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첫 방북, 美에 '맞불'?…북미 핵협상 변수 주목

[the300]시진핑 첫 방북 전격 발표...北, 대미협상에서 中 추가 지원 얻을 가능성

권다희 기자 l 2019.06.17 21:13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모습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 기간동안 시진핑 주석과 회담, 만찬, 오찬 등을 했으며 중국전통약품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2019.01.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 방북은 미국에 대한 '맞불' 성격의 외교적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미 핵협상에서 미국을 견제하며 북한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동지의 초청에 의하여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이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인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20일부터 21일까지 조선을 국가방문하게 된다"고 밝혔다. 중국 신화통신 역시 같은 시각 시 주석의 방북 소식을 전했다. 

이번 방북은 2013년 집권한 시진핑 주석의 첫 방북이다. 표면적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에 대한 '답례'이자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교류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방북 시점이 다소 의외로 평가되는 건 그간 미중 무역갈등에 놓인 중국이 미국을 의식해 북한과의 밀착을 부담스러워 하는 걸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네 차례나 방중했지만 시 주석이 아직 한번도 방북하지 않은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그러던 시 주석이 전격적으로 방북을 택한 건 미중 갈등으로 조심스러워 하던 중국이 미국에 외교적 '맞불'을 놓을 필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역전쟁에서 시작한 미중 갈등이 일종의 패권전쟁으로 비화하면서 중국 역시 미국을 압박할 카드를 찾았다는 분석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지칭했다. 대만을 '국가'로 부르며 중국이 금기시 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자극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지지했던 범죄자 인도 법안(송환법)을 홍콩 정부가 사실상 접으면서 시 주석의 권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의식한 카드로 대북 접촉을 사용했을 경우,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시 주석은 자연스레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점진적 방식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후 미국과 평행선을 좁히지 못해 오던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은 앞서 북러정상회담을 진행한 러시아와 유사하게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이전부터 표명해 왔다. 

이 경우 북한으로선 중국의 지지를 미국과의 핵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북한이 추가적인 우군을 확보할 경우 미국과의 협상에서 북한에게 힘이 더 실리며 이달 말 예상된 한미정상회담 등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으로선 운이 좋게 중국의 추가적 지원이 생긴 셈"이라며 "미중 갈등 양상 속에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모양인만큼 중국이 미국의 입장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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