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일기업 출연, 강제징용 위자료지급"…日정부 사실상 거부(종합)

[the300] "日수용시 외교협의 검토" 정부 입장 공식 전달...日정부 "해결책 안돼" 제3국 중재위 요청

최태범 기자, 오상헌 기자 l 2019.06.19 18:37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4일 오후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를 위해 들어가고 있다. 이날 김용길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국장급 회동을 갖고,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 등을 논의 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9.03.14. myjs@newsis.com

정부가 한일 강제징용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양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일본에 제시했다. 이를 받아들이면 일본이 요청한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외교적 협의절차의 수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조건부 제안이다.

외교부는 19일 발표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정부 입장’에서 이같이 밝힌 뒤 "앞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제안 배경에 대해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확정판결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해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당사자들간 화해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제안을 놓고 ‘나홀로 해법’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일본 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데다 정부가 제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기업들의 의견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금 조성 방안에 대해선 청와대가 지난 1월 “비상식적”이라며 이미 부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제안이 △국내 사법절차에 대한 존중 및 대법원 판결에 따른 집행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 △확정판결 받은 원고(피해자)의 권리 실현을 위한 이익 존중 △국제규범 존중 등 3가지 측면을 검토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부 개입불가, 당사자간 화해 단초 제공”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3·1절 100주년인 1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정발 장군 동상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놓여진 가운데 '3·1운동 100주년 부산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9.03.01. yulnet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외교부 당국자는 “이 제안이 고령의 피해자들을 조속히 구제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대처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일본이 이를 수용하면 청구권협정에 따른 절차를 통해 양국의 입장차를 논의하는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안 준비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피해자 개개인별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부처간 협의나 전문가들의 의견,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과의 접촉에 대해서는 “사전협의하거나 접촉한 바는 없다”며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참여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본다.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한도 내에서 당사자간 화해의 단초를 제공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번 방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 이미 부정했던 방안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 이후로도 충분한 검토를 했고 이를 통해 이런 의견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 측의 반응과 진전을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안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최근’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일본이 이날 오전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을 우리 측에 요구한 가운데, 제3국 중재위가 일본의 답변이라면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오스가 다케시 일본 외무성 보도관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이번 제안에 대해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될 수 없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제안이 G20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제안과 정상회담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한일관계는 정상간 만남을 통해 해결해야할 사안이 많고 우린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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