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제재·미사일' 4개월의 롤러코스터…'친서외교'로 변곡점

[the300]2월말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북미 교착 심화…김정은-트럼프 친서 주고받아, 대화재개 주목

권다희 기자 l 2019.06.24 06:00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 미디어센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회담이 생중계 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지난 2월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노딜'로 시작된 북미 교착 국면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간 친서 교환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후 미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일관되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왔다. '톱다운' 방식의 해결책이 이번에도 유효할 수 있다고 전망되는 배경이다. 

다만 속도조절론을 고수해 온 미국이 실제 양보할 가능성은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입장은 북한(단계적·동시적 접근)과 대비해 크게 '일괄타결식 빅딜'로 요약되지만 참모간 혼재된 메시지가 발신되기도 했다. 

다음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 관계 주요 이벤트 및 발언들. 

◇하노이 예상 밖 결렬…북미 책임 공방

2월28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확대회담은 예상과 달리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내건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와 영변 외 플러스알파를 요구한 미국의 '일괄타결식 빅딜'이 맞부딪히면서다.   

약 2시간 가량 예정됐던 확대회담이 3시간 넘게 이어졌으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문 서명이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은) 합의문에 서명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며 "영변 핵시설 폐기는 김위원장의 준비가 돼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난 3월1일 자정을 조금 넘은 시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한 측 숙소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리 외무상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같은 날 오후 최선희 당시 외무성 부상(현 제1부상)은 멜리아 호텔에서 한국 취재진들을 만나 "(김 위원장이) 미국의 거래 계산법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함을 느끼고 계시고 생각이 좀 달라지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워싱턴=AP/뉴시스】존 볼턴(왼쪽)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볼턴 보좌관과 므누신 장관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마두로 정권의 돈줄인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자산동결과 송금 금지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 2019.01.29.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3월, '노딜' 원인 복기…美 '강경론'에 北 "미국에 양보 안 해" 

하노이 회담 직후 미국 관료들은 '강경론'을 확인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보좌관은 3월5일 폭스뉴스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만약 그들(북한)이 그것(비핵화)을 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해질 것이다. 경제 제재는 완화되지 않고 실제로 제재가 강화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됐던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같은 달 11일 워싱턴DC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완전히 단결돼 있다. '완전한 해법'(total solution)'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무기와 같은 WMD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3월15일 최 부상은 평양에서 외교관들과 미, 중, 러시아 등의 매체를 불러 이른바 '정세통보모임'을 갖고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결렬 원인을 찾는 관련국들의 '복기'도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월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은 핵·미사일과 모든 WMD(대량살상무기) 동결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안한 북한과의 비핵화 범위 이견이 결렬의 주원인이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같은 달 3일 트위터에 "아주 중요한 핵 담판과 동시에 열린 청문회가 (북미 협상장에서) 걸어 나오는 데 기여했을 수 있다"고 했다. 마이클 코언 전 변호사의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배드딜' 대신 '노딜'을 택했을 것이란 관측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 1일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재추대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자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뽑혔다. 2019.04.12. (출처=노동신문) photo@newsis.com


◇4월 北 공식입장…김정은 "연말까지 기다려 볼 것…美, 새로운 계산법 갖고 다가서야" 

하노이 노딜 이후 침묵하던 북한의 명확한 공식입장이 나온 건 4월12일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을 전제로 "올해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라 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데 대하여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했다. 미국의 입장변화없이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다"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생각나면 아무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수 있다"고 했다. '톱다운' 채널을 통한 소통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서울=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이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가 날아가고 있다. 2019.05.05. (사진=노동신문 캡쳐) photo@newsis.com


◇5월, 北 미사일 발사 후 트럼프 유화 메시지…美 '동시·병행적' 언급

5월4일과 9일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했다. 한반도 긴장 분위기가 고조되고 북미 교착이 심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유화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했다.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북한이 작은 무기들을 발사했다"며 "이것이 나의 사람들 일부와 다른 사람들을 거스르게 했지만 나는 아니"라고 했다. 

"나는 김 위원장이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전날 볼턴 보좌관이 기자들에게 북한의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측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한 발언을 진화하고 '톱다운' 해법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달 24일엔 미 국무부 대변인실이 "목표(비핵화·관계개선·평화체제 등)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으로'(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했다. 미국이 선(先)비핵화 등 강경론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의 유화 메시지와 다른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도 이어졌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9일 북한석탄 불법운송에 따른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쏜 직후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달 14일 선박 억류가 6·12 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한 것이라며 선박을 돌려보내라고 촉구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재생에너지 관련 연설을 위해 아이오와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친서로 뭔가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06.12.


◇6월, 친서외교 가동…트럼프 "北과 좋은 일 있을 것"·김정은 "흥미로운 내용 심중히 생각"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감지된 건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하루 전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주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며 "평양과의 사이에서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볼턴 보좌관은 한 회의에 참석해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회담을 가진 데 이어 세번째 북미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이 언제든지 일정을 잡길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평양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하려 한다. 관련국이 북한 측과 마주 보고 서로의 관심사를 해결해 반도 문제가 해결돼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추가 도발 자제 의사를 피력하고 대화 재개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하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김 위원장의 평가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 능력과 남다른 용기에 사의를 표한다"며 "흥미로운 내용을 심중히 생각해 볼 것"이라 말했다.

북한 매체의 친서 수령 보도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시점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중국 등 제3국에 의존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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