 알권리를 위한다며 공개해왔다"며 "정권에 유리하면 홍보하듯이 공개하면서 정권에 불리한 부분은 숨기다가 국민께 알려지자 기밀이라고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또 김 원내대변인은 "외교상 기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강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기밀'에 해당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일 직후 한국을 들러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 과연 기밀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5.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수권에서도 비판…"사실상 간첩행위"=보수 외교통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24일 페이스북에 '3급 기밀'인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고위 외교관으로부터 전달받아 공개한 강 의원의 행위를 "국익을 해치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천 이사장은 "정상간 통화내용이나 외교교섭의 비밀도 지킬수 없는 나라는 주권국가로서 국제적 신뢰를 얻을 수 없고 민감한 정보를 공유받는 것도 불가능해진다"며 "그 내용이 정부를 공격하는 데 정치적으로 아무리 유리한 것이라 하더라도 외교기밀을 폭로하는 것은 더 큰 국익을 해치는 범죄행위"라고 썼다.

한국당엔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강 의원의 '출당'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강효상 의원의 폭로를 두둔한다면 공당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을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는 진영논리나 당리당략의 차원이 아니라 초당적 국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유출 의혹에 "사실상 간첩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직 외교관이 국가기밀을 외부 유출한 건 중대한 문란행위"라며 "외교관이 국가기밀을 유출한건 심각한 국익 훼손이다. 관련자 전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외교부가 평상시 보안유지를 어떻게 했기에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가.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엄정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청와대가 야당과 정치공방을 벌일 게 아니라 강 의원이 통화내용을 공개했을 때는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3급 기밀이라고 말한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한국당 의원도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대한민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정치의 최우선 가치는 국익이다. 당파적 이익 때문에 국익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 된다"며 "정부·외교관·정치 모두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모두 냉정을 되찾고 말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2019.5.23/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경화 "기밀유출 용납없다…K씨 엄중 처벌"=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급 기밀인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현직 외교관이 유출한 사건에 대해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고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국가 기밀을 다루는 외교 공무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른 걸 다 떠나서 이번 케이스는 정상간 통화라는 민감한 내용을, 대외적으로, 실수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흘린 상황이다. 감사관의 조사 결과를 받아 보고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특히 고교 선배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유출한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K씨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능력에서나 직업윤리에 있어 상당한 수준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신뢰가 져 버려진 상황"이라며 "저 스스로도 리더십에 부족한 점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기밀 유출이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이 우리 측에 의견을 줬다, 이런 상황은 아니다"며 "우리 스스로 정리하고 철저히 단속해야 할 일이고,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해야 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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