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남았는데…국회 의원회관이 텅빈 이유

[the300][돌아와요 국회]유례없는 국회 파행 장기화에 '지역으로, 지역으로'…처리못한 법안만 잔뜩

이재원 기자,김민우 기자,이지윤 기자,조철희 기자 l 2019.06.10 06:30

편집자주 20대 국회가 아직도, 여전히 안 열린다. 추가경정예산안을 비롯 각종 법안이 쌓여있는데 국회는 비어있다. 그나마 활발하던 법안 발의도 급감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며 국회를 떠나 지역으로 향한다. 국회보다 벌써 총선인 것일까.



① 임기 1년 남았는데…국회 의원회관이 텅빈 이유
[the300][돌아와요 국회]유례없는 국회 파행 장기화에 '지역으로, 지역으로'…의원들 "오히려 지금이 기회"

‘금귀월래’(金歸月來). ‘금요일에 지역구로 가서 주말을 보낸 뒤 월요일 아침에 서울 여의도에 돌아온다’는 뜻의 여의도 사자성어이다. ‘금귀월래’는 국회의 흔한 풍경이다. 국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시절엔 의원들은 주중은 서울 여의도에서 의정활동에 힘을 쏟고, 금요일 오후가 되면 각자 지역구로 향했다. 국회 일정에 맞춰 의원들이 속속 복귀하는 일요일 오후부터 국회는 다시 활기를 찾곤 했다.

하지만 유례없는 국회 파행으로 국회 풍경이 바뀌고 있다. 의원들이 일주일 내내 지역구에 머물다가 금요일이 돼서야 서울 여의도에 잠시 들른다. 국회 보좌진 사이에선 “금귀월래의 뜻이 정반대로 뒤집힌 것 같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온다. 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실 비서는 “올해 들어 서울 일정은 금요일에 몰아서 소화한다”며 “지역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당장 국회에 ‘일’이 없다는 것이 의원들의 설명이다. 여야 지도부가 정상화 협상에 총력을 기울인다지만 결과물이 없다. 올들어 국회 본회의는 딱 3번 열렸다. 법안 통과도 4월 이후엔 전무하다. 상임위원회도 가동중지 상태다. 국회 본연의 임무인 ‘입법활동’이 올스톱한 상황에서 지역구 활동이라도 집중한다는 게 의원들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북유럽 3국 순방을 떠나기 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통화에서 “정부에서 긴급하게 생각하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지만 국회 상황은 변화가 없다. 문 대통령은 출국을 배웅하기 위해 경기성남 서울공항에 나온 민주당 지도부에게도 추경이 안 돼 답답하고 국민도 좋지 않게 볼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국회 공전은 이어진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총선도 ‘국회 공동화 현상’을 부추긴다. 정치 신인과 붙어야 하는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이 기회다. 9월 정기국회 시작 전 지역구를 확실히 다져 물갈이를 피하겠다는 심산이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각종 단합대회가 몰려있는 4~5월 내내 국회가 공전한 덕에 지역구 관리를 할 시간이 많았다”며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지만, 의원 개개인에게 있어서는 체력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지역활동에 임하는 것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내년 총선 승리가 중요한데, 정권 초기에 비해 연일 악화하는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경정예산안까지 국회에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집권여당 의원들이 지역에 어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인 예산이 흐지부지 되면서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이 더 급해졌다.

최근 PK 지역 민주당 의원들이 김경수 경남지사, 오거돈 부산시장과 함께 영남권 신공항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이같은 흐름에서다.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 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PK의원들의 요청으로 당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까지 소집했다.

의원들이 속속 자신의 이름을 딴 유튜브 방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같은 상황이 반영된 고육지책이다. 언론 보도가 국회 정상화 여부에만 집중되면서 본인 스스로 홍보할 길을 찾아 나선 셈이다.

