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강효상 외교기밀 누설 의혹…면책특권 대상일까?

[the300]전문가 "직무 관련성 기준으로 면책 대상 보기 어려워"…"형사책임 여부는 단언할 수 없어"

이의진 인턴 기자 l 2019.05.29 11:23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 누출 논란을 빚고 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있다. 2019.5.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 '3급 기밀'에 해당하는 한미정상간 통화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외교부는 강 의원을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형사책임이 있다고 밝혀질 경우 강 의원이 국회의원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지도 관심이다. 

[검증대상]

 

강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에서 한미정상간 통화내용을 언론에 공개하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인지 여부

 

[검증내용]

 

◇면책특권은 의정활동에만 적용 가능

 

헌법 45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는 국회 밖에서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의원이 ‘국회 내에서’ ‘직무와 관련 있는’ ‘발언 및 표결’을 할 경우에만 책임이 면제된다.

 

학계는 ‘국회 내에서’의 뜻을 본회의나 위원회를 포함해 국회가 의정활동을 수행하는 모든 장소로 해석한다. 국회의사당 건물 안이라는 공간적 의미가 아니라 의정활동 수행 여부가 해당 조건의 핵심이다. 예컨대 국정감사, 국정조사, 지방공청회에서의 의원 발언 및 표결은 면책특권 대상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이 그 세부 범위를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1996년 11월 8일 위원회‧국정감사장에서 정부 기관에 질의하려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를 적절한 국정수행으로 인정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의원이 기밀을 수집하고 이를 공개석상에서 발언할지라도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여지가 있다. 해당 행위가 ‘국회 내에서’ ‘직무와 관련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판례에서 ‘직무부수행위’ 여부 중요

 

유성환 전 신한국당 의원은 1991년 본회의 대정부 질문 원고를 개회 30분 전에 기자회견실에서 배포했다. 사건이 원외(기자회견실)에서 이뤄졌으며 발언‧표결 행위가 아니었기에 면책특권 대상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1992년 판례에서 이를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고 내용이 본회의에서 곧 공개될 예정이었기에 보도자료 배포를 ‘직무부수행위’로 봤다. 


대법원 1992. 9. 22 (91도3317)

 

대법원은 이 판례에서 직무부수행위 여부를 두고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 장소, 태양(양태)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회의의 공개성 △시간적 근접성 △장소 및 대상의 한정성 △목적의 정당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유 전 의원의 원고 배포는 이 같은 기준에서 본회의 의정활동과 연결돼 있음을 인정받은 셈이다.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사례 역시 이 같은 연결성을 인정받았다. 노 전 의원은 2005년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30분 전부터 의원회관 기자회견실에서 ‘삼성 떡값 리스트’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판례에서 자료 내용이 뒤이은 국회 회의에서 진술한 내용과 일치하므로 “보도의 편의를 위한 정당한 목적이었다고 추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와의 연결성을 인정하고 이를 직무부수행위로 본 셈이다.

 

◇"강 의원은 직무부수행위로 보기 어려워"

 

강 의원도 의사일정 중 공개석상이 아닌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논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기존 판례로 봤을 때 강 의원의 경우 직무 관련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발표 앞뒤로 특별히 직무 수행이라 볼 만한 의사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이 본회의, 노 전 의원이 법사위 회의를 앞두고 있던 것과 맥락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강 의원 경우는 노 전 의원 사례처럼 소관 상임위 업무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해당 기밀은 외교 사안이지만 강 의원은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면책특권의 성격 자체가 국회에서 심의‧표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서 국회 회의와 아무런 관계없이 보호하긴 어렵다”며 “강 의원의 경우 의사활동과 인접하지 않아 (면책특권을) 적용할 맥락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학교 인성교양부 초빙교수도 “이 경우 의정활동 부수행위로 보기 힘들지 않겠냐”며 “판례를 기준으로 본다면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해당 내용을 SNS에 개제한 행위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 의원은 언론에 한미정상간 통화내용을 공개하고 3시간 뒤 개인 SNS에 이를 게재했다. 노 전 의원은 기자회견실에서의 자료 배포는 문제가 안됐지만 보도자료를 그대로 홈페이지에 게재한 것은 문제가 됐다. 사법부는 기자회견실 보도자료 배포와 달리 인터넷 공간 게재의 경우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볼 때 강 의원의 행동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검증결과]

 

원칙상 국회의원은 ‘국회 내에서’ ‘직무와 관련 있는’ ‘발언 및 표결’을 할 경우에만 형사책임이 면제된다. 기자회견실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는 이 조건에 완전히 부합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법부 판례에선 의정활동과 연결성을 인정해 면책특권 대상이 된 사례가 있다.

 

강 의원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자회견 전후에 특별한 의사일정이 없었으며 소속 상임위 업무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SNS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행위를 두고 사법부가 면책특권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따라서 형사책임 유무와 별개로 강 의원의 행동은 면책특권 보호 대상이라 보긴 어렵다.

 

다만 강 의원에게 형사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당장 확언할 수 없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사실 무근이라고 한 입장이 유효하다면 국가 기밀 누설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지 않겠나”라며 당장은 밝혀진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음을 지적했다. 


강 의원 역시 “판례에서도 기밀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정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얘기하는 1~3등급의 자의적이고 행정편의적인 분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일본에 오는 미국대통령에게 한국도 방문해달라는 것이 상식이지 기밀이냐"며 해당 내용이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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