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가능성의 예술" 국회무대 주연 배우 오신환

[the300][더리더 인터뷰]국회정상화 위해 자존심 내려놓은 원내대표…"공수처에 기소권 안돼"

박종진, 백지수 기자 l 2019.05.29 17:00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말이라는 게 천 냥 빚도 갚는건데…"

집권여당과 제1야당 간 날 선 대립 속에 말 한마디라도 이어보려 애쓰는 남자가 있다. 배우 출신답게 호감형 외모에 건장한 체구지만 '중재'를 위해선 자신을 낮추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1964년생)를 '형님'으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1963년생)를 '누님'으로 모시겠다고 자처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1971년생) 얘기다.

오 원내대표는 수시로 양쪽과 통화하거나 만남을 시도한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순간의 자존심쯤은 이미 내려놨다. 현재 각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만 거대 양당에 대한 안타까움도 적잖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오 원내대표는 장기간 장외투쟁을 펼치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한국당에 "어차피 자기들 지지층만 쥐고 있게 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도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당에도 답답함이 많다. 오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잘잘못을 떠나서 국회가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으면 그 욕은 기본적으로 국회가 다 받을 텐데 그것을 그냥 저렇게 방치 해두는 것을 이해 못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등에서 사법제도 개편에 총력을 기울여온 만큼 국회가 정상화되면 공수처(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등 관련 논의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 원내대표는 "공수처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으면 좋겠고 검경수사권 조정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내려놓고 사법적 통제권한을 어느정도 가지면서 경찰과 검찰이 상호 협력관계로 가는 게 맞다"고 밝혔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안대로 하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오 원내대표는 "백혜련(민주당 사개특위 간사)안에는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을 다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며 "사람을 믿으면 안 되고 민주주의는 제도로서, 시스템으로 통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정농단의 중심에 섰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공수처만 장악하면 검찰과 법원을 다 장악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화제를 국회에서 바른미래당 내분 사태로 돌리자 오 원내대표의 얼굴에 걱정이 더해졌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최고위원이 과반수지만 손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내홍이 장기화 되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사실 뾰족한 수가 없다"며 "대외적으로 극한 대립 모습을 국민께 계속 보이는 게 안 좋다는 판단이 있었고, 정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차분차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렇다고 손 대표 체제를 지금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대응방법은 고심 중이다.

오 원내대표는 연극배우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20대 국회 유일의 문화예술인 의원이다. 배우 송강호와 함께 명문극단 중 하나인 연우무대에서 활동했다. 장동건·이선균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1기 동기다. 건국대 토목공학과를 다니면서 연극에 빠졌고 군대를 다녀와 한예종 연극원이 생기자 입학했다.

이후 서울시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후 2015년 19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의원으로 당선되면서 국회에 입성했다.

'고시촌' 서울 관악구를 지역구로 두고 법조인 출신 위주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사개특위에서 활동해왔다. 특히 사개특위 검·경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사법 개혁 논의의 중심에서 일했다.

법조인도 아니고 법학을 공부한 적도 없지만 오랜 시간 법사위 활동을 하면서 내공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조인 출신이 아니기에 오히려 보다 자유롭게 사법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 원내대표는 정치인으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로 '진정성'을 꼽았다. 오 원내대표는 "정치를 하며 진정성을 잃어버린다면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을 져버리는 것"이라며 "진정성이 있어야 의정활동에도 정성이 들어가고 더욱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원내대표와 일문일답.

―원내대표가 되자마자 여야 3당 원내대표의 '호프미팅'을 주선해 눈길을 끌었다.
▶일단 만나게끔 하는게 중요하겠다 생각해서 티타임을 하든 호프타임을 하든 하자고 제안했는데 자연스럽게 받아줘서 만났다. 국회에서 교섭단체간 대표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이렇게 만나야 할정도로 단절된 사이인가, 국민들이 볼 때 쇼같이 보인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실제로 그만큼 단절돼 있더라.

만나서 자기 입장들을 풀어놨는데 또 쉽게 안되더라. 각자 돌아가서 의원총회를 통해서 강경파들 말을 들어야 한다. 각 당에서 말이 밖으로 나오면 세게 나오기 마련이다. 말이라는 게 천 냥 빚도 갚는 건데 서로 자극하는 말을 안 하면 좋은데 안타깝다.