증권맨 출신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최근 경제·금융 이슈에 특화한 ‘경제이야기’를 선보였다. 수학교육학과 교수 출신인 박경미 민주당 의원도 유튜브 채널 ‘수학비타민’을 통해 ‘고스톱으로 배우는 수학’ 등 수학과 관련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② "법안도 의원님들 기다립니다"
[the300][돌아와요 국회]여야, 같은 문제 다른 해법…국회 열려도 이견 좁히기 어려울듯

법안도 두 달 넘게 국회가 열리기만 기다린다. 최근 국회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여야는 우선 처리법안을 정했다. 여야 모두 ‘경제’에 방점을 찍혔다. 그러나 서로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다르다. 



◇‘경제활력’ ‘민생’…與 29개 ‘중점처리법안’ 지정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29개 법안을 ‘중점처리법안’으로 정해 우선 처리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탄력근로제(근로기준법)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최저임금법) △빅데이터 산업 육성(개인정보보호법 등 3건) △벤처투자 활성화(벤처투자촉진법) △기업 활력 제고(기업활력제고법)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소방기본법 등 2건), 고등학교 무상교육(초중등교육법 등2건)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급하다”며 국회 통과를 호소한 법안이기도 하다. 



중점처리 법안의 초점은 ‘경제활력제고’와 ‘민생’에 맞춰졌다. 우선 지난 3월 말로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 사업장에 대한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당장 처리가 시급하다. 6월 말까지 심의를 마쳐야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두 법 모두 여야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 때문에 처리가 미뤄진 법안이다.

‘빅데이터 3법’은 5G(5세대 이동통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빅데이터 산업을 키우기 위한 법안들이다. △전문개인투자자 등록제 도입 등의 ‘벤처투자촉진법’ △산업 재편 대상을 공급과잉 업종에서 신산업으로 확대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국내 복귀 기업 지원 대상을 제조업에서 지식서비스산업으로 확대한 ‘해외진출기업국내복귀지원법’(U턴기업지원법)도 모두 우리 경제에 활력을 더하고 경영환경이 어려운 기업들에게 힘을 주기 위한 법안이다.

올해 2학기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해 2021년부터 전 학년에 도입키로 한 고교무상교육을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국회가 처리해 줘야 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소방기본법과 소방공무원법도 국회가 열리면 바로 법안심사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여당은 5·18 특별법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형사소송법·검찰청법도 우선 처리 법안으로 정했다. 다만 5·18 특별법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한국당과 이견이 많아 단시간내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당, 법인세 ‘인하’, 파견조건 완화…같은 문제·다른 해법

‘한국당도 국회정상화를 위한 물밑협상이 이어지면서 6월 임시국회 개원 후 중점적으로 처리해야할 법안을 추렸다. 법인세법 등 20여개 법안이다. 한국당 역시 초점을 ’경제활력‘에 맞췄지만 방법론은 여당과 다르다. 

한국당은 우선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을 주장하며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법인세법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행 4개인 과세표준 구간을 2억원 이하와 2억원 초과의 2개구간으로 축소하고 △2억원이하 8%세율 △2억원 초과 20%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규제혁파를 골자로하는 ’행정규제기본법‘도 제안했다.

한국당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기업 수시 조사를 대폭 축소하는 ’행정조사기본법‘도 중점처리법안으로 내놨다. 정부와 여당이 ’전속고발권‘폐지를 골자로하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작업을 추진하는 것과 다른 방향성의 법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 가동중단에 맞서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에 따른 피해조사 및 피해보상 특별법도 중점 추진한다. 노동조합의 파업기간 중에 근로자 파견도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파견법 개정안도 정부의 노동정책과 대치되는 법안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큰 틀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방향에 동의한다. 다만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물가상승률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돌아와도 일 잘 될까?"…첩첩산중 6월 국회
[the300][돌아와요 국회]추경‧특위연장 둘러싼 여야 대치 팽팽, 6월 국회 열려도 '빈손' 우려



