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의 저력' 원희룡…'스마트 제주' 꾸미는 유연한 리더십

[the300][지방선거 1년-③시도지사 열전]6·13 유일의 무소속 광역단체장…갈등 조정 능력이 성장의 관건

백지수 기자 l 2019.06.14 05:31

편집자주 전국 17개 광역, 226개 기초 자치단체는 '잘살기' 위해 경쟁한다. 중앙정부는 전국이 모두 고르게 잘살도록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시장, 도지사, 군수, 구청장들은 저마다의 정책으로 주민들이 더 잘살게 하려 애쓴다. 나아가 대통령과 같은 더 큰 리더가 되는 꿈도 꾼다. 6·13 지방선거 1년을 맞아 전국 주요 시도지사들이 지난 1년간 '잘살았는지' 그들의 공약 이행 노력과 리더십 등을 통해 살펴봤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17개 시·도의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정당 당적이 없다. 재선에 도전한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여전히 무소속 상태다.

국내 정치 상황에서 선출직인 도지사가 무당적으로 활동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약점이 오히려 원 지사의 장점이다. 정파를 떠나 지역 현안 중심의 유연한 정책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제주도에 전기차와 블록체인 등 4차 산업 기술, 친환경적 생활폐기물 처리 방안 등을 육성·도입하고 제주를 '스마트섬'으로 만드는 데 다른 어느 광역지방자치단체보다 적극적이다. 제주 강정마을 피해자 지원 등 도내 정치적 갈등을 수습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원 지사도 머니투데이 더300(the 300)과 인터뷰에서 "무소속이기 때문에 정당정치와 진영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여야를 넘나드는 교류를 제주 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A급' 공약 계획·이행력=원 지사는 공약 이행 측면에 있어 구체적이다. 지난 1년 동안 공약을 14개 분야 115개 정책 공약, 341개 세부 과제로 구분했다. 115개 공약에 대해 각 과제별 소요 재원 규모와 투자·재원 조달 계획 등을 포함한 '공약계획서'도 작성해 공표했다. 해마다 얼마씩을 공약 이행에 투자해야 할지도 도민들에게 알렸다.

꼼꼼하게 설계된 이행 계획에 평가는 나쁘지 않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전국 시·도지사 공약실천계획서 평가 결과에서 제주도는 종합평가 총점 85점 이상인 A등급을 받았다.



◇'살기좋은 제주?'…높은 만족도=도 내 여론을 판단할 수 있는 지역 주민 생활 만족도 조사에서 제주도의 성적이 좋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발표한 5월 시·도지사 직무 수행 조사에서 제주 주민들의 생활 만족도가 59.2%로 전남과 광주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지난달 발표된 4월 조사에서는 제주 주민 생활 만족도가 61.6%로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 지사에 대한 지지도 긍정적인 편이다. 원 지사는 4~5월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17개 시도지사 중 7위를 기록했다. 5월 지지율은 50.3%로 평균치(48.6%)를 넘어섰다. 

◇소통 능력으로 인지도 '업'(UP)=원 지사가 도정에서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도민과 소통이다. 원 지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원더풀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유튜버로 변신해 1인 방송을 하며 도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을 직접 해설한다. 제주 영리병원 문제, 제2공항 문제 등 갈등이 큰 지역 현안에 반대 입장을 말해 줄 사람과 나란히 앉아 대화하듯 이야기를 꺼낸다.

조회수는 500~700회 수준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킬러 콘텐츠들이 종종 눈에 띈다. 지역 명물 홍보도 그냥 말로만 하지 않는다. 자리돔·광어 먹방(먹는 방송)을 찍거나 '제주 감귤주스 대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주스 블라인드 테스트' 같은 여러 콘텐츠를 통해 친근한 인상을 남긴다.

◇행정·정무 리더십=다만 갈등을 수렴하는 정무 리더십에는 부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지난 1년 갈등 현안에 대한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모습이 여러차례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 추진 과정이나 정부가 추진하려던 영리병원에 대한 허가취소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도는 특히 환경 보전과 개발 이슈가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원 지사가 남은 3년간 각종 갈등 현안을 어떻게 조율할지에서 리더십 평가가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권 가능성=원 지사 역시 정치권의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지만 당적이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는 평가다. 재선이라는 목표는 달성한 만큼 다음 단계로 전진하기 위한 재입당은 결국 시간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원 지사는 지난달 9일 "총선과 중앙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도정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원 지사가 머지 않아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에 입당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자주 던지는 점도 그 근거로 꼽힌다.

보수 정치인으로서 대여 투쟁력과 정부여당과도 소통하는 행정 리더십 사이에서 자기 목소리를 찾고 전국구 잠룡으로 올라서는 것이 원 지사의 향후 숙제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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