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믿음을"→"응답하라 평양" 文 메시지 확 달라진 이유

[the300][북유럽키워드]⑥문재인프로세스의 변화와 희망

김성휘 기자 l 2019.06.17 06:07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6월9~16일 북유럽 3개국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을 차례로 순방하며 정상외교를 폈다.


【파리(프랑스)=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통령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16.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의 오슬로 구상(12일), 스톡홀름 제안(14일)을 종합하면 "핵이 아닌 대화와 신뢰만이 평화를 가져다 준다"이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두 연설에서 문 대통령의 변화가 보인다. 이 이야기를 북한을 향해 강조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ASEM(아시아-유럽 회의) 정상회의를 계기로 유럽 4개국(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덴마크)을 순방했다. 교황청까지 보면 5개국에 이르는 강행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총리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정상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두루 만났다.

화두는 제재완화였다. 문 대통령은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UN 안보리 제재를 존중한다면서도 "한편으로 핵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올바른 선택이라는 믿음을 국제사회가 줘 가면서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상응조치는 북한의 '액션'을 담보할 마중물이라는 거다. 이어 "적어도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직후라는 상황도 한 배경이다. 

이 논리는 그러나 높은 현실의 벽을 마주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반도평화를 전폭 지지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와 미사일 계획을 폐지하기 위한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까지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제재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8개월 후, 문 대통령의 6월 북유럽 메시지는 국제사회의 마지노선과 일치한다. 실질적 비핵화 의지를 보이라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공개 촉구한 것이다.
【오슬로(노르웨이)=뉴시스】전신 기자 =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슬로 대학교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 포럼에서 기조연설 마치고 질의응답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2019.06.12. photo1006@newsis.com


문 대통령은 14일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북한이 (비핵화를) 진정으로 노력하면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라며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향변화를 이끈 건 '일시멈춤'으로 보이는 북핵 대화를 재가동해야 하는 절박함이다. 기존 평화프로세스의 폐기는 아니다. 2017년 대선이 한창이던 4월 23일,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발표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통일'을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 참여가 없는 정치권의 통일론은 색깔론을 넘어설 수 없다. 국민이 먼저 평화를 꿈꾸고 통일에 참여하게 하겠다"는 뜻이었다. 오슬로 구상도 스톡홀름 대북 제안도 그 연장이다.

지난해 10월과 올 6월, 문 대통령의 변화가 희망의 예고편이 되기 위해 남은 숙제가 있다. 구체적 성과다. 냉정하게는 오슬로도 스톡홀름도 여전히 '말'의 세계에 있다. 남북, 북미 접촉이 있을 뿐 가시적 진전이 없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도 '급진전'을 바라기보다는 최소한 북한의 궤도이탈을 막고, 내년 미국대선 전에 협상효과를 극대화하는 시간표(타임테이블)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이런 때 북한이 먼저 강력한 의지와, 이를 보여줄 실질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 대통령 표현대로 "대화 모멘텀은 살아 있지만 대화가 없는" 국면이 길어진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북-미 정상의 친서외교, 이희호 여사 별세를 애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조전,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19주년…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북핵 대화 재개를 기정사실로 본다면 다음 협상에선 손에 잡히는, 딛고 설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스톡홀름(스웨덴)=뉴시스】전신 기자 =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스톡홀름 스웨덴 의회 구 하원 의사당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 주제로 연설을 마친 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9.06.14.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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