6월 임시국회 문이 열릴 조짐이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더라도 역시나 ‘빈손 국회’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 문제 등이 민생 법안을 집어삼킬 것이란 판단에서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재해·경기대응 관련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처리를 두고 여야의 입장 차이는 뚜렷하다. 자유한국당은 경기대응 관련 4조5000억원을 제외한 재해 관련 2조2000억원만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의 경우 ‘분리 추경’ 입장은 아니지만 정부안을 반토막 내 예산의 절반 수준인 3조1000억원만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예산을 가려내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규모 조정은 감안하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감액은 민주당으로선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주장이어서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분리 추경은 없다고 그동안 수차례 공식적으로 못을 박아왔다. 글로벌 경제 둔화에 맞설 선제적 경기대응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현재 예결특위원장 자리는 교체 여부를 떠나 한국당 몫이어서 추경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불가피하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여야 대치의 최전선이 된 정개특위와 사개특위의 활동기한 연장 문제도 폭발력이 강한 쟁점이다. 두 특위는 오는 30일 활동이 종료된다.

민주당은 두 특위의 활동 기한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주어진 기한 내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의 심의·의결 절차를 마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해당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을 거쳐야 하는 패스트트랙 법안의 심사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강행에 이은 상임위 날치기 처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개특위 한국당 간사 윤한홍 의원은 “불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취소하고 불법 지정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면 한국당은 어떠한 일정에도 동의할 수 없고 참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두 특위를 예정대로 종료한 뒤 정개특위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로, 사개특위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다.


 국회의원 법안 발의 시들, 6월초 20% 급감
[the300][돌아와요 국회]6월 첫째주 발의 건수 112건으로 6주일만에 최저…경제법안 발의는 더 줄어



이달 들어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활동이 시들해졌다. 기존까지 국회와 각 당의 의원 평가가 법안 발의 등 정량평가 중심이어서 의원들은 법안의 '양' 만큼은 신경써 챙겨왔다. 그러나 6월 첫째주 의원들의 법안 발의 건수는 지난달 평균보다 20% 이상 급감했다.

9일 국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이날까지 6월 첫째주 의원 발의 법안은 112건으로 5월 주간 평균 143건보다 31건(22%) 감소했다.

앞서 지난달 첫째주와 둘째주에는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은 각각 162건과 177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만 해도 6월 임시국회는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의원들이 준비했던 법안들을 예정대로 발의했다.

그러나 여야 대치가 심화되고 각 당 지도부 간의 국회 정상화 협상도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면서 5월 셋째주에는 법안 발의가 112건으로 급했다. 5월 넷째주와 다섯째주에도 5월 초순 만큼의 법안 발의량을 회복하지 못했고, 급기야 이달 들어서는 대폭 감소했다.

6월 첫째주에 6일 현충일 휴일이 있었던 만큼 지난달 6일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이 있어 같은 조건인 5월 둘째주와 비교해도 법안은 177건에서 112건으로 65건이나 급감했다.

특히 1분기 GDP(국민총생산) 마이너스 성장, 수출 감소 등 경기 부진하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됐지만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제출되는 경제 관련 법안은 오히려 더 줄었다.

주요 경제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5월 둘째주에 11건의 의원 발의 법안이 접수됐으나 6월 첫째주에는 고작 2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토교통위원회는 18건에서 6건으로 크게 줄었고,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도 각각 15건에서 12건, 17건에서 14건으로 감소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합의 소집이든 민주당 단독 소집이든 6월 임시국회가 곧 열려 각 당 지도부가 처리 계획 법안 정비 등 준비에 들어갔지만 정작 의원들은 의욕이 떨어진 모습"이라며 "총선이 10개월 앞으로 다가와 지역구를 돌보기에도 바쁘지만 올 들어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지도부간 국회 운영 협상도 매번 지리멸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국회 안 일에는 관심이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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