―강대 강으로 가면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여당과 함께 할 여지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저는 기본적으로 국정운영의 무한책임은 집권여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잘잘못을 떠나서 여당 입장에서 추경과 수많은 경제현안, 민생법안들, 외교안보문제 등 많은 이슈들이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국회가 아무 일도 안하고 공전하면 그 욕은 기본적으로 국회가 받을 것이다. 그것을 그냥 저렇게 방치 해두는 것을 이해 못한다.

또 청와대가 진짜 국회 정상화를 원한다면 자중해야 하는데 자꾸 거든다고 하면서 오히려 한국당을 자극하는 쪽으로 간다. 저도 가운데서 조정을 하려 하는데 양쪽이 소통을 안 하니까 한계가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공수처안 등은 논의를 통해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나.
▶일반 국민들은 오신환이 왜 패스트트랙에 반대했는지 모르신다. 기본적으로 공수처는 설치한다면 수사와 기소 분리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되면 공수처는 불필요하다. 그런 연장선에서 검경수사권조정이 수사 기소 분리 방향이니까 공수처도 수사권만 가지는 법을 2년 전에 냈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한 부분기소권(공수처가 판검사와 경찰 고위직 대상으로만 기소권을 가지는 것)을 가지고 왔다.

기형적으로 판검사와 고위 경찰에만 다른 형태로 기소권을 부여하는 건 위헌요소가 있을뿐 아니라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머니투데이 더리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오신환 사보임' 문제가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한쪽에서는 왜 그걸(패스트트랙 반대의사) 감추고 있다가 몰래 반대표 던지지 유명해지려고 (공개 반대 선언을) 했느냐고 한다. 그게 아니다. 저는 그렇게는 정치를 못한다. 내 소신과 맞지않는 법안을 놓고 그것을 조율해 나가면서 부분기소권도 인정하면서,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하자고 투표장 들어와서 반대표를 던지는 행위는 사기다.

그럼 내가 왜 공개 했느냐. 밤새 잠을 못 잤다. 실제로는 3분의 2 당론이 만들어지면 내 소신과 달라도 그걸 버리고 동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분의 1 투표하는 걸로 결정하려 해서 공개 선언했다. 그런 과정에서 2분의1 투표 밀어붙이니까 유승민, 지상욱 의원 등이 그럼 오신환이 이렇게 2분의 1 한다해도 본인 소신과 맞지 않아서 반대표 던진다고 천명했는데 나중에 사보임 시킬거냐 (당시 김관영 원내대표한테) 공개적으로 물어봤다. 그래서 안하겠다고 했고 그걸로 2분의 1 투표 들어간거다. 끝나고 나서 만나서도 사보임 안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걸 페이스북에 공개하면 내가 가질 수 있는 레버리지(협상력)가 높아진다고 생각했다.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 백혜련 민주당 사개특위 간사 등과 계속 협상해 오면서 나는 수사기소 분리된 공수처도 받을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김관영 당시 원내대표가 너무 급했다. 하다가 안되면 그때 가서 결정했어도 되는데 즉각 사보임을 해버리니까 당 여론도 안 좋아졌고 권은희 의원까지 강제 사보임 하니까 당 여론이 뒤집어졌다.

―여당이 낸 공수처안에 문제점을 좀더 말해달라.
▶공수처장을 정치적으로 독립 시키자는 건데 공수처장만 그러면 뭐하나. 공수처 검사, 공수처 수사관을 다 대통령이 임명하게 백혜련 의원안에 넣어뒀더라. 이건 도저히 내가 받을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공수처 검사 등이) 청와대와 직거래 할 수 있다. 우리가 낸 안은 공수처장이 인사권을 갖도록 했다. 공수처장만 중립성을 확보하면 되는 문제다.

부분기소권을 준 것도 문제다. 민주주의는 사실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 제도로서, 시스템으로 장악해야하는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공수처만 장악하면 검찰, 법원 다 장악할 수 있다. 공수처가 이런 식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가지면 예컨대 판사들이 양심과 법률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데 이제 (정권이) 눈빛만 줘도 영향을 받게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그나마 우리가 잘한 게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검찰의 피신조서(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불인정이다. 아주 역사적 일이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형사 관행을 완전히 바꾸고 사법체계를 공판중심주의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밤샘수사나 강압수사, 포토라인 서게 할 이유가 없다. 피신조서 자기들이 편집해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럼 직접수사 할 이유도 없어진다.

