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협상 재개 불씨 살아나나…내주 실무협상 성사 주목

[the300]친서보낸 김정은, 美 협상 제안 응할 가능성 열려 있어

권다희 기자 l 2019.06.17 14:55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멈췄던 북미 핵협상이 이달 말 경 북미 간 실무협상으로 재개될 지 주목된다. 그간 대화에 응하지 않던 북한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며 중단됐던 대화가 재개 모멘텀을 얻게 될 지가 관건이다. 

17일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 책임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다음 주 초 경 방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한국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자연스러운’ 방한이나 이 기간 비건 대표가 북측과의 실무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판문점에서 북한과의 실무접촉이 성사된다면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약 4개월 가까이 끊어졌던 북미간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다. 하노이 후 북한은 미국의 '입장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며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아왔고, 미국은 대화에 호응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에 답답함을 표해 왔다. 

표면적으로 북한의 입장이 달라진 건 없다. 그러나 북한이 지금까지와 다르게 미국의 대화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지난 10일 친서를 보냈다는 점이다. 북한이 대화에 나설 준비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후 북한이 대미협상라인 조정 등을 시스템 정비를 어느정도 마무리 한 걸로 보이는 점도 북한이 이제는 호응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후 북한 내부 정비에 시간을 소요한 탓에 미국의 대화 요구에 응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란 추정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해소되면서다. 

미국이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여유 있는 분위기라는 점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 4월 김정은 위원장은 연말로 대화 시간을 못박았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외교 의제 중 미중 무역분쟁, 이란 문제 보다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멈췄다는 이유로 상황관리가 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돌리기 위해 북한이 추가 대북제재를 야기할 수 있는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대화 재개가 지연되는 게 북한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한편 북미 접촉 과정에서 남북간 채널이 가동될 지도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북유럽 3개국 순방에서 한미정상회담 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과 협의 전 남측과의 대화에 응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후 '한미공조'를 연일 비판하며 우리 측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아 왔다. 

다만 미국이 대북강경기조를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중재자'를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러시아·중국 등 우방국과 밀착으로 북미 교착을 타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 역시 결정적인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정상간 친서가 전해졌다는 점으로 볼 때 북미실무접촉 가능성이 열려있다"며 "북측이 변화된 입장을 보인다면 우선은 미국에 보인 뒤 그 다음에 우리 측에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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