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늬의 정치스탯]무안타 '자멸야구'와 한국당 '패싱 국회'

[the300]추경 54일째 국회 계류…재난 추경 역대 최다 계류 '불명예'

김하늬 기자 l 2019.06.1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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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9 신한은행 마이카(MY CAR)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초 1사 3루 상황 롯데 정훈 타석때 3루주자 손아섭이 홈으로 슬라이딩하며 동점이 되자 LG 투수 임찬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9.6.1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경기는 한 마디로 대참사였다. 

LG 선발투수 임찬규는 2회에 볼넷과 몸에맞는 볼 등 사사구 5개를 던지며 5실점으로 강판당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임지섭 투수는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4개의 4사구로 1실점을 추가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처참하기는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은 5번타자 박건우에서 시작해 11타자가 타석에 섰지만 안타는 하나도 뽑아내지 못했다. 볼넷을 골라내거나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할 뿐이었다. 잘못된 땅볼 타구는 병살타로 이어졌다.

양팀은 이날 사사구 16개, 잔루 20개, 병살타 3개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프로야구 신기록 4개가 만들어졌다.  △한이닝 최다 4구 (6개) 타이기록 △한이닝 최다 4사구 타이기록(8개) △한이닝 무안타 타자 일순 신기록 △한이닝 무안타 최다 득점(5점)이다. 

두산과 LG의 '진기록' 경기는 6월 국회와 닮았다. 5월 새로운 원내지도부로 뽑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누나', '동생', '형님'을 칭하며 국회 정상화의 군불을 지피는 듯 했다.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맥주회동'을 하며 사진도 찍었고 원내 수석과 대변인단을 통해 "짬짬이 소통하고 있다"며 조만간 여야간 협상을 통해 국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호프집에서 '맥주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05.20. photo@newsis.com


하지만 한여름밤의 맥주회동과 함께 시작한 교섭단체 3인의 "플레이 볼" 28일째. 민주당과 한국당, 그리고 바른미래당은 '무안타 타자 일순'의 흐름이다. 

국회 공백의 틈은 '막말 정치'가 채웠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에게 위협구를 던지면서 볼넷과 4사구를 남발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나은 면이 있다"고 말해 막말논란이 불거졌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달 초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참사를 언급하며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선교 당 사무총장은 4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이른바 '백브리핑'(비공식 질의응답)을 위해 바닥에 앉아 대기하던 기자들을 향해 "걸레질을 하는구만, 걸레질을"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나 역시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막말 논란은 한국당의 실점으로 이어졌다.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당 지지율은 정체에 빠졌다. 

바른미래당은 내부 갈등이 '막말' 로 번졌다. 하태경 의원은 손학규 대표 퇴진을 요구하며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발언했다가 당내 윤리위원회 망언 등의 혐의로 회부됐고, 이준석 최고위원은 안철수 전 대표에  “병신이 되는 거”라고 장애인을 비하한 혐의로 윤리위에 고발된 상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민생입법 통과 및 국회정상화 촉구 행동’ 농성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앞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지나고 있다. 2019.6.1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간 동안 국회는 오명의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국회 제출한 지 54일이나 경과했는데, 이는 20대 국회 최장기간이다. 특히 강원도 산불과 포항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재난복구 추경안이 국회 제출됐는데 역대 국회에서 재난 추경을 한 달 넘게 쌓아둔 적은 없었다. 

또 한국당의 6월 국회 보이콧은 20대 국회 들어 17번째이자 최장기록이다. 산술적으로 2016년 5월 30일부터 시작한 20대국회 기간 동안 한당은 평균 2개월에 한번 꼴로 보이콧을 선언한 셈이다. 

중재를 포기한 바른미래당은 17일 오후 단독 국회 소집을 결의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을 가이드라인으로 해서 (국회)정상화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른미래당 단독으로 국회 문을 열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민주당과 한국당과 협상을 이끌어내려고 했으나 그것 또한 무산됐다"고 전했다.

결국 안타와 적시타 한 번 나오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득점'을 하고 '실점'을 하면서 2019년의 6월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는 단 하루, 연장포함 12회 말까지만 열리지만 20대 국회는 아직 10개월 가량 남았다. 보이콧과 4사구가 늘어날수록 승자 없는 지루한 경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차라리 야구라면 '서스펜디드 게임' 처럼 20대 국회를 잠시 끊고 21대 국회로 이어가는게 좋겠다는 자조섞인 농담도 나온다. 

16일 두산과 LG의 경기는 승 패와 상관없이 '대참사', '자멸야구'로 기록됐다. 20대 국회는 아직 '아웃카운트'가 남아있다. 승자 없이 국민만 패자가 되는 국회를 만들지 않기 위한 기회가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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