검찰은 직접 수사를 다 할 수 있게 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안하면 되는 것이다. 일본 검찰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에 특수부가 세 개 있는데 아주 특수한 사건들만 한다. 필요하면 합동수사본부 차리는 식이다. 그런데 우리는 검사가 수사관들을 데리고 있으니까 자꾸 직접 수사하려고 한다. 이 구조를 빨리 바꿔야 한다. 검찰이 직접 수사만 내려놓으면 그럼 경찰이 수사하니까 1차적 수사권한은 경찰한테 주면 된다. 검사는 사법적 통제, 본연의 임무 하면서 인권검찰로 거듭날 수 있다.

―경찰 비대화 우려도 나온다.
▶수사권을 주면 경찰이 또 문제다 이러는데 그런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게 무서워서 지금의 검찰을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이다. 1차 수사권을 경찰이 가지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조정과 개혁이 있어야 한다.

―사법개혁 외에 다른 현안 중에 가장 중점적으로 할 부분은 무엇인가.
▶규제개혁과 경제 관련 법안들을 과감히 해야겠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당장 시급하다. 그런 부분들에 대해 빨리 논의했으면 좋겠다. 방송법 같은 것도 우리가 의지를 갖고 해보려 했는데 민주당의 입장이 달라진 상황이다. 이것도 필요하다면 정비해서 마무리 하는게 좋지 않나 본다.

―당내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손학규 대표가 용퇴를 거부했다.
▶사실 방법이 없다. 내부적으로 투쟁하는 전략을 바꿀 수는 있겠다. 정치라는 게 가능성의 예술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타결될 수 있고, 우리도 안되는 걸 억지로 끌고 갈 수도 없다.

양쪽의 불신이 큰 게 문제다. 손 대표는 계속 반대파가 당을 한국당에 넘길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쪽에서는 지도부가 민주평화당과 손 잡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아무리 선언했어도 믿지를 않는다.

나는 한국당에 갈 생각이 없다. 나는 한국당 가면 선거에서 오히려 떨어진다. 우리 지역 성향도 그렇다. 유승민 의원도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정치인이다. 뒤에서 조종하고 그런 사람도 아니다. 보스정치라고 하는 그런 구조와 다르다. 나는 유승민 의원을 내가 선택했지 유승민 의원이 나를 선택한 게 아니었다. 대선 때 내가 돕는다고 간 것이라 서로 빚진 관계가 없다. 유승민 의원이 추구하는 정치적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에 연대의식, 동지의식 가지는 것뿐이다.

―최고위 보이콧(거부) 등의 방식으로 손 대표에 맞설 수 있나.
▶우리가 계속 안건만 올려서 100건 쌓이면 뭐하나. 손 대표가 받아들여주지 않으니까 답답하다. 안건 올리고 의견 나누면 되는데 안건 자체를 상정 안 하니, 결국 혼자 당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최고위원회 회의에 뭐하러 최고위원들이 가서 앉아있나. 의미 없다.

―총선을 앞두고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 당이 자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단일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어제(23일)도 각 정책위 전문위원들이 개별 상임위별로 보고했는데 국토위에서 국토위 간사인 이혜훈 의원과 다른 생각을 전문위원이 당 의견인 양 발표했다.

당 정책위 전문위원들이 의견 하나만 놓고 당 의견으로 발표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상임위원들, 간사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의견 조율해서, 그게 결국 상임위에서 입법화되고 정책으로 발현돼야 실천되는 건데 그런 구조적 문제가 있다.

―지역구인 관악을에서는 어떤 총선 전략을 세우고 있나.
▶정치는 책임이다. 관악을에서 19대 재보궐, 20대 총선에서 연속 당선됐다. 지역구민 여러분이 믿어주신 만큼 선거 때의 단기간 전략이 아닌 늘 주어진 자리에서 진정성과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만 내년 총선에서도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관악은 제가 초중고등학교를 나오고 자란 곳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애정이 깊고 여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지역에 대한 애정과 지역에서 살아온 시간들이 다가올 선거에서 제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무기다.

이를 토대로 내년 총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관악구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관악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항상 고민하는 시간들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 오신환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나.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하며 진정성을 잃어버린다면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을 져버리는 것이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모든 의정활동을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다. 진정성이 있어야 의정활동에도 정성이 들어가고 더욱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진정성 있는 의정활동으로 국민여러분께 다가갈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약력
△1971년생 △당곡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제7대 서울시의원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제19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의원 △바른정당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사무총장 △사개특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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