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민 위한 평화" 오슬로서 밝힌 이유 둘

[the300][북유럽키워드]③DJ 노벨평화상 수상한 평화의 도시

김성휘 기자 l 2019.06.13 07:01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6월9~16일 북유럽 3개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을 차례로 순방하며 정상외교를 폈다.

【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아케스후스 성채 내 2차 세계대전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2019.06.12.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국민을 위한 평화"를 역설한 노르웨이 오슬로는 '평화의 도시'다. 이곳에서 매년 노벨평화상을 발표, 시상한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PLO) 갈등을 중재한 오슬로 협정도 여기서 체결했다. 문 대통령이 이 곳을 '오슬로 구상'의 무대로 삼은 건 시간과 공간이란 두 측면에서 주목됐다.

첫째 싱가포르 1주년이란 시간이다. 문 대통령은 2년전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 쾨르버재단이 주최 연설에서 '베를린 구상'을 내놨다. 이 구상대로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교류와 대화 확대 등이 실현됐다. 남북 정상회담 세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두차례 갖는 결과로 이어졌다. 꼭 1년 전 북미 정상은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첫 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판문점-싱가포르로 이어진 성공의 동선을 다시 잇고자 했다. 때마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걸 알고 있었다며 조속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둘째 공간의 맥락이다. 오슬로 시청에선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린다. 민간 싱크탱크 오슬로국제평화연구소(PRIO)는 평화·군축을 주로 연구하고 매년 노벨평화상 예측도 내놓는다. 노벨평화센터엔 노벨평화상 역대 수상자들의 기록이 가득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모습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해 12월 상을 받기 위해 오슬로를 방문했고 연설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역사성에 머물지 않고 한 발 더 들어갔다. '적극적' 평화다.

선언문 속에 박제된 평화가 아니라 생활에서 체감하는 평화, 이웃의 갈등 해결에 도움을 주는 평화다. 문 대통령은 이것을 "국민을 위한 평화"로 명명했다. 또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 이네 에릭슨 써라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2019.06.12. photo1006@newsis.com


이걸 강조하기에 오슬로가 제격이다. 문 대통령은 1950년대 북유럽 국가간 대기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한 일을 꺼냈다. 노르웨이는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자국뿐 아니라 주변국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쪽을 택했다. 1979년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장거리이동 월경성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 1985년 대기오염물질을 30% 감축하기로 한 ‘헬싱키 의정서’ 등을 이뤘다.

이-팔 갈등 중재 역시 오슬로가 무대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는 소극적 평화유지(peace keeping)에 머물지 않고 평화 만들기(peace making)를 추구한다. 오슬로의 경험과 부합한다.

문 대통령에게 기조연설 마이크를 내준 오슬로포럼은 세계의 평화·중재 분야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무대다. 노르웨이 외교부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NGO) '인도주의 대화를 위한 센터'와 공동 주최한다.

오슬로 거리 곳곳에 적극적 평화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문 대통령의 '오슬로 구상'이 또 한 줄의 역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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