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한반도본부장 “北, 지금 놓치면 안될 황금기회”

[the300]美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기조연설…한미 북핵수석협의 진행

최태범 기자 l 2019.06.19 23:50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학술회의 '문재인 정부와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19.04.04. 20hwan@newsis.com


북핵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9일(현지시간) “북한에 있어 지금은 놓쳐서는 안 될 황금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동아시아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전략대화 기조연설에서 “지난 25년간의 실망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적극 관여해 나간다는 한미 정상의 결정은 고귀하면서도 담대한 결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북한으로서도 지금의 기회를 잡고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역사적인 기회”라며 “정부는 필요한 모든 역할을 다해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남북대화의 모멘텀 유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친서를 통해 대화의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다가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호응해 달라”고 덧붙였다.

◇“톱다운 접근, 포괄적 합의 추진”

【워싱턴(미국)=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9.04.12. pak7130@newsis.com

이 본부장은 과거의 협상경험과 현재의 변화된 환경을 감안해 톱다운 접근법의 유용성을 유지하면서 '포괄적 합의'를 추진하는 정부의 비핵화 협상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톱다운 방식은 남북미 정상의 정치적 결단이 확고한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며 “협상의 세부적인 측면까지 정교하게 다루는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한미 북핵수석대표간 실무협상 등의 방식으로 톱다운을 보완하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포괄적 합의 추진에 대해서는 “지금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중단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며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북측이 요구하는 다양한 사안과 이에 필요한 논의에 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일각에선 한반도가 전쟁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긴장고조를 통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핵 협상에 있어 제재에 치중한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로부터 오히려 멀어지게 된 상황”이라며 “북한과의 협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한미공조에 대해선 “평양에서 워싱턴을 가려면 서울을 거쳐야 한다는 표현처럼 한미공조는 대북 정책의 기초”라며 “지난해 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발족한 한미 워킹그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견인하는 중요 조정기구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더 큰 도약 위한 발판됐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과 만찬을 했다고 28일 보도했다. 2019.02.28.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본부장은 “일각에선 하노이 회담을 실패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긴 대화 프로세스의 한 일부로서 더 큰 도약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핵심당사국인 남북미 최고지도자들이 북핵 문제 해결을 이토록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없고 남북미 3국 지도자간 형성된 신뢰의 견고함도 과거에는 갖지 못한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은 대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난주 문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신뢰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우리는 현재의 신뢰결핍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맹목적 믿음으로 과거 실수를 반복해도 안 되지만 맹목적 의심으로 펼쳐지지 않은 미래를 시작해볼 기회를 놓쳐서도 안 될 것”이라며 “머지않은 미래에 한반도 평화의 역사와 북한의 밝은 미래가 가져온 번영의 성공담을 설명할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전략대화에서는 이 본부장의 다음 순서로 비건 대표가 기조연설을 했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협상 수석대표가 민간행사에서 나란히 연설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두 사람은 전략대화 이후 별도의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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