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앞두고 시진핑 전격 방북…북중 '공동전선'

[the300]中, 美와 담판서 北 지렛대…北도 美와 핵협상에서 우군확보

권다희 기자 l 2019.06.18 07:57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을 방문한 모습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방중 기간동안 시진핑 주석과 회담, 만찬, 오찬 등을 했으며 중국전통약품생산 공장을 둘러봤다. 2019.01.10.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적 방북은 다음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에 '맞불'을 놓기 위한 '압박' 조치로 풀이된다. 북한 역시 미국과 핵협상에서 중국과의 밀착을 지렛대로 쓸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진핑, 美 압박 위해 北 카드 꺼내나=17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은 일제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일 북한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부주석이던 2008년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접견한 적이 있으나 2013년 주석이 된 후엔 첫 방북길이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후 첫 방북이자 2015년 후진타오 전 주석이 북한을 공식친선방문했던 2005년 10월 후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북이다. 

표면적으로 이번 방북은 김 위원장의 네 차례 방중에 대한 '답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4차 방중 당시 시 주석에 공식 방북 초청을 한 걸로 알려졌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교류라는 모양새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시 주석의 방북 시점은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갈등에 놓인 중국이 그간 미국을 의식해 북한과 밀착을 부담스러워 하는 걸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의 개입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 후 네 차례나 방중했지만 시 주석이 한번도 방북하지 않은 것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상당기간 시 주석의 방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던 시 주석이 전격적으로 방북을 택한 건 미중 갈등으로 조심스러워 하던 중국이 미국에 외교적 '맞불'을 놓을 필요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중간 무역전쟁이 일종의 패권전쟁으로 비화하면서 중국 역시 미국을 압박할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지칭했다. 대만을 '국가'로 부르며 중국이 금기시 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자극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지지했던 범죄자 인도 법안(송환법)을 홍콩 정부가 사실상 접으면서 타격을 입게 된 시 주석이 돌파구를 찾을 필요성도 생겼을 걸로 보인다. 

특히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목전에 시 주석의 방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과 밀착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담판에서 북핵 협상을 활용, 트럼프를 압박할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관측이다. 

◇北도 美와 협상에서 中 우군확보…북중 '공동전선' =중국이 미국을 의식한 카드로 대북 접촉을 사용했을 경우 북한 역시 중국의 지지를 미국과의 핵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으리란 관측이다.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시 주석은 자연스레 북한이 주장해 온 단계적, 점진적 방식의 비핵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중국은 앞서 북러정상회담을 진행한 러시아와 유사하게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이전부터 표명해 왔다. 

이렇게 되면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후 미국과 평행선을 좁히지 못해 오던 북한으로선 중국으로부터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일괄타결식 해법을 주장해 온 미국을 견제하며 국제사회에서 지원군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북중 밀착이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앞으로 전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 등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방북에 '중국'을 지목하며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란 공동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에 시 주석의 방북이 비핵화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느냐는 질의에 "미국은 파트너와 동맹국들,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함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으로선 운이 좋게 중국의 추가적 지원이 생긴 셈"이라며 "미중 갈등 양상 속에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모양인만큼 중국이 미국의 입장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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